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관광길에 한 번쯤 거쳐 가는 코스라고 생각하고 분재예술원을 찾은 여행객들은 그야말로 깜짝 놀란다. 입구로 들어서는 순간부터 펼쳐지는 선경은 말 그대로 상상 이상이다.
1만 평의 부지에 회양목, 주목, 노간주나무, 육송 등 갖가지 나무들이 이리 비틀리고 저리 비틀리면서 마치 이 세상의 것들이 아닌 것처럼 심어져 있다. 군데군데 박힌 돌들도 예사롭지 않다. 들녘에 있었으면 그저 그런 돌덩어리에 불과했겠지만 그 쓸모없는 것들도 이곳에 와서 새 생명을 얻었다. 못생겨서 더 고마운 돌들. 다공질 현무암 괴석에서부터 화산석까지 다양한 모양의 수석들이 분재들과 어우러져 있다.
믿기지 않는 사실은 이 모든 작품을 한 사람이 완성했다는 것이다. 서리가 내려앉은 듯 백발이 성성한 성범영 원장(68)이 그 주인공. 분재예술원을 완성하기까지 꼬박 24년이 걸렸다. 1968년 시작한 사업이 1992년 드디어 결실을 맺고 개원하기에 이른 것.
분재원은 국내외 유명인사들이 제주 방문 때 빼놓지 않고 거쳐 가는 필수여행코스다. 우리나라 언론보다 해외에 더 잘 알려졌기 때문이다. 미국 CNN이 특별히 분재원을 다루기도 했고 영국 BBC, 일본 NHK 등에서 취재하기도 했다.
분재원을 그냥 돌아보는 데는 한 시간이면 족하다. 하지만 나무와 대화를 나누며 사색에 잠기다보면 시계바늘의 움직임 따위에는 신경조차 가지 않는다. 500년 된 향나무, 130년 수령의 소나무, 300년은 훨씬 더 됐다는 주목 등 세월의 아름다움이 깃든 나무를 보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다. 각각의 작품에는 나무의 종류와 분재에 대한 설명서가 있어서 작품 감상에 어려움이 없다. 관람객이 많지 않을 때는 해설사의 친절한 설명을 들으며 분재 감상법과 키우는 법 등에 대해 배워볼 수도 있다.
참고로 분재의 가격은 묻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한다. 분재를 완성하기까지 흘린 땀과 쏟은 사랑을 금전으로 환산하는 것 자체가 사실은 난센스라는 것.
분재원에는 작은 폭포와 돌다리가 조경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또한 연못의 징검다리를 건너며 비단잉어에게 먹이를 주는 재미도 있다. 고등어조림, 돔베고기 등을 맛볼 수 있는 ‘옹기뷔페’도 운영 중이다.
★문의: 생각하는 정원(http://www.bunjaeartpia.com) 064-772-3701
★길잡이: 서부관광도로(대정 방향)→소인국테마파크→오설록뮤지엄→분재예술원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