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싸움 준비 끝. 심판의 호각이 울리면 본격적으로 연싸움이 시작된다. | ||
연싸움은 단순히 연을 날리는 것과는 다르다. 우선 마음대로 연을 부릴 줄 알아야 한다. 그 다음에는 ‘싸움의 기술’을 습득하고 연마해야 한다. 나만의 비기를 창조해 ‘필살기’로 써먹을 수 있어야 한다. 찰나의 반응으로 습격을 막아야 한다. 공격 시에는 매처럼 정확해야 한다.
무슨 연싸움에 그리 많은 조건이 필요하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사실이다. 한번 해보라. 구구절절 맞는 말임을 알게 될 것이다.
‘한국연날리기보존회’ 동호회원들은 매주 말이면 어김없이 연통과 자세(얼레)를 챙겨들고 뚝섬유원지와 반포 잠실대교 아래로 모여든다. 다른 사람들이 바람 없는 따뜻한 날을 원하는 것과 달리 이들은 오히려 바람이 불어줬으면 하고 바란다. 그래야 연이 잘 뜨기 때문이다.
▲ 우리나라 연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는 우상욱 씨가 연싸움을 하고 있다. | ||
동호회는 두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인천민속연보존회’ 동호회원들과 ‘경인지역 연싸움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선수’만 50명 가까이 모이는 큰 행사다. 회비를 모아 상품도 걸어놓는다. 상품 때문이 아니라 연싸움 ‘달인’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치열한 경합을 벌인다.
연싸움은 2개 또는 그 이상의 연을 하늘에 띄워 서로의 연줄을 끊어먹는 놀이다. 연은 대부분 방패연을 사용하고 연줄은 명주에 사포가루를 먹인 것을 쓴다. 예전에는 명주에 풀을 먹인 후 유리를 빻아 썼다. 연줄의 강도는 모두 같기 때문에 연싸움의 승부는 조종기술에 좌우된다.
연날리기보존회 우현택 씨(47)는 연싸움을 과학이라고 단언한다. ‘마찰력’과 ‘순간 가속도’를 적절히 이용해야 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줄끼리 부딪히면 마찰이 생기는데 이때 순간적으로 빨리 감거나 놓거나 튕김으로써 상대의 연줄을 끊을 수 있다”고 우씨는 말한다. 그러나 “너무 빨리 감거나 놓으면 자신의 연실이 꺾이고 너무 느리면 상대에게 당하니 빠름과 느림의 그 적절한 타이밍이 가장 중요하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 자세(얼레)와 방패연. 연싸움에는 1인당 10개 이상의 방패연을 준비하는 게 보통이다. | ||
그런데 이들은 왜 그토록 오랫동안 연싸움에 빠져 사는 것일까. 우상욱 씨는 ‘끊어먹기의 짜릿함’을 연싸움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았다. ‘건강전도사’로도 불리는 30년 경력의 이재성 씨(59)는 보약보다 연이 더 좋다는 경우다. 연싸움이 경기이다 보니 승리한 자가 맛보게 되는 희열이야 이해가 가지만 연싸움과 건강은 그다지 연결이 되지 않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곰곰이 따져보면 그렇지 않다.
자세(얼레)를 빠르게 감고 풀고 잡아당기다보면 팔운동이 되고, 앉았다 일어섰다 반복하다보면 다리와 허리운동이 된다. 또한 파란 하늘을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눈의 피로를 해소하는 데 좋다. 멀리 떨어진 연을 주우러 수차례 갔다 오는 것도 큰 운동효과가 있다.
연싸움에 관심이 있다면 한국연날리가보존회 카페에 회원 가입을 하고 글을 남기면 된다. 연 만드는 법에서부터 연싸움 기술까지 회원들이 앞 다투어 모든 지혜와 지식을 전수해준다. 그렇게 하는 것이 곧 전통을 잇는 일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문의: 한국연날리기보존회(http:// cafe.daum.net/ yeonssaum)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