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길 둘러보아도 또 저길 건너보아도 모두 돌조각들이다. 나무들이 울창한 숲속이지만 그 많은 나무들보다 돌조각의 숫자가 더 많아 보인다. 5천여 평 숲속 공터에 자리를 차지한 돌조각들만 모두 2만여 점. 가히 돌조각들의 세상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 아주 특별한 박물관은 한 사람의 헌신적인 희생이 있었기에 탄생할 수 있었다. 20여 년 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버려진 돌들을 수집하고 일본까지 건너가 우리 돌문화재를 되찾아온 천신일 씨(64). 돌조각의 표정 하나하나에서 우리 민족의 애환을 생생히 읽을 수 있었다는 천씨는 마치 소명처럼 2000년 7월 사재를 털어 박물관을 세웠다.
옛돌박물관의 전시물들은 왕릉과 사대부가의 묘에서 망자의 혼을 지키고 위안하던 문인석과 무인석, 마을의 수호신으로서 악귀를 막아주던 장승과 벅수, 돌아오지 않은 남편을 기다리다 그대로 돌이 되었다는 망부석 등 저마다 모양과 사연이 다양하다.
이 박물관은 13개의 야외 전시관과 1개의 실내전시관으로 구성돼 있다. 거창하게 야외 전시관이라고 이름 붙였지만 사실 주제별로 갈라놓은 돌조각들의 무더기가 하나의 야외 전시관일 따름이다.
제1전시관은 온갖 장승들을 모아 놓은 곳. 다양한 형태와 표정의 장승들이 관람객을 맞이하는 첫 번째 관문이다. 이곳에서는 전국 각지의 솟대들도 볼 수 있다.
▲ 옛돌박물관으로 가는 길에 도열하듯 서서 손님을 맞이하는 수천 개의 석상들. | ||
박물관 산책로를 따라 좌우로 야외전시관이 이어져 있다. 장승관과 벅수관을 지나면 사대부묘를 복원한 사대부묘관과 다양한 복식과 표정의 동자석을 전시한 석인관을 만나게 된다.
같은 모양인 듯싶더니 자세히 보면 석조물들도 지방색이 확연하다. 제5전시관은 각 지방별로 다양한 형태의 문인석과 무인석, 벅수, 동자석 등을 전시하는 지방관. 알게 모르게 각 지역별로 그 지역 사람만의 특징이 있는 것처럼 석조물들도 그 지역 사람들의 형태를 쏙 빼닮았다. 서울 부근으로 올수록 멀쑥하고 충청도와 강원도는 순박해 보인다. 경상도의 벅수는 과묵하고 퉁명스럽다.
이외에도 옛돌박물관에는 돌하르방 등 제주도의 전통 석조물들을 한눈에 불 수 있도록 전시한 제주도관, 연자방아·디딜방아·절구·화로·맷돌 등 일상생활 속에서 사용하던 유물을 전시한 생활유물관, 남근석 등을 전시한 민속관이 있다. 특별전시관에는 일본으로부터 환수해온 유출문화재를 전시하고 있다.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양지IC→고가도로에서 우회전→양지사거리→아시아나골프장 방향→옛돌박물관
★문의: 세중옛돌박물관(http://www.stsmuseum.co.kr) 031-321-7001
※박물관 버스는 용인터미널에서 07시 30분부터 08시 30분까지 1일 7회 운행한다.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