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선사 백련지. | ||
경기 남양주시 진건읍에 자리한 봉선사는 서기 969년 지어진 유서 깊은 사찰이다. 운악산 자락에 있다고 해서 운악사라 불리다가 1469년 정희왕후 윤씨에 의해 봉선사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봉선사(奉先寺)는 세조비인 정희왕후로부터 ‘세조의 영혼을 모시기 위한 절’이라는 특별한 목적을 부여받은 곳이다.
절을 중창한 정희왕후는 세조와 함께 봉선사에서 걸어서도 금방 갈 수 있는 곳인 광릉에 묻혔다. 따라서 광릉과 봉선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
봉선사에는 약 3300㎡에 이르는 백련밭이 조성돼 있다. 연밭은 오리들의 놀이터인 작은 연못을 사이에 두고 두 개로 나뉘어 있다. 아래 것이 위 것에 비해 연꽃의 개화가 늦고 더 많이 핀다.
연밭을 지나면 오른쪽으로 커다란 느티나무가 보인다. 봉선사의 보호수로 수령 500년 이상 된 나무다. 잎도 푸르고 둥치에도 상처가 없다.
느티나무를 지나쳐 경내로 들어가면 특이한 현판이 눈에 띈다. 바로 대웅전에 걸린 현판이다. 보통 한자 현판이 걸리게 마련인데 이곳에는 한글로 ‘큰 법당’이라고 씌어 있다. 1970년 춘원 이광수의 팔촌동생이라는 운허 선사가 대웅전을 세우면서 써서 단 것이다.
그 현판만큼이나 눈에 띄는 것은 동종(銅鐘)이다. 절 종각에 보존되어 있는 동종은 조선 전기의 것으로 보물 제397호로 지정되어 있다. 임진왜란 이전에 만든 것으로 예종 원년(1469년)의 것이다. 높이 238㎝, 종의 지름 168㎝, 두께 23㎝로 크기가 거대하다. 이 종은 조선 전기 동종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정희왕후에 의해 중창된 이후 임진왜란, 병자호란, 한국전쟁 등 수많은 전란의 소용돌이를 빠져나오면서 화마를 일곱 번이나 겪는 통에 경내 건물들은 원래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게 없다.
절에서 100m 정도 떨어진 곳에는 커다란 비석 여러 개가 세워져 있다. 그중 하나는 춘원의 기념비. 그는 광복 이전에 겨울을 봉선사에서 난 적이 있다.
봉선사에 갈 때는 반드시 인근 광릉과 국립수목원도 둘러보도록 하자. 봉선사에서 광릉을 거쳐 국립수목원에 이르는 2㎞ 남짓한 길은 우리나라 최고의 전나무 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름드리 전나무가 도로를 따라 서 있는 이곳에 들어서면 심신이 다 맑아진다. 광릉은 역시 웬만한 수목원 못지않은 멋진 산책로를 제공한다. 주말 오전 11시, 오후 2시, 3시, 4시에는 문화해설사가 동행하며 숲과 능에 대해 설명을 해준다.
광릉에서 조금만 더 들어가면 나오는 국립수목원에는 온갖 나무들이 다 있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1900여 종의 나무와 외국에서 들여온 나무들을 합해 3000종에 가까운 나무들이 식생한다. 침엽, 활엽, 관목, 약용, 고산, 습지, 난대식물 등 없는 게 없다.
★길잡이: 43번 국도→축석령 검문소→314번 지방도→직동리 3거리→광릉 방면 우회전→광릉→봉선사
★문의: 봉선사 (http://www.bong sunsa. net) 031-527-1951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