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발자전거를 타는 동호회원들. 이날은 특별히 인근 산을 찾아 언덕을 내려오는 ‘다운힐’을 즐겼다. | ||
‘이번 주 금요일 사당동 까치산 다운힐 어때요?’ 동호회 홈페이지 게시판에 글이 올라오자 삽시간에 댓글이 이어진다. ‘한바탕 놀아보자’는 대답에서부터 ‘사정상 못 가지만 즐거운 시간 보내라’는 아쉬움 섞인 글까지. 2001년 7월에 태동해 1백여 명의 정회원이 활동하는 이 동호회는 회원들의 열성적인 활동에 힘입어 정기모임 이외에 매주 1회 이상 ‘번개모임’을 갖는다.
올림픽공원에 모여 남몰래 갈고 닦은 실력을 선보인다든가, 인근 산을 찾아 ‘다운힐’(자전거를 타고 언덕이나 산의 경사면을 내려오는 것)을 즐긴다. 지난 1월1일에는 분당에서 의정부까지 자전거도로를 따라 40여km를 달리는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갑작스런 ‘번개’에도 최소 예닐곱 명은 모인다. 정식모임이나 행사에는 그보다 훨씬 많은 회원들로 북적인다.
어떤 매력이 숨어 있기에 이들은 외발자전거를 그토록 사랑하는 걸까. 위태롭고 또 어릿광대처럼 우스꽝스러워 보이기까지 하는 외발자전거타기가 뭐가 그리 재미있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아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동호회원들과 함께 까치산 마루에 올랐다.
까치산은 언덕배기처럼 야트막하지만 급경사가 거의 없고, 산길 또한 돌부리가 많지 않아서 천마산, 삼성산 등과 함께 다운힐 장소로 사랑받는 산이다. 다운힐에 참가한 동호회원은 모두 일곱 명. 회장 이용남씨(35)를 비롯해 이날의 유일한 여성 회원인 김기숙씨(38) 등 회원들은 정상에 오르자 안전장구를 착용하고 자전거를 꼼꼼히 손본다.
외발자전거를 타려면 만약의 안전사고를 대비해 헬멧과 장갑, 팔꿈치보호대, 무릎보호대, 정강이보호대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또한 자전거의 크랭크와 페달, 타이어 상태 등을 매번 탈 때마다 점검해야 한다. 다운힐을 할 때는 일반 외발자전거는 피하고 다운힐용 자전거를 타는 게 좋다. 다운힐용 자전거는 휠이 더 크고 타이어가 두꺼워 보다 안전하다.
▲ 외발자전거를 타고 즐겁게 행진하는 동호회원들. | ||
“도전 정신이에요. 번지점프를 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라면 초보자라도 다운힐이 가능해요.”
동호회장 이씨는 두려움의 싹만 잘라낼 수 있다면 경사면도 평지와 크게 다를 바 없다고 강조한다.
누가 여성을 소심하다고 하는가. 홍일점 김기숙씨가 언덕 아래로 과감히 바퀴를 굴린다. 몇 번씩 넘어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하던 김씨. 오기가 생긴 듯 도전 또 도전이다. 그리고 마침내 성공. 얼굴 가득 웃음꽃이 핀다. 회원들은 박수로 김씨를 축하한다. 회원들이 첫손으로 꼽은 외발자전거의 매력인 ‘재미’의 의미가 무엇인지 이제야 이해가 간다. 단순히 외발자전거를 잘 타는 데서 오는 즐거움이 아니라 도전하고 성취하며 함께 기뻐해주는 과정에서 느끼는 그 감정이 바로 ‘재미’라는 단어로 표현된 것이다.
김씨에게 자극을 받아서일까. 모임에 참가하기 위해 천안에서 올라왔다는 이영균씨(43), 다운힐 경력 한 달이라는 서상만씨(38)도 멋들어지게 성공해낸다. 최연소자인 중학생 조현빈군(15)의 실력은 동호회 최고수 중 한 명인 김재인씨(30)와 막상막하. 오르막과 내리막 모두 거침이 없고, 계단도 문제되지 않았다.
대체 얼마나 타면 다운힐이 가능할까. “햇수보다는 열정이죠.” ‘최고수’인 김씨는 말한다. “다들 1년 이상 경력자라지만 3년을 타도 할 수 없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1개월 만에 해내는 사람도 있거든요. 다 노력하기 나름이에요. 열정의 크기에 달려 있는 거죠.”
한 사람도 빠짐없이 다운힐에 성공한 한국외발자전거동호회원들. 그들은 오늘도 열정의 페달을 힘껏 밟는다.
▲문의: 한국외발자전거동호회 http://www.unicycle.or.kr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