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천안에서 있었던 학교폭력 기사가 꽤 반향이 컸다. 얼마 안 돼 한 매체의 칼럼 기고 요청을 받았다. ‘차기 대선 후보로 꼽히는 안희정 지사의 충남 도정 관리’라는 글로 안희정 전 도지사를 비판했다. 충남 지역 학교폭력 좀 어떻게 해 보라고 말이었다. 그 기사 필자가 가장 많은 악성 댓글을 받았다.
안희정 전 지사의 지지자들 악성 댓글이 줄을 이었다. 악성 댓글은 주로 이랬다. “학교 문제를 왜 안희정과 연관시키냐?” “경찰과 지자체, 교육청의 독립성을 모르는 적폐 기레기!” 등등의 댓글이 대부분이었다. 민주당 지지자인 한 언론사 기자도 필자를 싸잡아 비판했다.
그 글을 쓴 이유는 안희정 전 도지사가 보여 준 행보 때문이었다. 안 전 지사는 교육청, 경찰과 공조해 학교폭력을 해결하겠다며 교육감과 경찰청장을 수시로 불러댔다. 2013년 5월 8일에는 교육감 권한대행과 경찰청장을 불러다가 ‘학교폭력 근절’ 업무협약을 맺으며 “유관기관과 공동으로 학교폭력근절 캠페인을 전개하고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한 달쯤 뒤 경찰청장을 또 불렀다. “경찰과 교육청이랑 연계해서 부처간 벽을 허물고 좋은 정책을 실현하겠다”며 행정혁신과 협업활성화 혁신을 외쳤다. 그래서 필자는 펜을 들었다.
악성 댓글이야 신경도 쓰이지 않았다. 참을 수 없었던 건 안희정 전 지사의 보좌관 전화였다. 그 칼럼은 토요일 밤에 나갔는데 일요일 오전 일찍부터 충남도청 소속 안희정 전 지사 보좌관은 쉴 새 없이 내게 전화를 해댔다. “나도 기자 출신인데 이게 저널리즘 본질과 맞아요? 기사 내리세요. 나 언론대학원도 나왔어요! 법적 대응할 겁니다. 도지사가 교육청이랑 경찰 소관의 일을 어떻게 처리합니까? 독립성의 원칙 모르세요?”
보도자료는 보도자료에 불과하다 치자. 학교폭력은 1차로 학교가 담당한다. 하지만 재심으로 넘어가면 특별시•도청이 학교폭력 여부를 판단하는 판단기관 역할을 한다. 경찰청장과 교육감 수시로 불러다 놓고 박자 맞춰 사진 찍은 뒤 보도자료를 뿌렸으면서 종국에 불리할 땐 ‘독립성 원칙’을 운운했다. 표리부동. 필자는 안희정 전 지사를 그때 정확히 알아봤다. 필자는 “고소하시든 뭐든 마음대로 하시는데 피곤하니까 내 칼럼 내준 편집국장에게 전화해서 따지라”며 전화를 끊었다. 내 칼럼을 올려 줬던 매체는 안희정 전 지사 쪽의 채근에 칼럼을 곧 내려 버렸다.
안희정 전 지사의 민낯이 6일 밤 드러났다. 바로 전화기를 들었다. 전화 걸기엔 조금 늦은 밤이었지만 그때 필자에게 전화했던 그 보좌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몇 번 가다가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음성이 흘러 나왔다. 신호가 가는 시간으로 짐작해 보니 전화 거절 버튼을 눌렀다고 추측됐다. 전화 좀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꼭 묻고 싶은 질문이 있기 때문이다. “보좌관님. 기자 출신이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요즘 어떻게 지내셨어요? 안희정 지사님도 잘 계시죠?”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