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대봉에서 분주령으로 넘어가는 길은 온통 야생화 천지다. 힘들어야 할 산행길이 꽃들과 벗하며 걷노라면 오히려 즐겁다. | ||
금대봉은 대덕산과 더불어 강원도 태백시가 자랑하는 자생 들꽃의 보고다. 수십 종의 들꽃들이 봄부터 가을까지 철갈이를 하며 피고지기를 반복한다. 지금은 여름꽃들이 몽우리를 터트릴 시기. 봄꽃과 어우러져 그야말로 황홀한 풍경을 선사한다.
금대봉 산행의 출발점은 두문동재. 영월에서 38번 국도를 타고 사북과 고한을 지나 태백 방향으로 달리다 보면 두문동재 터널을 만나게 된다. 이 터널에 조금 못 미쳐 오른쪽으로 난 길을 타고 올라가면 두문동재다.
두문동재는 해발 1268m로 포장 국도로서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고개다. 금대봉은 두문동재에서 왼편 산림감시초소가 있는 쪽으로 난 소로를 따라 올라가야 한다. 그 반대편으로 갈 경우에는 함백산으로 길을 잘못 들게 된다.
초소에서는 ‘입산신고’를 받는다. 동행인원과 간단한 신상을 밝히는 정도다. 생태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들이 여럿 있기 때문에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등산객들의 신상을 파악해 두는 것이다.
금대봉 가는 길은 험하지 않다. 산을 오른다기보다 산책을 하는 느낌이다. 산길에 들어서자마자 꽃들이 반긴다. 붉은병꽃나무의 연분홍꽃들이 길 양옆으로 가득 피었다. 십자가처럼 생긴 하얀꽃 섬장대도 올망졸망 ‘반상회’를 연다. 부는 바람이 더 없이 시원하다. 그 바람에 꽃들이 춤을 춘다.
두문동재에서 출발해 5분쯤 걸으면 오른쪽에 높이 5m 정도의 안테나가 서 있다. 이 안테나는 금대봉트레킹의 중요한 이정표 가운데 하나다. 금대봉으로 가려면 이 안테나를 지나자마자 오른쪽으로 나 있는 능선길을 따라 올라가야 한다.
▲ 금대봉 일대에는 약초가 많아서 약초꾼끼리 위치를 확인하는 고함소리가 수시로 들린다. | ||
마음에 인 파문은 도통 가라앉을 기미가 없고 겨우 두세 걸음 옮긴 것 같은데 벌써 금대봉 정상(1418m)이다. 산에 올랐다기보다 저절로 산이 다가온 듯하다. 정상에는 산림감시초소와 금대봉임을 알리는 작은 표지석 그리고 ‘양강발원봉’이라고 씌어진 나무판자 하나가 박혀 있을 뿐이다.
금대봉을 양강발원봉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금대봉 기슭 황지못에서 시작된 물이 남동쪽으로 낙동강을 이루고 검룡소에서 흘러간 물이 북서쪽으로는 한강의 시원이 되기 때문이다.
이제 어디로 갈 것인가 명확히 할 시점이다. 금대봉에서 태백 방향으로 길을 틀면 매봉산이고, 정선 방향으로 내려가면 우암산과 대덕산 그리고 분주령이다. 일반 산행이라면 매봉산행도 괜찮지만 들꽃트레킹이라면 분주령 코스가 훨씬 낫다.
금대봉에서부터 분주령을 지나 검룡소까지 가는 코스의 거리는 6㎞. 2시간 30분쯤 걸린다. 그러나 들꽃과 함께하다보면 어쩌면 하루 해도 모자랄 지경이다. 그러나 아무리 꽃이 좋더라도 ‘늦어도 언제까지는 코스를 완주한다’는 계획을 사전에 정해야 실수가 없다. 또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이정표대로 걸음을 옮기라는 것. 야생화를 좇다보면 간혹 길에서 벗어나게 마련. 그러다 길을 잃으면 큰 낭패다.
분주령으로 가는 길에도 색색의 꽃들이 발길을 끈다. 하얀색 꽃이 마치 제비처럼 생긴 졸방제비꽃도 좋고 미나리아재비의 밝은 웃음도 싱그럽다. 벌깨덩굴은 언제 보아도 신기하다. 영락없이 한 마리 흰색 나비가 보라색 꽃에 앉아 꿀을 빨아먹고 있는 모습이다.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나비가 날갯짓까지 한다. 곳곳에 보이는 벌깨덩굴 군락에선 마치 나비가 군무를 추는 듯하다.
금대봉 정상에서부터 40분쯤 걸어가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고목나무샘’ 방향으로 가는 길과 우암산 쪽으로 가는 길이 그것이다. 고목나무샘은 일부 학자들이 한강의 진짜 발원지라고 주장하는 곳이기도 하다. 고목나무샘과 제당궁샘, 물구녕 석간수, 예터궁에서 흘러내린 물이 검룡소 물줄기를 이루기 때문이다.
고목나무샘 쪽으로 탐방로가 나 있지만 생태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우암산 길을 택해도 두 길은 다시 만난다. 우암산 기슭에는 벌개미취와 개망초가 드넓게 군락을 이루고 있다. 분주령 코스에서 이곳만큼 꽃들이 무더기로 피어 있는 곳은 없다.
▲ 고목나무샘이 있는 우암산 기슭에 개망초가 하얗게 산을 뒤덮고 있다(위), 아래는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 하루 2000t이 넘는 물이 이곳에서 흘러나온다. | ||
트레킹코스의 방점은 검룡소에서 찍는다. 분주령에서부터 2㎞쯤 아래로 내려가면 검룡소다. 내리막길이라 30분이면 검룡소까지 닿는다. 검룡소는 한강의 진짜 발원지다. 고목나무샘이니 제당궁샘이니 말이 많지만 1987년 국립지리원에 의해 최장 발원지로 공식 인정되었다. 둘레가 약 20m이고 사계절 9℃ 이하의 지하수가 하루 2000t씩 석회암반을 뚫고 솟아나와 폭포를 이룬다. 그 아래 조붓한 바위에 걸터앉아 발을 담그고 있자면 먼 길 걷느라 피로했던 몸이 금세 회복되는 느낌이다.
여행 안내
★가는 길: 중앙고속도로 제천IC→38번 국도 이용 사북, 고한 지나 두문동재 터널 앞에서 우측길→두문동재(금대봉 입구)
★숙박: 두문동재 부근에는 숙박시설이 없다. 사북에서 두문동재 가기 전인 고한이나 두문동재에서 검룡소 가는 중간인 황지 또는 검룡소 지나 가덕산 부근에서 숙소를 잡는 방법이 있다. 검룡소를 염두에 둔다면 가덕산 훈련장 근처 ‘하늘못펜션’(033-553-3997)이 좋다. 4인 기준 7만~8만 원. 황지동에는 ‘대현장여관’(033-552-3337)이 있다. 강원랜드 근처 고한, 사북 등지에는 모텔이 많다.
★먹거리: 맛집을 찾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현지인들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가끔은 굳이 물을 필요도 없이 ‘그림’으로 대신하는 경우가 있다. 태백 ‘초막손칼국수’(033-553-7388) 앞은 점심시간이면 손님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은 손칼국수가 아니라 두부찜과 고등어찜, 갈치찜. 손칼국수집에는 사실 손칼국수가 없다. 찜요리의 맛은 매우 자극적이다. 진하고 걸쭉한 양념이 이 집만의 비법이다.
★문의: ▶태백시 관광문화과(http://tour.taebaek.go.kr) 033-550-2085
▶태백관광안내소 033-550-2828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