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는 2012년 세계박람회 유치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실사단의 평가는 좋다지만 평창의 사례처럼 막판 로비로 결과가 흐트러질까 긴장의 끈을 바짝 조이고 있는 상태. 박람회 유치 신청 이후 여수의 여행지에 대한 마케팅과 관리도 부쩍 나아진 느낌이다. 유명 여행지는 더욱 청결하게 가꾸고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은 그 매력을 보여주기 위해 홍보에 열을 올린다.
장등해수욕장은 여수시청 관광진흥과 직원이 꼭 한 번 가보라고 권한 곳이다. 이름이 낯선 만큼 때가 덜 탔다는 게 그 이유였다.
여수에는 신덕해수욕장, 모사금해수욕장, 만성리해수욕장 등이 유명하다. 특히 만성리해수욕장은 검은 모래사장이 있는 곳. 모래찜질을 하려는 사람들로 여름이면 늘 북적거린다. 향일암 가는 길에는 방죽포해수욕장이 있다. 모래사장이 300m 정도 길이로 펼쳐진 자그마한 해수욕장이다. 뒤편으로 방풍림이 조성돼 있어 가족단위 피서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반면 장등해수욕장은 이들 해수욕장에 비해 사람들의 발길이 뜸하다. 아는 사람만 살짝 왔다 가는 그런 해수욕장이다. 이 해수욕장은 화양면 가막만 끄트머리에 있다. 고흥에서 여수의 육지면으로 둘러싸인 바다가 ‘여자만’, 여수 화양면 장등해수욕장에서 돌산도까지 거의 바다를 가두다시피 한 곳이 ‘가막만’이다.
가막만의 왼쪽 끝에 있는 장등해수욕장은 파도가 잔잔하고 수심이 낮아 해수욕을 즐기기에 더 없이 좋다. 백사장은 길이 500여m 너비 50m 정도로 결코 작지 않다. 사람들이 많지 않다 보니 바다가 온전히 여행객의 몫이다. 조개도 많아서 물이 빠지고 나면 호미로 캐는 재미도 있다. 모래가 워낙 곱고 부드러워 호미가 없더라도 손으로 그냥 모래를 파서 캘 수도 있다.
이곳의 바다는 해질 무렵이면 더 아름답다. 해넘이를 볼 수는 없지만 산등성이로 해가 떨어지기 전 황금색으로 바다를 물들이는데 그 모습이 장관이다.
장등해수욕장은 여수의 다른 명소에서 홀로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살펴보면 그 주변에도 가볼 만한 곳들이 많다. 해수욕장 건너편으로 백야도와 제도, 개도, 사도 등 여러 섬이 보이는데 특히 백야도는 지난 2005년 백야도와 여수반도를 잇는 다리가 건설되면서 걸어서도 갈 수 있게 됐다. 백야도에서 가장 높은 백호산(236m) 정상에 오르면 남해의 다도해를 한눈에 전망할 수 있으니 그 멋진 풍경을 놓치지 말자.
장등해수욕장에서 돌산도로 이어지는 가막만 드라이브도 괜찮다. 총 길이 80㎞쯤 되는 이 해안 길을 달리다보면 여수바다의 매력에 한껏 취하게 된다. ‘바다 속의 호수’로 알려진 가막만 해안도로 중에서도 소호동 요트경기장에서 수문마을에 이르는 18㎞ 구간이 최고의 포인트다. 가막만과 다도해의 정경, 일출과 일몰까지 모두 즐길 수 있다.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