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자서까래 올리는 작업을 하고 있는 한옥학교 숙련반 학생들. | ||
하지만 포기하기엔 이르다. 한옥 짓는 방법을 자세히 가르쳐주는 곳이 있기 때문이다. 경북 청도군에 자리한 ‘한옥학교’가 바로 그곳. 학생들이 자기가 살 웰빙 한옥을 짓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현장으로 한옥에 대한 막연한 꿈이 구체화되는 곳이기도 하다.
경북 청도군 범곡리 산자락에 ‘뚝딱’거리는 망치질 소리가 요란하다. 지붕 위에서는 예닐곱 명이 달라붙어 작업에 열중이다. 아래에서는 육송을 다듬느라 두 명의 학생이 여념이 없다. 숙련반 학생들이 선자서까래를 올리는 중요한 날이어선지 추위를 탈 겨를도 없다.
한옥학교는 기초반과 숙련반 두 개의 과정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기초반은 연장 다루는 법과 기본 골격을 만드는 과정 등을 배우고 숙련반은 그렇게 쌓은 탄탄한 기초를 바탕으로 직접 한옥을 지으며 구체적인 기술을 습득하게 된다. 교육과정은 기초반이 8주, 숙련반이 16주다. 한편 비정규과정으로 바쁜 직장인들을 위한 주말반과 아이들을 위한 한옥문화체험이 진행된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는 변숙현 교장을 비롯해 김창희, 박주용, 박윤철 씨 등 모두 6명. 변숙현 교장(50)은 대학교에서 건축학을 가르쳤던 교수 출신. 외국 건축문화에 경도돼 우리 건축에 대한 심미안을 잃어버리는 현실이 안타까워 이곳에 한옥학교를 세웠다.
▲ 한 남학생이 전기톱으로 육송을 자르는 모습. | ||
한옥학교의 학생들은 20대에서부터 5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하다. 건축학을 전공하는 진짜 ‘학생’이 있는가 하면 서양 건축이 아닌 우리 건축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는 30년 경력의 현직 목수가 학생으로 등록하는 등 이력 또한 다양하다.
계성중고등학교 윤리교사인 김명섭씨(50) 또한 작은 꿈을 품고 ‘한옥 학도’가 됐다.
“경북 청도 강가에 한옥을 지을 땅을 장만하긴 했는데 아는 게 있어야지요. 이곳에서 배우면서 부쩍 실력도 늘고 자신감도 커졌어요. 꾸준히 배우면 머지않아 멋들어진 한옥을 지을 수 있을 것 같네요.”
방학을 이용해 교육에 참여했다는 그는 방학이 끝나도 주말을 이용해 계속 배움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 학생들이 만든 정자. | ||
윤권환씨(46)의 포부는 한옥을 사업화하는 것이다.
“한옥은 삶을 담는 진정한 그릇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한옥을 지어서 사람들에게 제공하고 싶어요. 물론 공짜는 아니겠지요.”
다양한 사람들이 만학의 길을 걷는 한옥학교. 그 속에서 그들의 당찬 꿈이 하루하루 영글어간다.
★가는 길: 북대구IC→신천대로→가창→팔조령터널→청도군청→아트빌라→저수지→한옥학교
★문의: 한옥학교(http://www.hanokschool. net) 054-373-8556~7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