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원가마는 영조-정조-순조-헌종-철종-고종 대에 이르는 약 1백30년간 왕실의 백자를 제작한 곳이다. 그러나 분원가마는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춘 일본 사기들이 물밀듯 밀려들어오면서 경쟁력을 잃었고, 1884년 민간에 이양되는 수모를 당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우리나라를 식민침탈한 일제가 급기야 1920년 분원가마를 폐쇄한 후 그 자리에 초등학교를 지어버렸다.
지금의 분원초등학교 바로 위쪽에는 3년 전까지만 해도 먼지만 쌓인 폐교사가 덩그라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경기도가 백자문화를 전시할 만한 공간을 찾던 중 문화재청의 승인을 얻어 이 폐교를 리모델링했고 2003년 9월 마침내 분원백자관이 문을 열었다. 새로 건물을 짓지 않고 폐교를 활용한 것은 문화재 보호구역 내에서 신축을 위해 땅을 팔 경우 지하에 매장된 문화재가 파손될 수도 있기 때문.
분원백자관은 면적이 조붓하다. 바닥면적이 80평, 연면적 100평의 자그마한 이 건물은 그러나 겉보기와는 달리 대단히 치밀한 계획하에 개축됐다.
건물의 겉은 철판으로 모두 둘러싸였는데 철판은 해가 갈수록 자연스럽게 녹이 슬게 되어 있다. 겨우 2년이 지났을 뿐인데 건물은 벌써 적갈색으로 변했다. 1백년이 지난 것 같은 고색창연함이 느껴진다.
이 같은 기법은 ‘철화백자용문호’의 제작기법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철화백자용문호는 분원가마에서 제작한 세계 최고가의 도자기 작품. 가마에서 구울 때 검은 철분이 적갈색으로 바뀌는 원리를 떠올려 건물에 적용한 것이다.
백자관 벽체에는 상하좌우로 선이 파져 있다. 이 선들은 이곳에서 출토되는 백자 도편의 깨진 선을 표현한 것. 지붕 위에도 선이 있는데 멀리서 보면 사금파리를 연상시킨다.
분원백자관은 내부를 적은 공간으로 최대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아기자기하게 꾸몄다. 원래 있던 교실 3개의 벽체를 없애고 긴 일자 형태의 전시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천장에는 11개의 스크린을 매달아 분원도요의 역사를 보여준다. 입구 바닥에는 강화유리판을 깔았는데 그 밑에는 분원에서 출토된 사금파리들이 가득 채워져 있다.
밖에서 볼 때 건물은 단층이지만 내부는 2층이다. 20평 크기의 복층을 만들어 자그마한 세미나실을 마련했다. 전시관 벽면에는 사금파리가 매장된 지층을 그대로 떠낸 토층전사판이 설치되어 있고 백자를 만드는 과정과 분원가마터를 복원한 미니어처가 전시실에 있다.
백자마을에 사는 아이들이어서일까. 전시관 바로 아래에 자리한 초등학교의 외벽면에는 아이들이 정성껏 빚은 백자접시 작품들이 걸려 있다. 잊혀지는 줄만 알았던 도자의 전통이 고사리손에 의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분원백자관 앞으로는 팔당호가 시원스럽게 펼쳐져 있다. 그 팔당호 맑은 물에서 나는 붕어찜 맛이 일품이다.
★가는 길: 경안IC→퇴촌사거리 좌회전→분원리 둔치→분원초등학교
★문의: 분원백자관(http://bunwon. or.kr) 031-766-8465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