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와우마을 해바라기. 벌써 가을로 접어들었지만 고원지대인 태백의 해바라기는 이제부터 제철이다(맨위), 해바라기마을에는 해바라기 외에도 코스모스와 벌개미취, 원추리 등 각종 꽃들이 만발했다. | ||
에어컨 적정 온도는 28도. 태백 고원지대는 이보다 더 시원한 바람이 분다. 기온이 섭씨 25도 언저리. 한기마저 느껴질 지경이다. 마지막 여름을 나기에 이보다 좋은 곳은 없다.
태백은 꽃동네다. 온 지역이 꽃 더미. 시내를 다녀도 국도변을 달려도 꽃길이다. 벌개미취(국화과의 풀)를 길섶에 심어 놓았다. 삭막한 탄광도시의 이미지는 꽃에 묻혀 잘 보이지 않는다.
꽃 중에서도 가장 크고 화려한 꽃이 또 이 동네를 밝게 비춘다. ‘아홉 마리 소가 배불리 먹고 누워 있는 형상’이라는 구와우마을에 가면 마치 샤워기 같은 해바라기가 들판 가득 피어 있다.
사북과 고한을 넘어 금대봉 터널을 지나면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로 가는 31번 국도가 나온다. 이 길을 따라 가다보면 오른쪽으로 구와우마을 고원자생식물원 이정표가 보인다. 언덕바지에서 보면 말 그대로 노란 물결이 넘실거리는 듯하다.
여름꽃인 해바라기는 남부 지방의 경우 거의 다 진 상태다. 하지만 이곳은 워낙 기온이 낮다보니 이제야 제철을 맞았다. 아직 채 피지 않은 해바라기도 보인다.
이곳에서는 이번 주부터 9월 말까지 해바라기축제를 개최한다. 그러나 아무래도 9월 중순을 넘어서면 지금처럼 싱그러운 모습을 볼 순 없으니 서두르는 게 좋다.
해바라기밭은 두 곳이다. 12만㎡ 넓이의 큰 밭과 산기슭에 있는 5만㎡ 넓이의 작은 밭에 제각각 해바라기가 가득 피어 있다. 해바라기밭에는 코스모스도 어울려 피어 있다. 작은 실바람에도 코스모스는 하늘거리며 춤을 춘다.
웬만한 산보다 더 높은 해발 850m의 구와우마을 고원자생식물원의 ‘주인’은 역시 해바라기다. 식물원 대부분의 지역에 해바라기가 심어져 있다. 하지만 이외에도 꽃들은 많다. 해바라기밭 옆으로 메밀꽃이 서서히 피어나고 있고 식물원 곳곳에 드문드문 원추리(백합과의 풀)도 보인다. 소나무 밑에 흐드러지게 핀 보라색 꽃들은 벌개미취다. 개망초는 잡풀들과 어울려 어지러이 피어 있다. 작약, 강활, 범부처 등도 볼 수 있다.
꽃은 인근 함백산에도 가득 피었다. 두문동재에서 오른쪽으로 난 언덕길을 타고 오르면 함백산으로 가는 길이다. 함백산은 해발 1572m로 어깨를 맞대고 있는 태백산(1567m)보다 더 높다.
함백산은 야생화트래킹으로 유명한 산이다. 금대봉 분주령 코스와 만항재에서 정상으로 올라가는 코스가 잘 알려져 있다. 두 코스 모두 그다지 어렵지 않다. 워낙 높은 지대에서 트래킹을 시작하기 때문에 산을 오른다기보다 들길을 걷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 황지천 구문소. 굴 아래로 커다란 소가 형성돼 있다고 해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 ||
가장 손쉽게 함백산의 야생화를 탐방할 수 있는 곳은 만항재다. 이곳에서 함백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 주변에 야생화들이 무리지어 피어 있다.
이곳 사람들이 ‘늦목재’라고도 부르는 만항재는 해발 1330m 지점에 있다. 이곳이 야생화트래킹 명소로 자리 잡은 것은 교통의 편리함 때문이다. 414번 지방도가 만항재를 타고 넘는다.
만항재 탐방코스는 해맞이봉을 지나 함백산 삼거리, 환상의 숲 터널까지 갔다가 다시 만항재로 되돌아오는 1시간 거리로 부담이 없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함백산 정상까지 올라가보는 것도 괜찮다. 발품을 파는 게 힘들고 귀찮다면 자동차로 정상까지 갈 수도 있다. 시멘트로 포장된 길이 정상까지 나 있다. 대한체육회선수촌이 정상 부근에 자리하고 있다.
함백산은 일출과 일몰 명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변화무쌍한 날씨 때문에 함백산이 그 장엄한 모습을 허락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러나 운이 좋으면 산들의 실루엣 사이로 해가 뜨고 지는 장관을 목도할 수 있다. 만약 그 풍경을 보고 싶다면 만항재 아래 장산콘도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함백산은 드라이브 코스로도 추천할 만하다. 고한에서 만항재로 이어지는 길보다 화방재에서 만항재까지의 길이 좋다. 이 길은 그야말로 구절양장. 마치 감입곡류처럼 이리저리 뒤틀리며 하늘을 향해 오른다. 자동차 경주로 따지자면 완벽한 헤어핀코스다.
한편 함백산에서 내려가는 길에는 정암사에 꼭 들러보자. 서기 636년 신라 선덕여왕 5년에 자장율사가 창건한 정암사에는 보물 제410호인 수마노탑과 강원도문화재자료 제32호로 지정된 정암사 적멸보궁이 있다. 또 그 옆 계곡물은 천연기념물 제73호인 열목어가 서식할 정도로 맑고 차다.
태백에는 이외에도 둘러볼 만한 곳들이 많다. 탄광도시답게 태백산도립공원 당골매표소 앞에 석탄박물관이 있다. 탄광의 생김새와 석탄 채굴 과정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전시해 놓은 곳이다.
특히 황지천에서는 구문소도 꼭 들러보자. 황지천이 남쪽으로 흐르면서 기막힌 절경을 만들어내는 곳이다. 요동치던 계곡물이 굴 아래 소에 모여 잔잔해진다. 이 구문소는 약 1억 5000만 년에서 3억 년 전에 형성된 것이라고 한다. 구문소 근처에는 이외에도 용소, 삼형제폭포 등 구문팔경이 몰려 있다.
여행 안내
★길잡이: 중앙고속도로 제천IC→38번 국도→사북, 고한→두문동재→31번 국도→고원자생식물원
★먹거리:상장동에 있는 ‘태성 실비식당’(033-552-5287)은 연탄불로 쇠고기를 구워먹는 집으로 유명하다. 양도 많고 고원에서 자란 쇠고기의 육질이 좋아 맛도 일품이다. 화전동에 있는 ‘태백 초막칼국수’(033-553-7388)는 칼국수가 아니라 갈치조림이 유명하다.
★잠자리: 고원자생식물원 근처에는 숙박업소가 없다. 태백시내로 나가야 한다. 함백산의 일출 또는 일몰을 볼 겸 함백산 만항재 근처에 있는 ‘장산콘도’(033-378-5550)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해발 1000m가 넘는 고지대에 있는 콘도로 전망이 기막히다.
★문의: -태백시 관광문화과(http://tour.taebaek.go.kr) 033-550-2085
-태백관광안내소 033-550-2828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