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암사 부도밭을 지나면 만나게 되는 무지개 모양의 승선교. | ||
조계산 동남쪽에 자리한 선암사는 한국불교 태고종의 ‘총림’이다. 승려들의 참선수행 전문도량인 선원과 경전교육기관인 강원, 계율 전문교육기관인 율원 등을 모두 갖춘 사찰을 총림이라고 한다. 이 사찰은 백제 성왕 7년(529년)에 창건된 후 여러 번의 중창과 복원 과정을 거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그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선암사는 보여줄 게 많은 사찰이다. 유서 깊은 건축물과 유물들이 곳곳에 널려 보물 그 자체라고 해도 좋을 사찰이 바로 선암사다.
선암사 경내로 들어서 부도(고승의 사리를 안치한 탑)밭을 지나면 무지개 모양의 돌다리가 보인다. 승선교(昇仙橋)다. 말 그대로 풀이하자면 신선세계로 오르는 다리. 참 멋들어진 이름이다. 반원형의 아치는 다리 아래로 흐르는 계곡물에 비치어 완벽한 원을 그려낸다. 하지만 지금은 계절상 계곡의 물이 거의 없어 그 환상적인 모습을 볼 순 없다. 선암사 승선교는 인근 벌교의 무지개 모양 홍교보다 약 20년이 앞선다.
승선교 뒤로 보이는 강선루를 지나 두어 번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고 나면 비로소 선암사의 대문이라고 할 수 있는 일주문이다. 보통 일주문은 평지에 세워지게 마련인데 여기 것은 돌계단으로 층계를 쌓은 후 거기에 일주문을 세웠다.
▲ 눈 내린 선암사 경내. | ||
대웅전 뒷마당에는 원통전과 첨성각, 장경각 등의 각종 작은 크기의 전각들이 위치해 있다. 대웅전 좌측으로는 무량수전과 창파당 등의 전각이 있다. 그중 창파당은 종무소와 경전을 교육하는 강원으로 사용하는데 그 모양이 사찰의 양식이라기보다 전통적인 양반집의 안채를 연상시킨다.
선암사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우소가 있다. 겉보기에는 전혀 화장실처럼 보이지 않는 고풍스런 건축물이다. 다만 민망스럽게도 이곳은 완전 개방된 공간이다. 문도 없고 벽도 없다. 칸막이가 있기는 하지만 허리춤에 이를 뿐이다.
선암사를 둘러보고 나오는 길에는 범종루 왼편에 자리한 성보박물관 관람을 빼놓지 말자. 성보박물관은 훼손이나 도난 등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선암사의 귀중한 문화유물들을 보존하고 관리하는 박물관이다. 이곳에는 선암사 삼층석탑에서 나온 유물들과 금동향로, 금동관음보살좌상, 대각암동종 등 불교관련 문화재 2000점이 소장돼 있다. 월요일과 추석, 설에는 휴관한다.
★길잡이: 호남고속도로 승주IC→22번 국도→승주읍→857번 지방도→괴목마을→선암사
★문의: 선암사(http://www.seonamsa.co.kr) 061-754-5247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