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제장 한편에 마련된 나귀마차 체험. | ||
서울과 가까워 나들이 장소로 각광을 받는 경기도 포천 백운계곡. 한파로 전국이 꽁꽁 얼어붙은 요즘 이곳은 오히려 활기가 넘친다. 여름 내내 철철 넘쳐흐르던 계곡은 얼음썰매장으로 옷을 갈아입었고 산비탈은 눈썰매장으로 탈바꿈했다. 아무리 껴입어도 가만히 있으면 뼛속까지 시린 겨울이지만 뛰고 놀다보면 양파껍질처럼 한 꺼풀씩 옷을 벗어야 할 만큼 신나는 축제의 장이 펼쳐지고 있다.
300여 평쯤 되는 계곡 옆 공터에 물을 가두어 만든 얼음썰매장은 최고의 가족놀이터다. 미끄러져 넘어지고 자빠져도 웃음만 난다. 아이를 앞에 태우고 썰매를 지치는 엄마는 동심으로 돌아간 듯 아이보다 더 즐겁다. 아이의 썰매를 끌다가 미끄러져 고꾸라진 아빠는 멋쩍은 듯 머리만 긁적인다. 집에서는 춥다고 떼만 쓰던 아이들은 체감온도가 영하 10도인 썰매장에서 빠져나올 줄 모른다.
눈썰매장은 얼음썰매장에 비해 규모가 있는 편이다. 폭이 넓지는 않지만 10여 명이 한꺼번에 썰매를 타고 내려올 수가 있다. 게다가 경사가 45도 정도에 길이가 50m가 넘어 제법 기분이 난다. 아이들은 속도감을 못 이겨 눈밭에 내동댕이치듯 나동그라져도 마냥 신나는 모습이다.
동장군축제에는 다채로운 체험거리가 있어 전혀 심심하지 않다. 나귀마차를 타고 축제장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은 색다른 추억거리. 또한 곳곳에 마련된 모닥불에서 감자나 고구마를 구워먹는 맛도 참 좋다. 타지 말라고 은박지에 싸서 모닥불에 던져 넣지만 기대와 달리 숯검정이 돼서 나오는 것들. 뭐라도 먹을 게 있나 살펴보느라 손이 까매졌다. 자꾸만 쫓아오는 연기 때문에 눈은 맵고 그 까만 손으로 비비니 얼굴은 ‘꼬질꼬질’. 서로 그 모습을 보며 뭐가 그리 즐거운지 한바탕 웃음바다다.
▲ 눈 덮인 계곡에서 토끼몰이를 하는 가족들. 오른쪽은 가나 카메룬 콩고 등의 유물 2000여 점이 전시돼 있는 아프리카문화원. | ||
아이들의 관심사는 왠지 허술해 이 연이 과연 하늘을 날까 하는 것. 연을 조심스레 들고 천막 밖으로 나가는 가족들은 바람을 가늠해 연을 힘차게 날린다. 간혹 빙빙 돌다 무참히 곤두박질치는 연도 보이지만 대부분은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하늘 위로 힘차게 날아오른다.
이색 체험거리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눈밭 토끼몰이. 얼음썰매장 위편 공터에는 인공토끼굴과 소나무를 얽어 만든 움막 등이 설치돼 있다. 이곳에서 여행객들은 토끼들의 ‘농락거리’가 되곤 한다.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가 사람이 달려들라치면 재빨리 달아나는 토끼를 잡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토끼몰이는 작전을 잘 짜야 한다. 무작정 토끼에게 달려들다가는 ‘백전백패’. 되도록 좁은 지역으로 토끼를 몰고 위장한 사람들이 그 앞에 대기하고 있다가 잡아야 한다.
얼음계곡에는 얼음나무들이 우뚝 서 있는데 이것도 볼거리다. 커다란 나무를 계곡에 세우고 축제기간 내내 물을 뿌려 덩치를 키운다. 홀쭉했던 나무는 축제가 끝날 때쯤 둘레가 5m도 넘는 거대한 얼음나무로 변신한다.
