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룡산 삼불봉 주변에 단풍이 곱게 들었다. | ||
‘춘마곡 추갑사’. 봄에는 태화산 마곡사가 좋고, 가을에는 계룡산 갑사를 으뜸으로 친다고 했던가. 그만큼 갑사 주변의 단풍은 곱고 아름답다.
매표소 옆 일주문을 지나면서부터 단풍 길은 시작된다. 갑사까지 이어지는 잘 정돈된 길 양옆으로 단풍이 살포시 내려앉았다. 이따금씩 떨어지는 낙엽이 길 위에 하나둘씩 쌓여 가을의 정취를 더한다. 길 왼쪽 너머 산자락에는 홍시가 수줍은 미소를 짓고 있다. 갑사까지는 약 1㎞. 산책코스로 딱 알맞은 거리다.
▲ 갑사 마당에 걸린 연등. 해가 지고 나면 단풍을 대신해 함초롬히 주위를 물들인다. | ||
계룡산 단풍의 제 맛을 만끽하려면 산행에 나서보자. 계룡산은 해발 845m로 그리 높진 않지만 수려한 산세를 지닌 명산이다. 주봉인 천황봉에서 쌀개봉, 삼불봉으로 이어진 능선이 닭의 볏을 지닌 용의 형상을 닮았다고 해서 계룡산(鷄龍山)이다. 서북쪽의 갑사와 더불어, 동쪽의 동학사, 서남쪽의 신원사, 동남쪽의 용화사 등 4대 고찰이 계룡산에 고즈넉이 자리하고 있다.
갑사에서부터 시작된 단풍산행은 금잔디고개→삼불봉→자연성릉→관음봉→동학사로 끝을 맺거나, 관음봉에서 연천봉으로 길을 틀어 신원사나 다시 갑사 방향으로 내려오는 것이 보통이다. 어느 길을 택하든 대략 5시간 정도가 걸리는 만만찮은 산행이다.
갑사에서부터 금잔디고개까지는 약 2.3㎞. 넉넉잡아 2시간 정도의 거리다. 도중에 용문폭포를 만나는데 주변의 단풍이 특히 곱다. 아무리 심한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고 흐르는 영험함 때문에 기우제의 단골장소로 이용되는 곳이 바로 용문폭포다. 그러나 올해처럼 극심한 가을 가뭄에는 이 폭포도 어쩔 수 없었던 듯 물줄기가 말라붙었다. 가을 가뭄은 단풍에도 영향을 미쳤다. 알록달록 색깔을 내기는 하지만 들다만 것들이 많고 바짝 타들어가 버린 이파리들도 허다하다.
용문폭포에서 금잔디고개 가는 길이 계룡산 산행에서는 가장 어렵다. 끊임없는 오르막이기 때문이다. 내딛는 발걸음이 물에 젖은 솜뭉치처럼 무겁다. 그러나 급할 것 없다. 급하게 오르느라 풍경을 놓치느니 쉬엄쉬엄 가며 단풍의 노래를 듣는 길을 택하자.
금잔디고개는 고갯마루부터 봉우리까지 금잔디가 뒤덮여 있던 곳. 그래서 금잔디고개다. 해질 무렵 햇살에 부서지는 금잔디가 환상적이었다지만 지금은 찾아볼 수 없고 그저 이름만 남았다. 금잔디고개까지 올랐다면 산행은 7부 능선을 넘은 것이다. 이곳에서부터는 약간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며 주변의 경치를 만끽하면 된다.
자연성릉은 계룡산 최고의 ‘단풍 전망대’다. 특히 동학사 방향의 계곡으로 단풍이 눈을 즐겁게 한다. 알록달록한 단풍의 물결. 암릉 위에서 그 속으로 뛰어내리고픈 위험한 욕망이 꿈틀거린다.
관음봉에 이르면 갑사로 도로 내려갈지 아니면 동학사로 길머리를 잡을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만약 차량을 가지고 갔다면 어쩔 수 없지만 동학사나 신원사 방향으로 내려가는 것도 좋다.
신원사 길은 갑사나 동학사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아 조용한 산행을 즐길 수 있고, 동학사로 내려오면 돌아가는 길에 유명한 유성온천에 들러 산행의 피로를 말끔히 풀 수 있다.
여행 안내
★길잡이: 정안IC→23번 국도(공주 방면)→백제큰다리 앞에서 좌회전→32번 국도→신공주대교 끼고 우회전→23번 국도 진두교 지나 월암리에서 갑사 이정표 보고 좌회전→갑사
★잠자리: 갑사 입구에 숙박업소가 있다. 그러나 갑사까지 왔다면 템플스테이를 추천하고 싶다. 굳이 불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한번쯤 체험해볼 만하다. 새벽예불, 참선, 다도, 발우공양, 사찰순례 등의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져 있다.
★먹거리: 갑사 입구에 먹거리촌이 조성돼 있다. 산울림식당, 서울식당 등 10여 개의 음식점이 있고 메뉴도 산채비빔밥, 묵채밥, 산더덕구이정식, 토종닭 등으로 엇비슷하다.
★문의: 공주시청(http://www.gongju.go.kr) 문화관광과 041-840-2114, 계룡산 갑사(http://www. gapsa.org) 041-857-8981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