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시가 그랜드에르가에 무상으로 내어 준 유천소류지 전경
[경남=일요신문] 정민규 기자 = 경남 사천시가 유천지구 도시관리 계획을 결정하고 지형도면을 승인하면서 지정한 유수지가 아파트 개발업자에 의해 수변공원으로 둔갑돼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개발업자는 유수지가 마치 아파트에 부속된 시설인 것처럼 분양에 활용하고 있어 말썽을 빚고 있다.
논란이 일고 있는 곳은 ㈜세종알엔디가 시행하고 흥한건설(주)이 시공하는 사천그랜드에르가 아파트다. 사천시는 사남면 유천리 108번지 일원(계획관리지역, 주거개발진흥지구, 비행안전5구역, 제2종지구단위계획구역)에 대지면적 74,579㎡, 건축면적 16,652㎡, 연면적 176,095㎡에 공동주택(지하2층, 지상15층, 세대수 1,295세대) 및 근린생활시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파트 입주 예정일은 내년 7월이다.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된 문제의 토지는 경남 사천시 사남면 유천리 유천소류지다. 면적 7,305㎡에 이르는 이곳은 소유자가 사천시장으로 되어 있는 저수지다.
사천시는 2016년 9월 13일 ‘사천 유천지구 도시관리계획’이 승인 고시하면서 이 저수지를 용도 폐지하고 유수지로 신설했다. 그러면서 면적도 4,639㎡로 축소하고, 2016년 11월 17일 변경고시 후 최종 결정했다. 저수지는 농업용수로 사용하기 위해 고지대에 설치해 물을 가둬두는 것이며, 유수지는 장마철 집중강우로 급증하는 빗물을 모아뒀다가 하천으로 방류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시설로 그 목적이 확연하게 다르다.
하지만 사천시는 도시계획시설로 유수지를 지정할 결정기준인 저지대 및 하천변이 아닌 저수지가 위치한 고지대에 이를 도시기반시설로 결정해 의구심을 사고 있다. 또한 원래 저수지 면적이 7,305㎡에 비해 2,666㎡가량 작은 유수지 면적 4,639㎡로 결정하면서 아파트 개발업자의 이익을 확보해 준 특혜 의혹이 엿보여 이에 대한 시의 해명이 석연치 않다.
사천시 관계자는 “지구단위계획으로 인한 몽리구역 축소로 저수지 기능이 상실돼 도시기반시설인 유수지로 변경됐다”며 “사업구역 안에 있는 저수지가 용도 폐기돼 도로 및 수변공원을 만들어 시에 기부하면 시가 얻는 이익이 더욱 크므로 관련법에 의거해 무상 양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시의 해명은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사천시 도시계획조례를 살펴보면 건축선에서 건축물까지 띄어야 하는 이격거리가 3m 이상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도 시는 유천소류지 경계선을 안쪽으로 옮겨 공동주택 2개 동을 추가로 지을 수 있도록 유수지 면적을 축소한 후 녹지공간으로 지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아파트 주 출입로 도시계획도로를 신설하면서 유천소류지와 인근에 위치한 대호골프랜드 사이에 도로를 개설하도록 결정했다.
이러한 이점을 갖춘 사천그랜드에르가 측은 이곳이 유수지라는 것을 밝히지 않고, 수변공원으로 명칭을 변경한 후 이를 활용해 분양광고에 나섰다.
그러자 시 재산을 그랜드에르가 소유물로 보이도록 만든 과대광고라는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사천그랜드에르가 분양사무소 관계자는 “아파트 단지내에 시에서 관리해 주는 수변공원이 있어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분양상담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 A 씨는 “지구단위 지역이 농사짓기에 적합하지 않은 곳으로 환경이 변함으로 인해 저수지의 기능이 상실돼 용도 폐지해야 한다면, 국유재산을 개발업자에게 매각해 시 세수를 늘리는 것이 올바른 행정이지 개발업자의 이익에 부합하는 도시계획을 펼친 것은 결국 ‘잠짜미’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시를 성토했다.
또한 시가 도시계획으로 그랜드에르가 개발업자인 (주)세종알엔디 측에게 저수지 땅값을 한 푼도 지급하지 않고, 대지 안의 공지 기준을 충족하며 진입도로 토지까지 확보하는 등의 최적의 조건으로 아파트 2개 동을 추가로 지을 수 있도록 한 것에 대해서도 거센 비난의 목소리가 나온다.
주민 B 씨는 “도시계획을 입안한 개발업자는 아파트를 지어서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므로, ‘시 발전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주장한 사천시의 해명은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지역의 건설 개발업자 C 씨는 “저수지를 매각하면 시는 개발분담금, 땅값, 등·취득세 등 엄청난 세금을 거둬들일 수 있다. 또한 수변공원과 도로를 기부채납 받으면 시는 엄청난 부가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그럼에도 시가 이처럼 한 것은 개발업자에게 무방비로 시의 재산을 나눠준 꼴”이라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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