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 나이에 기다림의 묘미를 터득한 꼬마 강태공들. | ||
험산준령에 둘러싸인 화천은 물의 고장이다. ‘바다 같은 호수’ 파로호가 있고, 화천 읍내를 화천천이 가로지른다. 산속 깊은 계곡에선 물이 마르는 법이 없다. 그 물은 겨울이 되면서 모두 얼어붙고, 한겨울이 되자 화천은 완벽한 ‘얼음나라’가 됐다.
요즘 화천은 산천어축제로 떠들썩하다. 산천어는 1급수에만 서식하는 청정어종. 연어목 연어과에 속하는 산천어는 물이 맑고 수온이 연중 20℃ 이하인 계류에서 서식하는 냉수성 토종 민물고기. 크기는 최소 30cm급에서부터 팔뚝만한 것들도 있다. 화천을 상징하는 이 물고기의 등에는 특유의 아름다운 무늬가 새겨져 있어 ‘계곡의 여왕’으로도 불린다.
화천 산천어축제의 ‘대표 놀거리’는 뭐니 뭐니 해도 산천어 견지낚시. 연을 날릴 때 쓰는 얼레 같은 견지로 산천어를 낚는데, 그 재미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견지는 낚시터 주변 상점에서 판다. 가격은 2천원으로 저렴하다. 낚시터 이용료는 5천원. 그러나 그 가치만큼 되돌려 받을 수 있다. 입장표 대신 구입한 5천원짜리 농촌사랑나눔권은 산천어축제장 어느 가게에서나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산천어 낚시방법은 너무나 쉽다. 견지에 가짜 미끼인 루어를 달아 산천어를 유인해서 채어 올리면 그만이다. 연어알을 미끼로 쓰기도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견지낚시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얼음구멍을 뚫어야 한다. 40cm 이상 두껍게 꽁꽁 언 얼음에 구멍을 내는 일이 쉽지는 않다. 얼음끌을 가지고 지름 20cm 정도의 구멍을 뚫는 데 20분은 족히 걸린다.
구멍만 뚫리면 곧바로 낚시 시작. 견지를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산천어가 미끼를 물도록 유도한다. 바닥에서 30~50cm 높이로 미끼를 이동시키는 것이 요령이다. 산천어 입질은 확실하다. ‘툭, 툭’ 거리는 것은 지나가다 살짝 건드리거나 근처에서 뻐끔거리는 것. 이럴 때 미끼를 살짝 들어주거나 옆으로 이동시키면 산천어가 덥석 미끼를 문다.
얼음구멍으로 물을 들여다보면서 하는 낚시이다보니 초보자도 별 어려움이 없다. 오히려 어른들보다 꼬마 강태공들의 조황이 더 좋다. 손맛을 들인 아이들은 손발이 시려우 줄도 모르고 낚시에 몰입한다.
▲ 산천어축제가 벌어지고 있는 화천천 풍경, 눈사람 가족 공원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 귀여운 눈사람 모형은 어린아이들에게 인기‘짱’이다, 거북선 모양의 창작 썰매. 거북선 썰매는 아이디어는 돋보이지만 너무 무거워 잘 미끄러지지 않는 단점이 있다고.(위에서부터) | ||
잡은 산천어는 그 자리에서 회쳐 먹거나 구워 먹는다. 산천어는 살이 단단해서 한 점 입에 넣으면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산천어회는 민물회 중에서도 고급 회. 엷은 분홍색과 노란색이 어우러져 있으며 달콤하고 고소한 뒷맛이 남는다. 예로부터 중국에서는 신선이 먹는다 하고, 일본에서는 노약자의 약재, 우리나라에서는 정력제로 쓴다니 건강식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듯하다. 직접 잡은 산천어라 그 맛이 더한 느낌이다.
