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원의 연못에 연꽃이 가득 피었다. | ||
경기도 용인시 호암미술관 앞에 조성된 ‘희원’. 1997년 5월에 개원한 이곳은 좀처럼 보기 드문 순수 한국식 정원이다. 그래서인지 방문한 이들도 한결 마음이 편안해진다.
우리나라의 정원은 건물의 성격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띤다. 그러나 한 가지 원칙이 있다. 그것은 자연을 최대한 살린다는 것. 나무를 마구 자르거나 다듬어 원하는 형태로 만들고 원래 없던 것들을 채워넣는 것은 우리 방식이 아니다. 희원을 둘러보면 모든 나무와 풀과 돌들이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느껴진다.
희원의 대문 격인 보화문을 들어서면 우리나라 ‘전통정원여행’이 시작된다. 보화문은 덕수궁의 유현문을 본떠 만든 대문으로 규모는 크지 않지만 품위가 있고 자태가 아름답다. 보화문 옆에는 샛노란 금불초와 나리꽃을 닮은 하얀색의 비비추가 활짝 펴 있다.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은 매화나무 숲이다. 이곳은 정원의 도입부로 오솔길을 따라가면 작은 연못이 있는 소원에 다다른다. 매화나무 아래에는 벅수(장승)와 동자승 조각들이 여기저기 박혀 있다. 그 돌조각 주위에는 풀이 무성하다.
소원은 손바닥만 한 연못과 단 한 칸짜리 정자로 구성돼 있다. 이 작은 정자는 창덕궁 후원에 있는 애련정을 모방해 만든 것으로 관음정이라고 한다. 관음정 주위에는 제 철도 모르는 듯 국화들이 벌써부터 필 태세다.
소원을 지나면 그보다 큰 연못을 만난다. 이곳이 주정이다. 호암미술관 전면에 자리한 주정은 1200평의 넓은 마당으로 120평 크기의 연못과 정자 등으로 이뤄져 있다. 연못에는 연꽃들이 빨갛게 꽃을 피웠다. 정자는 우거진 나무에 둘러싸여 포근하다. 이 정자는 호암미술관의 설립자인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아호를 따서 호암정이라고 이름 붙였다. 창덕궁 승재정의 이미지를 그대로 살렸다고 한다.
주정 오른편에서 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주정 연못의 물들이 희원 앞 호수로 흘러들어가는 소리다. 이 물길을 계류라고 하는데 이 주변에는 돌배나무와 수양버들, 붓꽃 등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이밖에도 희원에는 월대, 양대 등 우리나라 전통정원의 양식을 계승한 곳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희원에는 다실도 있다. 주정 북서쪽에 관람객들의 휴식을 위한 작은 공간이 숨은 듯 자리하고 있다. 나무와 풀에 가려 잘 보이지도 않는 건물이다. 찻집 하나에도 자연에 순응하는 자세가 엿보인다.
★길잡이: 영동고속도로 마성 또는 용인톨게이트→에버랜드→호암미술관
★문의: 호암미술관(http://www.hoammuseum.org) 031-320-1801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