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래봉에 만개한 철쭉. | ||
전북 남원 운봉읍 바래봉(1167m)은 가히 전국 제일의 철쭉산행지라고 부를 만한 곳이다. 지리산 고리봉에서 북동쪽으로 갈라진 능선상에 자리한 바래봉은 스님의 밥그릇인 ‘바리때’를 엎어놓은 모습을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바래봉 등산은 운봉축산기술연구소 앞에서 시작된다.
바래봉까지는 왕복 7㎞ 거리, 3~4시간이면 다녀오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철쭉산행을 하면서 팔랑치(고개 이름)를 빼놓을 수 없고, 또 팔랑치까지 보면 부운치도 두고 올 수 없으므로 그 거리는 더욱 늘어난다. 부운치까지 총 13㎞, 산행시간을 5시간 정도로 잡으면 넉넉하다.
초반 등산길은 약간 지루한 편이다. 바래봉과 팔랑치 갈림길까지 완만한 경사가 계속된다. 게다가 등산로가 포장이 돼 있어 산길을 걷는 맛이 덜하다는 단점까지 있다. 등산로를 따라 흐드러진 철쭉이 없었다면 아마 재미없는 산행이 됐을 것이다.
바래봉 철쭉은 고도에 따라 피는 시기가 다르다. 해발 500m 이하 지역은 5월 초, 500~700m는 10일경, 700~900m는 15일경 만개한다. 20일을 전후해 정상 부근도 완전히 철쭉으로 뒤덮인다. 이번 주말이면 바래봉 철쭉은 그야말로 절정을 이룬다.
진달래와 철쭉은 그 모양이 흡사해서 구별이 쉽지 않은데 진달래는 ‘참꽃’이라 부르고 철쭉은 ‘개꽃’이라고 한다. 진달래는 꽃을 따서 먹을 수도 있지만 철쭉은 먹지 못한다. ‘개꽃’이라 불려도 좋다. 먹지 못하는 꽃이었기에 천만다행이다. 만일 철쭉이 진달래처럼 먹을 수 있는 꽃이었다면 바래봉 철쭉은 남아 있지 않았을 것이다. 1970년대 바래봉에 양 2500마리를 방목한 적이 있었다. 양들은 닥치는 대로 잡초와 키 작은 나무들을 먹어치웠지만 철쭉만은 건드리지 않았다.
팔랑치보다 더 기막힌 철쭉군락은 부운치 쪽이다. 팔랑치에서 다시 1.5㎞ 더 걸어가면 부운치. 능선을 따라 등산로가 나 있고 그 주변이 철쭉으로 뒤덮여 있다. 이곳의 철쭉군락은 다른 곳과는 다른 모습이다. 마치 미스터리서클처럼 둥글둥글한 모양을 하며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다. 사람이 일부러 만들어 놓은 모양처럼 보일 정도다.
바래봉 철쭉은 산철쭉으로 일반 철쭉에 비해 훨씬 크다. 어른 키보다 큰 것들도 많다. 키가 큰 대신 꽃이 드문드문 달리는 게 보통인데 이곳의 산철쭉은 빽빽이 꽃을 피운다. 색깔도 연분홍이 아니라 진한분홍색이다.
한편 바래봉 바로 아래 약수터 인근에는 전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전나무 아래에는 누가 일부러 심어 놓은 듯한 노란 들꽃이 만발했다.
바래봉 철쭉산행은 운봉에서 시작해 다시 운봉으로 내려가는 게 일반적이지만 팔랑치와 동남계곡을 거쳐 내령리로 하산하거나, 부운치, 세동치, 세걸산, 고리봉을 넘어 정령치로 하산하는 방법도 있다. 내령리 길은 4시간, 정령치 길은 6시간 정도가 걸린다.
▲ 통일신라시대 때 지어진 천년고찰 실상사. | ||
여행 안내
★길잡이: 대전-통영 간 고속국도→함양분기점→88올림픽고속국도→지리산IC→37번 지방도→인월마을 24번 국도→운봉읍 바래봉
★먹거리: 농촌진흥청호남농업시험장 인근에 있는 ‘운봉흑돼지전문점’(063-634-1588)을 추천한다. 지리산 청정지역에서 사육한 토종 흑돼지가 쫄깃하다. 흑돼지를 허브를 첨가한 양념소스에 2~3일 숙성시킨 허브양념갈비가 최고 인기 메뉴. 3년 묵은 김치에 싸먹는 생삼겹도 빼놓을 수 없다.
★잠자리: 실상사 가는 길에 ‘흥부골자연휴양림’(063-636-0100)이 있다. 휴양림 안에 2~10평 규모의 한옥너와집으로 된 숙박시설이 있다. 단체를 위한 25평형도 있다. 운봉읍에는 ‘정령치웰빙촌’(063-626-1011), ‘지리산대덕리조트’(063-634-1234) 등 숙박시설이 있다.
★문의: 남원시청(http://www.namwon.go.kr) 063-625-6131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