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궐 안 건축물답지 않게 소박한 멋이 있는 낙선재. | ||
하지만 궁궐은 저마다 독특한 멋을 가지고 있다. 그중 특히 창덕궁은 ‘자연과의 조화’가 눈에 띄는 곳이다. 다른 건축물들의 배치도 그렇지만 최근 개방된 낙선재와 옥류천만 보더라도 창덕궁이 얼마나 자연에 기댄 공간인지 알 수 있다.
창덕궁은 경복궁에 이어 두 번째로 지어진 궁궐이다. 창덕궁은 현재 서울에 남아 있는 조선의 궁궐 중에서 그 원형이 가장 많이 남아 있고 자연과의 조화로운 배치가 뛰어나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웅장한 건물들이야 둘째 치고 헌종왕의 임시거처였던 낙선재와 왕들이 풍류를 즐겼던 옥류천은 정말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니 절대 놓치지 말자.
낙선재는 헌종 13년(1847년) 왕이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며 책을 볼 수 있도록 지은 공간으로 지난 6월 비로소 일반에 공개됐다. 낙선재와 석복헌, 수강재 등 부속건축물들을 통틀어 낙선재 구역에 넣고 있다. 낙선재는 일제강점기에 대조전이 불탔을 때 순종이 기거했고 그 뒤 왕실가족들이 잠깐씩 거처로 사용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는 영친왕의 부인인 이방자 여사가 1989년까지 살았다.
낙선재는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이다. 그래서인지 궁궐에 있는 건축물답지 않게 매우 소박하다. 다만 낙선재를 둘러친 담만큼은 화려하다. 낙선재 담은 꽃무늬 장식의 화초담. 건물 밖으로 나와 낙선재 꽃담을 따라 걷는 맛이 일품이다. 다락방처럼 높게 만든 누마루 밑의 화방벽에서도 보는 맛을 느낄 수 있다. 화방벽은 불씨가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아궁이 앞에 설치한 벽. 그 벽을 단순히 면분할 해놓았을 뿐인데 그 아름다움이 이탈리아 성당의 유리그림 이상이다.
옥류천은 창덕궁의 가장 북쪽에 있다. 걸어가는 데만 30분은 족히 걸린다. 2004년 4월 후원과 함께 개방된 이곳은 왕이 신하들과 술잔을 띄우며 놀던 곳이다. 널찍한 바위 위에 ‘U’자형 홈이 패어 있는데 이 홈을 따라서 물이 끊임없이 흐르고 있다. 옥류천에는 소요정, 태극정, 청의정, 농산정, 한정 등 5개의 정자가 있어 잠시 걸터앉아 쉬어가기 좋다.
한편 낙선재와 옥류천 관람시 염두에 둬야 할 것이 있다. 이 지역은 휴궁일인 월요일과 자유관람일인 목요일을 제외하고 회당 15명씩 하루 2~3회만 개방하고 있다. 옥류천의 경우 오전 10시, 오후 1시, 2시 등 3회, 낙선재는 오전 10시 20분, 오후 4시 등 2회 관람이 가능하다. 인터넷예약(http://www. cdg.go.kr)이 필수다. 자유관람일인 목요일에는 시간에 관계없이 낙선재와 옥류천 두 곳을 모두 둘러볼 수 있다. 단 낙선재 일부 지역은 공개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가는 길: 종로3가역 6번 출구에서 도보로 10분. 안국역 3번 출구에서 도보로 5분.
★문의: 창덕궁(http://www.cdg.go.kr) 02-762-0648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