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년연주회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오카리나 마을’ 동호회원들. | ||
1월21일 오후 6시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콘서트홀. 1백 명이 넘는 ‘마을 주민’들이 한데 모였다. 새해를 맞아 그간 갈고 닦은 오카리나 연주 실력을 선보이는 자리. 서울, 인천, 부산 등지에서 모인 연주자들은 다소 긴장한 듯 보였다. 그러나 연주회가 시작되자 늘 연습했던 대로 편안한 마음으로 오카리나를 불었다. 오카리나에서 신비한 소리가 콘서트홀로 퍼져나갔다. 청중은 이내 최면에 걸린 듯 소리에 도취됐다.
일반에게는 다소 생소한 악기인 오카리나. 이 악기의 명칭은 ‘거위새끼’라는 뜻을 가진 이탈리아어에서 유래됐다. 흙으로 빚어 가마에서 구워낸 도자기형 폐관악기를 통틀어 일컫는데 그 모양이 거위와 흡사하다. 요즘 많이 사용하는 오카리나로는 10~12개의 구멍이 난 ‘오리형’과 4~8개의 구멍을 가진 알 모양의 ‘랭글리형’이 있는데 오리형이 일반적이다.
‘오카리나 마을’은 오카리나의 소리가 좋아서 모인 사람들의 동호회다. 열성적으로 참여하는 회원은 6백여 명. 인터넷 가입자 수는 2만 명이 넘는다. 서울, 인천, 대전, 부산, 대구 등 19개 지역모임이 있다. 동호회장은 ‘촌장’으로 불리고 지역 대표는 ‘이장’이다.
오카리나에 대체 어떤 매력이 있기에 사람들이 그토록 빠져드는 것일까. 5년 전 인터넷에서 처음 오카리나 소리를 듣고 그 정체를 찾기 위해 무던히 애를 쏟았다는 촌장 박정선씨(24) 는 “고요하게 마음을 울린다”고 오카리나의 매력을 설명했다. 운영진 중 한 명인 임기현씨(25)도 “음색이 편안하면서도 가슴을 찡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고 말했다.
12개의 구멍이 난 오카리나는 낮은 ‘라’에서 높은 ‘파’까지 13개의 기본음을 낸다. 그 음역의 폭이 크지 않고 그 울림도 날카롭지 않다. 하지만 서정적인 마음을 표현하는 데 오카리나만큼 좋은 것은 없다는 데 회원들은 의견을 모은다.
배우기도 그다지 어렵지 않다. 5분이면 간단한 동요 하나쯤은 연주할 수 있다. 악기가 없더라도 다른 회원들의 악기를 빌려서 사용할 수 있어 부담이 없다. 친한 회원들끼리는 악기를 직접 만들기도 한다. 흙으로 모양을 빚고 전기가마를 구입해 구워내는데 이런 통로를 이용하면 악기 구입 비용을 훨씬 줄일 수 있다.
회원들의 연령대는 10대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하다. 임기현씨(25)는 “20대가 50% 정도지만 30대 이상의 연령층 참여도도 30%이상”이라며 “오히려 진성회원은 연령대가 높을수록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연주회 현장에서는 강병곤씨(41)를 비롯해 여러 중년 회원들을 만날 수 있었다. 강씨는 부산모임에서 편곡을 담당하며 3년째 활동해오고 있다.
회원 중에는 일본인도 있다. 일본문화원에 근무하는 츄죠 가즈오씨(37). 그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중년 여성들 위주로 오카리나 모임이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최근 동호회에 가입한 가즈오씨는 “한·일 간 오카리나 문화교류도 돕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악기를 배운다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법. 그러나 오카리나 소리에 매력을 느낀 이들에게 주저함이란 없었다. 혹시 당신도 그 오묘한 소리에 끌리셨는지? 그렇다면 곧장 마을로 가시라. 그리고 ‘촌장’을 찾으시라.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