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위가 절대 넘볼 수 없는 물한계곡. 물빛마저 푸르게 물든 청정계곡이다. | ||
물한(物閑)계곡. 그 한자이름대로 이 계곡은 사방팔방 꽉 막힌 곳에 있다. 충북 영동 자체가 산으로 겹겹이 둘러싸인 지역이지만 물한계곡은 그중에서도 더 깊은 산골인 상촌면 남서쪽 민주지산과 삼도봉 아래 있다. 물한계곡에는 한천마을에서부터 시작해 가정, 중말, 괴재, 핏뜰, 황점 등 여섯 개의 자연부락이 상류에서부터 차례대로 형성돼 있다. 한천마을은 물이 차다고 해서 붙은 이름.
물한계곡 트레킹은 이곳 한천마을에서부터 시작된다. 마을 위쪽으로 난 포장길을 따라 200여 m쯤 올라가면 황룡사가 나온다. 10여 년 전 세워진 사찰로 특별히 눈길을 둘 만한 곳은 아니다. 황룡사를 지나면서부터 본격적인 숲길이 이어진다. 왼쪽으로는 계곡이 길을 따라 함께 달린다. 물소리를 들으면서 거의 평지에 가까운 숲길을 걸어 올라가길 10여 분.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잣나무숲이 눈을 채운다.
잣나무숲 앞은 민주지산(1242m)과 삼도봉(1176m)으로 가는 갈림길이다. 소백산맥의 지류인 민주지산은 특히 겨울철 등산객들이 많이 찾는 산이다. 눈 내린 겨울, 정상에 오르면 각호산과 석기봉, 삼도봉 등 시원하게 펼쳐지는 능선이 아름답다. 삼도봉은 충청, 경상, 전라 삼도와 접하는 산이다. 민주지산 정상과 삼도봉 정상은 4.3㎞의 능선으로 이어져 있다.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민주지산 쪽으로 올라 삼도봉을 거쳐 다시 돌아오는 총 12㎞의 코스를 권한다. 그러나 시간이 없다면 민주지산과 삼도봉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민주지산 왕복길은 7㎞, 삼도봉 왕복길은 9㎞ 거리다. 거리상으로야 삼도봉 길이 멀지만 물한계곡을 따라 걷기로 했으니 선택하는 데 고민이 없다. 삼도봉 쪽이 계곡길이다.
계곡 쪽은 마치 원시림과도 같은 느낌이다. 물은 철철 흘러넘치고 그 주변으로 잡목이 우거져 있다. 전혀 정돈되지 않은 거친 모습이지만 그게 본래 자연의 매력이다.
물한계곡은 세 개의 폭포를 품고 있다. 옥소폭포와 의용암폭포, 음주암폭포가 그것이다. 잣나무숲을 지나 10분쯤 더 올라가다보면 왼쪽으로 유난히 큰 물소리가 들린다. 옥소폭포다.
의용암폭포에서 15분쯤 더 올라가면 다시 왼쪽으로 폭포 하나가 더 있다. 음주암폭포다. 높이 10m 정도의 크기로 폭포물이 떨어지는 자리에 커다란 용소가 있다. 물은 깊지 않아서 한여름 물놀이하기에 제격이다.
삼도봉 정상까지 1.5㎞를 남기고 길은 계곡과 안녕을 고한다. 물소리가 없는 산길은 적막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계곡을 떠나보내자마자 철쭉이 등산객들을 맞는다. 산철쭉으로 꽃잎이 하얀색에 더 가까운 연분홍색이다. 이곳의 철쭉나무는 그 어느 곳보다 키가 크다. 일반 나무들처럼 3~4m 높이로 자란 것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철쭉을 벗 삼아 30분쯤 올라가면 삼도봉 정상이다. 이 산은 충북 영동군 상촌면, 경북 김천시 부항면, 전북 무주군 설천면과 닿아 있다. 삼도봉 정상에는 이 삼도가 함께 세운 기념탑이 있다. 여의주를 떠받친 세 마리의 용이 각각의 지역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다. 이곳에서는 매년 10월 10일 삼도의 화합을 다지는 기념행사를 연다.
대단위 포도산지인 영동은 최근 들어 ‘와이너리투어’가 인기를 얻으면서 여행지로도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그 이전까지만 해도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던 곳이다. 하지만 이곳에는 볼거리가 참 많다.
민주지산, 삼도봉과 함께 영동의 명산으로 이름난 천태산(715m)과 그 아래 자리한 영국사도 빼놓을 수 없는 영동의 명소다. 천태산은 대부분이 바위로 이루어진 산으로 75m의 수직에 가까운 암벽으로 유명하다. 등산의 재미만큼은 확실히 보장해주는 산이다. 영국사는 1300년 묵은 은행나무가 있는 사찰. 신라 문무왕 때 창건한 영국사에는 일주문 역할을 하는 만세루와 대웅전 앞 삼층석탑, 석종형부도, 원구형부도 등 다수의 문화재가 있다.
▲ 시원하게 물줄기를 쏟아내는 의용암폭포(왼쪽). 천태산 자락에 자리한 천년고찰 영국사. | ||
아픈 역사의 현장인 노근리에도 들러보자. 한국전쟁 당시 미군에 의해 양민 300여 명이 학살당한 노근리. 이 마을로 통하는 굴다리에는 아직도 총알자국들이 선명히 남아 있다.
여행 안내
★길잡이: 경부고속국도 황간IC→49번 국도→상촌면 하도대교에서 좌회전→물한계곡
★먹거리: 물한계곡 앞에 토종닭과 산채나물을 내놓는 음식점들이 있다. 그러나 영동 하면 역시 올갱이국과 어죽이 유명하다. 어죽은 양산면 ‘선희식당’(043-745-9450)과 ‘가선식당’(043-743-8665)이 알아준다. 올갱이국은 영동역이 있는 계산리 ‘일미식당’(043-743-1811)을 손에 꼽는다.
★잠자리: 물한계곡 앞에 ‘나그네민박’(043-745-2480), ‘파라다이스민박’(043-745-2425) 등의 민박집과 함께 ‘물한로하스’펜션(043-745-3008) 등 숙박업소들이 몇 곳 있다.
★문의: 영동군청 문화관광포털(http://tour.yd21.go.kr) 043-742-2101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