낚시터 밖에는 석쇠 화로가 준비돼 있다. 산천어구이용이다. 번개탄만 있으면 석쇠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산천어를 은박지에 싸거나 혹은 그냥 석쇠 위에 올려 소금을 뿌려 먹는 맛이란 정말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정도다. 먹다보면 어느새 입 주변으로 까만 검댕이가 묻어 있다. 자신은 안 그런 줄 알고 다른 이들을 놀려대지만, 착각은 자유!
축제의 또 다른 재미는 산천어 맨손잡기. 영하 10℃의 추위에도 참가자들은 반팔에 반바지 차림을 주저 않는다.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오한이 들 정도. 그러나 그들의 열기는 하늘을 찌른다.
그러나 산천어가 그리 쉽게 잡힐 리 만무한 탓에 자신 있게 물에 뛰어든 사람들은 허탕 치기 일쑤. 이리저리 쫓겨 다니던 산천어가 체력이 다해 순순히 잡혀줄 때까지 환호성은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말 그대로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된 참가자들. 연신 재채기를 해대다 문득 감기가 두려운 모양이다. 탈의실로 달려가는 속도가 국가대표 단거리선수급이다.
이외에도 산천어축제는 다른 즐길거리로 가득하다. 얼음 위에서 산악오토바이(ATV) 타기는 그 중 많은 인기를 끈다. 어떤 험한 길이라도 갈 수 있다는 산악오토바이지만, 설마 얼음 위를 달릴 줄이야. 눈보라를 일으키며 달리는 모습이 더 없이 시원하게 느껴진다. 1인승도 있지만 아이 둘 정도는 거뜬히 태울 수 있어 가족끼리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 눈썰매를 타는 가족들. 신나는 놀이에 추위는 발붙일 곳 없다, 오른쪽은 페달을 밟으면 앞으로 나가는 얼음자전거. | ||
눈썰매타기, 얼음지치기, 봅슬레이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 특히 눈썰매봅슬레이는 동계올림픽 종목인 봅슬레이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색다른 묘미를 선사한다. 30여m 길이의 원통을 썰매를 타고 내려오는 놀이다.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다. 하지만 이색 놀이인 만큼 타게 해달라고 보채는 아이들이 많다.
얼음지치기 놀이장에는 꽤 이상한 썰매들이 시선을 집중시킨다. 이른바 ‘창작썰매’들로 썰매라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인 것들이 많다. 거북선을 모방한 것에서부터 달팽이, 병아리를 모티브로 제작한 썰매도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역시 거북선 썰매. 진수식이 아니라 ‘진빙식’이라고 해야 하나. 얼음 위에 올려진 거북선은 그러나 ‘위엄(?) 있게도’ 잘 움직이지 않는다. 썰매는 타고 가야 하는 이동수단임에도 이 썰매는 밀며 당겨야 하는 짐수레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미끄러지지 않으면 또 어떤가. 재미만 있으면 될 것을. 화천 산천어축제의 모토는 단연 ‘재미’다. 직접 해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이 겨울의 묘미. 그 확실하고 뜨거운 재미가 축제장에 넘쳐흐르고 있다.
[여행 안내]
★문의: 산천어축제행사장(http:// ice.narafestival.com) 1688-3005
★먹거리: 산천어회 2만5천원, 산천어구이 1만원.
★숙박: 화천천 주변으로 민박이나 펜션 등 잘 곳은 충분하다.
토고미 자연학교(3실/15명) 010-9239-1979, 토고미 펜션(2실/15명) 010-9239-1979, 파랑새농원(7실/28명) 010-3179-4838, 살랑골 쉼터민박(6실/30명) 016-467-2714
★가는 길: 서울에서 구리로 빠져 46번 경춘가도를 타고 달린다. 춘천댐에서 5번, 56번 국도를 따라 화천까지 내쳐 달린다. 겨울철 춘천, 화천 지역 도로는 결빙 구간이 많기 때문에 안전운전에 유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눈 소식이 들리면 월동장구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