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최초 ‘건강 숲길’로 지정된 백운산 휴양림. 걷기에 좋은 환경을 지니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소용수골 계곡. | ||
강원도 원주시 판부면 서곡리 백운산 자연휴양림. 이곳에도 어김없이 단풍의 물결이 산으로 밀려들었다. 참나무는 이미 많은 나뭇잎을 떨궈 낙엽도 제법 수북이 쌓였다. 백운산 자연휴양림은 최근 북부지방산림청과 (재)국제걷기연맹에 의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건강 숲길’로 지정된 곳이다. 그만큼 걷기에 좋은 환경을 지니고 있다.
백운산(1087m)은 강원도 원주시 판부면과 충북 제천시 백운면의 경계에 놓여 있다. 치악산의 명성에 가려 있지만 산행객들 사이에선 알아주는 단풍 명산이다.
백운산 자연휴양림 ‘걷기 코스’는 11㎞로 제법 긴 편이다. 등산로와 별도로 산책로가 나 있는데 경사가 심한 곳이 없어 걷기에 부담이 없다. 3시간에서 4시간 정도면 다 둘러볼 수 있다. 다만 가을을 즐기며 쉬엄쉬엄 걷다보면 시간은 한없이 늘어난다.
산책로는 백운산의 용수골 계곡을 따라 나 있다. 용수골은 대용수와 소용수로 나뉘는데 휴양림 오른쪽 계곡이 대용수골, 왼쪽이 소용수골이다. 산책은 대용수골 방향으로 진행하는 게 보통이다. 매표소를 기점으로 조금 올라가다보면 왼쪽에 야외무대가 있고 조금 더 올라가면 산림문화휴양관이 나온다. 길옆으로 흐르는 계곡물 소리가 마음을 상쾌하게 만든다. 길은 계속해서 오르막길이다. 다만 그 경사각이 10도를 넘지 않고 완만하다. 산림문화휴양관까지는 차로도 이동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위쪽으로는 차량의 출입을 통제하고 오로지 걸어서만 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주변을 둘러보니 참나무며 서어나무, 단풍나무 등이 모두 엽록소를 버리고 타들어가지만 유독 전나무만이 가을을 거부하는 듯 아직 물들지 않았다. 다만 드문드문 노랗게 변색되는 것들이 눈에 띈다. 전나무까지 완전히 이 계절에 순응하는 이번 주말쯤이면 백운산의 가을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 박경리 선생 옛집을 중심으로 문학공원이 조성돼 있다. 아래는 산림문화휴양관. | ||
산책로는 정확히 6㎞ 지점까지 오르막이다. 이곳은 해발 900m 정도 되는 지점. 주변에 정자가 하나 놓여 있다. 전망대라고 해놓았는데 사실 이곳의 시야는 나무들 때문에 썩 좋지 않다. 오히려 전망대에 도달하기 전 약 300m 구간이 더 시원스럽다. 이 구간에서 바라본 백운산은 세상의 모든 붉은 빛들이 모여 잔치를 벌이고 있는 듯하다. 빨간 단풍과 주황색 느티나무, 황갈색의 참나무 잎들이 마지막 남은 힘을 내며 가을을 밀어올리고 있다. 산마루에서부터 흘러내린 산허리의 ‘주름’은 빛을 정면으로 받아 더욱 선명하고 그 아래 깊고 깊은 대용수골은 내려다보기가 아찔할 정도다.
전망대에서부터 소용수골로 이어지는 길은 내리막이어서 걷기가 훨씬 수월하다. 이 길을 따라 걷다보면 왼쪽으로 원주시 판부면과 흥업면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소용수골 방면은 전망대에서 약 3㎞ 지점까지 흙길이고 나머지 3㎞는 시멘트로 포장돼 있다. 백운산중계소 때문에 포장한 도로다. 사람들은 포장된 도로까지 자동차를 몰고온 후 전망대를 왕복하기도 한다. 전나무들은 대용수골에 비해 조금 더 단풍이 들었는데 바람이 불 때마다 비를 내리듯 바늘 같은 이파리들을 공중에 흩뿌린다.
소용수골 산책로는 계곡과 더욱 가까워서 포장도로에서부터는 물소리가 더욱 세차다. 그 물소리의 유혹에 끌려 계곡으로 내려가면 크고 작은 폭포들이 나타난다. 주변에는 색색의 낙엽이 흩어진 채 가을을 노래하고 있다.
매표소까지 700m쯤 못 미친 지점에선 자그마한 밭들이 있는 동네가 나온다. 주민 대부분이 옥수수를 재배한다. 밭마다 수확을 마친 옥수수대를 도롱이처럼 이곳저곳에 쌓아 놓았다. 이곳에서 매표소까지는 숲이 아닌 시골동네를 산책하는 기분이 든다.
원주 여행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있다. 단구동에 자리한 토지문학공원이다. 이곳은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성지순례장소다. 소설 <토지>를 집필한 박경리 선생의 옛집과 문학관이 있다. 박경리 선생은 이곳에서 <토지> 4부와 5부를 집필했다. 방문객들을 위해 개방된 집 마당에는 벚나무가 곱게 단풍이 들어 있다. 문학관에는 육필원고와 사진 등 소설의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자료들이 다수 전시돼 있다.
여행안내
★길잡이: 영동고속국도 만종분기점(제천 방면)→중앙고속국도 남원주IC→19번 국도→흥업1교 지나 첫 사거리에서 좌회전→거장아파트 끼고 우회전→왕성자동차정비공업사 삼거리에서 좌회전→서곡지→백운산 자연휴양림
★먹거리: 휴양림 들머리 용수골서곡막국수(033-763-8137)가 유명하다. 잘게 썬 김치와 계란고명을 얹은 국수에 살얼음 낀 시원한 동치미국물을 부어 먹는 맛이 일품. 녹두와 감자, 메밀전도 맛있다. 산행 후 막걸리 한잔 안 할 수 없다. 이 집은 검은콩동동주, 더덕동동주, 서운산복분자로 만든 산매수 등 건강주가 인기다. 막국수 4000원, 각종 전 5000원.
★잠자리: 백운산 자연휴양림 내에 산림문화휴양관이 있다. 휴양림 아래쪽에도 민박집들이 더러 있다. 원주 시내가 멀지 않기 때문에 시내로 나와 숙소를 잡는 것도 괜찮다.
★문의: 백운산 자연휴양림 033-766-1036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