▲ 천수만 가창오리들의 군무. | ||
충남 서산시 부석면 창리 일대. 기다란 두 개의 방조제가 바다를 막아 호수를 만들었다. 그 길이만도 무려 8km. 1984년 천수만 간척사업 결과, 15만5천ha(약 4천8백만평)의 바다가 호수와 농지로 변했다. 호수 주위에는 갈대가 자라고 수확이 끝난 농지에는 벼 알갱이들이 지천으로 널렸다. 누가 오라고 한 것도 아닌데 새들은 자연적으로 이곳에 하나둘씩 날개를 풀기 시작했다.
천수만에는 총 13목 44과 2백65종의 철새와 텃새가 서식하고 있다. 이 중에는 큰고니와 검은머리물떼새 등 천연기념물이 28종, 노랑부리백로 등 멸종위기종 10종, 물수리 등 환경부지정 보호종이 32종이나 된다. 그만큼 천수만이 조류서식지로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곳의 ‘대표철새’로는 가창오리와 황새 등을 들 수 있다. 가창오리들은 어느덧 천수만의 주인 노릇을 하고 있는데 그들의 군무를 본 사람들이라면 황홀경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특히 해질녘 붉게 물든 하늘을 배경으로 그들이 춤을 출 때면 넋이 나가고 만다. 마치 벌떼처럼 몰려들어 여백이라고는 하나도 없이 까맣게 하늘을 뒤덮는 가창오리떼. 바람을 따라 물결이 움직이듯 오리떼들도 그렇게 하늘에 ‘물결’을 만들어낸다. 사람들이 그 장관을 보기 위해 천수만을 찾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 천수만을 상징하는 솟대들(위), 도비도에서 조개를 잡는 체험객들. | ||
천수만은 방조제를 따라서 차를 달리다 어느 곳에서든지 잠시 차를 세워 철새들을 관찰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그러나 방조제 위에서 볼 수 있는 새들의 종류는 한정돼 있고 그 수도 그리 많지는 않다. 제대로 철새들을 관찰하려면 천수만 간월호와 부남호를 껴안는 농로를 따라 탐조여행을 떠나는 것이 좋다.
서산 A방조제는 간월호를 만들고 B방조제는 부남호를 탄생시켰는데, 간월호가 2천1백64ha로 부남호의 1천21ha에 비해 두 배 이상 넓다. 이 일대에서는 갈대숲 사이로 각종 희귀조류들을 볼 수 있고 또 산책하기에도 그만이다.
철새 탐조여행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수칙이 있다. 새들은 주변 환경에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하고, 후각과 청각이 극도로 발달된 동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변의 자연색에 가까운 옷을 입는 게 필요하다. 반드시 같은 색깔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원색적인 옷은 삼가야 한다. 또한 여성들은 화장품의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새들을 보려면 그들의 환경을 지켜주는 것이 원칙이다. 천수만에 찾아온 새들은 손님이 아니라 이 계절만은 주인이다. 새들의 아름다운 자태와 날갯짓에 감탄하는 우리 인간은 이곳에서만큼은 그저 나그네일 따름이다.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화장실, 개심사 해우소(위), 천수만의 지류인 해미천을 찾아온 고니떼. | ||
사실 간월도는 섬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민망하다. 그 크기가 2백여 평쯤 될까? 간월암이 간월도의 전부인 셈이다. 그렇다고 실망하지는 말길. 간월암에서 바라보는 서해 낙조는 그 어느 곳에도 비할 바가 아니다.
이곳 일대는 어리굴젓으로 유명하다. 무학대사가 이성계에게 어리굴젓을 진상품으로 보냈다고 할 정도니 그 맛은 보증된 셈. 또한 서해바다답게 각종 조개도 많이 나는데 간월도 앞 선착장 일대는 조개구이집이 즐비하게 도열해 있다. 싱싱한 조개와 어리굴젓의 비릿함이 코를 간질인다.
[여행안내]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홍성IC→29번 국도 서산 방향→40번 국도 안면도 방향 좌회전 후 직진→천수만
▲먹거리: 천수만 자연산 굴로 밥을 지어 맛이 좋기로 소문난 전망대회굴밥집(041-663-9121)에 들러볼 것을 권한다. A방조제 인근 창리에 있다. 이곳에서는 꽃게장굴밥, 영양전복굴밥 등 밥종류와 갯벌낙지, 자연산 활어회 등도 맛볼 수 있다.
▲숙박: 천수만 A방조제 간월도 입구에 남문토방펜션(041-664-5079)이 있다. 간월도까지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독채형 펜션으로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깔끔하다. 또 천수만 인근에는 작은 어촌마을들이 여럿 있는데 창리도 그 중 하나다. 이곳에는 숙박과 함께 횟집까지 겸하는 천수만펜션타운(041-664-4800)이 있다.
▲문의: 서산시청 문화관광과(http://seosantour .net) 064-660-2498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