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질녘 장화리 앞 갯벌로 몰려든 도요새의 황홀한 군무가 시작된다. 왼쪽은 갯벌센터 앞 저어새 조각. | ||
강화도는 갯벌의 섬이다. 강화 갯벌의 전체 면적은 약 353㎢에 달한다. 특히 장화리와 동막리, 동검리를 잇는 갯벌해안은 육지로부터 최대 6㎞까지 넓게 펼쳐져 있다. 강화지역에 이처럼 많은 갯벌이 있는 이유는 해수면이 잔잔하고 주변에 섬들이 많아 해안선의 굴곡이 심하기 때문이다. 조수간만의 차가 거의 없는 데다 한 번 밀려온 퇴적물들이 고스란히 쌓이면서 자연적으로 갯벌이 형성된 것.
갯벌은 생명자원의 보고다. 해양생태계에서 가장 아래 있는 먹이창고로서 수많은 어류와 패류, 조류에게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도요새떼가 강화도를 중간 기착지로 설정한 것은 너무도 당연해 보인다. 4월 말경부터 호주에서부터 날아든 도요는 6월까지 에너지를 보충하고 다시 중국과 러시아로 떠난다. 새만금 간척사업이 시작되면서 도요는 커다란 휴식처 하나를 잃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강화도는 그 갈 곳 잃은 도요들을 넓은 품으로 감싸 안는다.
훤히 바닥을 드러냈던 갯벌 위로 바닷물이 들기 시작하면 도요도 그 속도에 맞춰 무리지어 해안으로 찾아든다. 먼 갯벌에서부터 차근차근 진군해오는 파도에 쫓겨, 끝내는 해안까지 밀려오는 것이다.
도요는 장화리에서 여차 가는 길에 자리한 강화갯벌센터 앞이 관찰하기에 가장 좋다. 센터 측이 사람들의 갯벌 출입을 금함으로써 도요에게 완벽한 보금자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센터의 망원경을 이용하거나 탐방로를 따라 내려가면 보다 가까운 곳에서 도요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만약 물때가 맞는다면 저녁 무렵 이곳을 찾아보라. 그렇다면 환상적인 도요의 군무를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지역은 최고의 해넘이 명소이기도 한데 태양이 바다를 온통 붉게 물들이며 떨어지는 모습은 황홀경 그 자체다. 그 해넘이를 배경으로 도요들이 춤을 춘다고 생각해보라. 상상만으로도 즐겁지 않은가.
물때는 센터(032-937-5057)에 문의하면 친절히 안내해주니 그 멋진 광경을 보고 싶거든 반드시 확인 후 방문하자.
갯벌은 도요뿐 아니라 사람들에게도 멋진 휴식처다. 갯벌센터 앞을 제외하고 강화도 서남단 갯벌의 거의 전 지역이 개방되어 있다. 특히 동막해안 일대는 접근성이 좋아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물이 빠져나가면 사람들은 작정하고 갯벌로 뛰어든다. 옷에 펄이 튀든 말든, 얼굴에 묻든 말든 개의치 않는다.
갯벌은 아이들에게는 최고의 교육장소다. 자녀들의 손을 이끌고 갯벌로 향하는 부모들의 모습도 눈에 많이 띈다. 처음에는 더럽다며 떼를 쓰던 아이들은 어느새 갯벌과 친구가 된다. 가무락조개와 농게, 칠게를 잡고, 펄쩍 뛰며 약올리는 망둥이를 좇느라 정신없다.
강화도를 둘러보다 보면 갈림길마다 어디로 길머리를 틀어야 할지 난감해질 때가 많다. 전등사와 마이산, 고인돌군락, 돈대 등 역사적인 장소들을 가리키는 각각의 이정표가 사방팔방으로 안내하기 때문이다.
단군왕검의 세 아들이 쌓았다는 삼랑성 내에 자리한 전등사는 강화도의 대표적인 절이다. 대웅보전과 범종, 법화경 목판 등 보이는 거의 모든 것들이 다 보물덩어리다. 화려한 색채로 다시금 치장하지도 않았지만 수수함 그 자체로 전등사는 감동을 준다.
