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룡계곡에서 물놀이를 하며 더위를 씻는 사람들(위). 매표소를 지나자마자 바로 구룡교가 나온다. 그 아래로 구룡계곡물이 철철 넘쳐흐른다. 쉬었다 가기 좋은 장소다. | ||
치악산(1288m)만큼 등산로가 다양한 산도 흔치 않다. 구룡사, 황골, 관음사, 국향사, 부곡리, 영원사, 상원사 등 주요 등산로만 해도 일곱 개가 넘는다. 치맛자락처럼 펼쳐진 산 아래 거의 모든 곳이 치악산 등산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각 등산로는 저마다의 특징이 있고 또한 그 어느 곳에도 뒤지지 않는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그중에서도 구룡사 방면은 특히 여름에 추천할 만한 코스다. 길옆으로 내내 계곡이 흐르고 숲은 금강소나무로 채워져 있다. 소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향이 심신을 안정시키고, 맑고 서늘한 계곡물은 더위를 한방에 날려버린다.
구룡사 계곡 트레킹은 ‘황장금표’가 있는 매표소에서부터 시작한다. 황장금표는 치악산의 황장목(금강소나무)에 대한 일반인의 도벌을 금지하는 바위글자다. 매표소 30m 전방 좌측에 ‘黃腸禁標’(황장금표)라고 한자로 새겨진 바위가 있다. 황장목은 나무의 안쪽 색깔이 누렇고 몸체가 단단한 최상급의 소나무로 왕실에 올리는 특산물 중 하나였다. 강원도에서는 인제, 양양, 영월 등이 황장금표를 새겨 황장목의 도벌을 금지했는데 특히 치악산의 황장목은 나무가 곧게 뻗어 버릴 게 없기로 유명했다.
황장금표 바위를 지나 200m 정도 가면 구룡교가 나온다. 교각 양끝으로 용이 조각돼 있는 다리다. 그 밑으로는 계곡이 넘쳐흐른다. 다리 아래 계곡은 너럭바위가 많아 등산객들이 쉬었다 가기에 좋다.
구룡교를 지나면서부터 본격적인 트레킹 코스다. 길은 평탄하다. 산길을 오른다는 느낌이 전혀 없다. 숲은 점점 깊어져 황금소나무들이 길옆으로 빽빽이 늘어서 있다. 하지만 그 틈에는 간간이 여러 잡목 활엽수들이 보인다. 예전에는 구룡교에서부터 구룡사까지 밀림처럼 황장목이 숲을 다 채웠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활엽수들이 늘어나고 점차 황장목의 자리도 위협받고 있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이 숲의 어엿한 주인은 황장목이다.
구룡사는 1971년 유형문화 제24호로 지정된 명찰이다. 통일신라시대 의상대사가 668년(문무왕 8년)에 창건한 사찰로 아홉 마리 용이 살고 있었다고 해서 구룡사다. 지금의 대웅전 자리에 아홉 마리 용이 살던 연못이 있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현재는 아홉 구(九)자 대신 거북 구(龜)자를 쓴다.
구룡사에는 볼거리가 많다. 경내로 들어가는 정문인 보광루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멍석이 깔려 있다. 보광루는 2층 누각인데 이 멍석은 2층 마루에 널찍이 깔려 있다. 무려 3명의 인부가 3개월에 걸쳐 초대형 멍석을 만들었다고 한다. 보광루는 비록 조선후기의 건물이지만 원주 일대에서 이보다 큰 옛 건물을 찾기가 힘들다. 보광루 왼쪽에는 범종각이 있고 대웅전 왼쪽 옆에는 1000개의 불상을 모신 천불전이 자리하고 있다.
구룡사 바로 위쪽에는 구룡계곡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룡폭포가 있다. 폭포 아래에는 깊은 소가 형성돼 있다. 소는 물이 깊어 짙은 녹색이다. 구룡폭포는 높이 7~8m 쯤 되는 1단 폭포로 상단부는 평평한 계곡이다. 구룡사를 지나온 사람들은 염치 불구하고 웃통을 벗어 던지며 계곡으로 뛰어들어 더위를 식힌다. 계곡은 세렴폭포 너머까지 이어진다.
세렴폭포 가는 길에는 구룡계곡 자연학습원이 있다. 들꽃과 습지식물을 심어 놓은 곳이다. 이곳에는 매발톱과 붓꽃이 만발했다. 조붓한 학습원이지만 잠시 들러 꽃구경을 하다 가기에 적당하다.
자연학습원을 지나면서 숲은 더 깊어진다. 계곡에는 푸른 이끼를 뒤집어쓴 바위들이 보인다. 세렴폭포는 구룡계곡 트레킹의 중간점이자 마지막 지점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다. 세렴폭포를 지나면서 진짜 치악산행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별 힘들이지 않고 걸어왔다면 이곳에서부터는 이를 ‘악’물고 치‘악’산을 올라야 한다.
▲ 1. 치악산 금강소나무 숲길. 2. 아홉 마리 용의 전설이 서린 천년고찰 구룡사 3. 시원한 물줄기를 쏟아내는 구룡폭포 4. 2단으로 이루어진 세렴폭포. | ||
하산은 서쪽 능선을 따라 내려가는 게 보통이다. 10분 정도 걸으면 비로봉 통제소 안부로 내려선다. 여기서 북쪽으로 계곡길이 나 있다. 계곡으로 난 길이라 계곡길이다. 이 길은 경사가 급한 구간이나 계류에는 철사다리가 설치돼 있다. 계곡길을 내려오다 보면 구룡사 계곡에서 가장 큰 칠석폭포와 마주한다. 높이 15m쯤 되는 장대한 폭포다. 이후 5분쯤 걸으면 다시 세렴폭포 출발점이 나타난다.
사뿐히 계곡의 묘미를 즐기고 더위를 식힐 생각이라면 세렴폭포까지가 적당하다. 하지만 다소 아쉽다는 생각이 들면 ‘이열치열’, 땀 한번 흠뻑 흘린다 생각하고 비로봉 정상까지 도전해보는 것도 괜찮다.
여행 안내
★길잡이: 영동고속국도 새말IC→442번 지방도→구룡사 방향 42번 국도→학곡삼거리에서 구룡사길→구룡매표소
★먹거리: 구룡매표소 옆쪽에 자리한 구쌍다리식당(033-731-6230)을 추천한다. 직접 방목시켜 키우는 토종흙돼지 맛이 좋은 집이다. 토종흙돼지 생고기가 1만 원(1인분)이다. 운동량이 많은 돼지인 탓에 육질이 쫄깃쫄깃하고 비계가 적어 담백하다. 토종닭과 오리도 맛있다. 토종닭백숙, 오리백숙 각 3만 원.
★잠자리: 구룡사지구 내에 산장과 민박집들이 즐비하다. 시루봉민박(033-721-8693), 그린캠프(033-731-6646), 옛산장가든(033-731-9658) 등이 묵을 만하다.
★문의: 치악산국립공원(http://chiak.knps. or.kr) 033-732-5231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