포천은 온천의 고장이기도 하다. 차가워진 몸을 데우는 데 온천만 한 것이 없다. 일동온천이나 신북온천은 포천의 자랑. 포천시 일동면은 유황온천지구로 1개의 온천과 2개의 대형 욕장이 있다. 각각마다 시설이 조금씩 다르지만 황토, 맥반석, 옥 등 한국 특유의 재료를 사용해 만든 사우나, 한증막, 탕과 실내 수영장 등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그 규모나 시설 면에서 신북온천이 더 낫다.
포천과 연천 경계에 자리한 신북온천은 ‘열두개울’ 계곡을 끼고 있어 주변 풍광도 수려하다. 국내 최고의 중탄산나트륨 온천으로 물이 매끄럽고 부드러워 피부미용에 좋다는 소문이 돌면서 이곳은 왕방산과 소요산 등산을 즐긴 후 꼭 들르는 명소가 됐다.
신북온천은 최근 건물을 새로 지어 가족형 온천리조트로 재탄생했다. 다소 지루하고 따분한 분위기의 온천에서 가족단위 휴양시설로 바뀐 것. 파도풀장과 전통 재래식 불한증막, 노천탕 등 세대불문 즐거운 온천욕을 할 수 있다.
특히 야외에서 온천욕을 즐기는 노천탕은 꼭 한번 이용해보자. 온천욕 자체의 효험도 좋지만 무엇보다 주변 경치를 감상하며 여유로운 온천욕을 할 수 있다. 눈 덮인 숲과 계곡 속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온천수에 가만히 몸을 담그고 있어보라. 그곳이 바로 신선세계다.
아프리카문화원에서 5분 거리에 자리한 광릉숲은 이 겨울에도 참 좋은 산책장소다. 하늘다람쥐, 장수하늘소, 크낙새 등 천연기념물 20여 종이 살 정도로 생태계의 보고인 이 숲에는 침엽수원과 활엽수원, 관목원, 수생식물원, 습지원 등 다양한 숲이 조성돼 있다.
숲은 겨울이 되면서 참 호젓해졌다. 싸늘한 공기가 숲을 감싸고 있지만 정작 숲 내부는 따뜻하다. 눈이 내린 광릉숲은 더 포근하다. 고요한 숲의 적막을 깨는 것은 어디선가 들리는 딱따구리 소리다. 광릉숲에서도 이 겨울에 산책하기 좋은 코스는 침엽수원 가는 길. 하늘 높이 솟은 숲길 전나무들의 ‘호위’를 받으며 걷는 듯 나는 듯 가벼운 발걸음을 옮기다보면 어느 새 육림호. 얼어붙은 호숫가 통나무집이 나그네의 발걸음을 서게 만든다.
여행 안내
★길잡이: 북부간선도로 구리나들목→서울외곽순환도로 진입→퇴계원나들목→47번 국도→이동→316번 지방도 사창리 방면 우회전→백운계곡
★잠자리: 백운계곡 가는 길목인 도평리에 숙박업소가 많다. 20분 정도 자동차를 몰아 산정호수로 향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꼭 근방을 고집하지 않는다면 일동온천이나 신북온천 쪽에서 온천욕으로 하루의 피로를 풀자. 일동에는 일동제일유황온천(031-531-7430), 일동하와이(031-536-5000) 등이 있다. 신북온천(1577-5009) 주변에도 숙박시설이 많지만 인근 허브아일랜드(031-535-6498) 내에 있는 펜션이 참 정갈하고 예쁘다.
★먹거리: 포천의 대표적인 먹거리는 역시 이동갈비와 막걸리. 이동 연곡리와 장암리, 도평리, 백운계곡 등에 이동갈비촌이 형성돼 있다. 생갈비와 각종 과일로 양념한 부드러운 양념갈비의 양이 푸짐하다. 대부분 ‘원조’ 간판을 달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장암리 김미자할머니집(031-533-4069)을 강추한다. 타 지역 갈비양의 두 배가 넘는 400g 1인분에 2만 4000원. 함께 나오는 동치미국물은 가슴 속까지 얼릴 정도로 시원하다. 여기에 포천 이동막걸리를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문의: 포천시청(http://www.pcs21.net) 031-538-2114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