외포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석모도로 들어가면 보문사를 만나게 된다. 석모도 석포리선착장에 도착한 후 차로 10여 분 달려 들어가면 낙가산 중턱에 보문사가 있다.
이 절은 우리나라 3대 도량 가운데 하나로 꼽힐 정도의 명찰이다. 선덕여왕 4년(635년)에 창건된 절로 고씨 성을 가진 어부가 바닷가에서 불상과 나한상 22구를 그물로 낚아 올려 절의 우측 석굴에 봉안했다는 전설이 있다. 이 석굴은 희망을 이루는 기도처로 알려져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보문사 왼쪽으로는 백팔계단이 있고 뒤쪽에는 마애석불좌상이 있다. 일명 눈썹바위라는 이름의 암벽에 양각된 석불좌상으로 이 앞에서 내려다보는 서해바다의 풍경이 운치 있다.
이외에도 민족의 영산 마니산과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고인돌군락 등 강화도는 ‘지붕 없는 박물관’ 그 자체다. 도무지 하루에 돌아볼 코스가 아니다. 하루 나절 생각하고 강화도 여행계획을 세웠다면 가슴에 담아가지 못 하는 것들이 너무 많아 후회막급. ‘강화도의 재발견’을 위해 여유를 가지고 계획을 짜볼 것을 당부한다.
▲ 잊혀진 60~70년대를 연상케 하는 교동도 풍경(위쪽). 물이 빠져나간 갯벌은 여행객에게 좋은 추억의 장소다. | ||
창후리는 밴댕이와 함께 황복이 유명한 곳이다. 창후리 선창은 민통선 북단에 자리한 교동도를 왕복하는 배가 뜨는 곳이기도 하다. ‘창후리 황복마을’이라는 큼지막한 입간판이 서 있는 이 동네는 쫄깃한 맛으로 유혹하는 황복 산지다. 짬이 난다면 창후리에서 배를 타고 교동도에 한번 들어가 볼 것을 권한다.
교동도는 시간이 멈춘 섬이다. 60년대의 풍경을 연상시키는 골목과 집들이 마을을 이루고 있는 이곳을 걷다보면 시간의 터널을 뚫고 과거로 간 듯한 느낌마저 든다. 예부터 부자가 많이 살았다지만 쇠락한 이 마을에서 부자의 흔적을 찾기란 쉽지가 않다. 대신 아련한 향수를 되살리기에는 제격이다.
여행 안내
★길잡이: 강화도 가는 길은 48번 국도를 이용한다. 이 길을 계속 따라가면 적석사 방면 강화대교가 나온다. 동막리나 장화리 방향은 초지대교를 건너는 것이 낫다. 48번 국도를 타고 가다가 누산삼거리에서 좌회전, 352번 지방도를 따라가면 된다.
★먹거리: 강화도를 대표하는 맛 하나는 바로 밴댕이회. 요즘이 밴댕이철이다. 선수포구에 밴댕이횟집들이 있다. 24년 전 처음 밴댕이회를 내놓은 청강횟집(032-937-1994)을 추천한다. 회무침 2만 원(3~4인 기준). 일반 생선회의 경우 초지리 어시장회센터가 싸고 싱싱하다. 포구 내에 회센터가 들어서 있다. 어선의 이름을 딴 횟집들이 입주해 있는데 농어·광어 등이 1㎏에 3만~4만 원 선.
★잠자리: 강화도 내에는 모텔 등 깨끗하고 괜찮은 숙박업소들이 많다. 요즘은 특히 펜션이 많이 들어서 보다 편안하고 낭만적인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노을이 아름다운 장화리에 들꽃펜션(032-937-7540), 가천의대 앞 선두리바닷가에 바다풍경(032-937-5933) 등이 있다.
★문의: 강화군청(http://www. ganghwa.incheon.kr) 문화관광과 032-930-3621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