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빙벽이 되다 만 구장군폭포. | ||
연초에 내린 폭설로 강천산은 모처럼 겨울산의 면모를 뽐내고 있다. 가을의 단풍으로 유명한 산이지만 눈 내린 겨울에도 강천산은 호젓하고 좋다. 야트막한 봉우리들이 우애 좋은 형제들처럼 나란히 서 있고, 그 아래로는 이 추운 겨울에도 굽이굽이 계곡물이 철철 흐르며 아찔한 폭포들이 시원스럽게 물줄기를 쏟아낸다. ‘호남의 소금강’이라는 소리가 실감이 난다. 강천산은 용이 꼬리를 치며 하늘로 오르는 모습과 닮았다고 해서 용천산이라고 부르다가 조선 중기 이후 강천산으로 바뀌었다.
산행은 병풍폭포에서부터 시작된다. 매표소를 바로 지나자마자 오른쪽으로 병풍처럼 벼랑이 펼쳐져 있고 그 꼭대기에서는 폭포가 얼어붙은 수면 위로 쏟아져 내리고 있다. 폭포수는 햇빛에 부서지며 때때로 무지개를 만들어낸다.
병풍폭포를 지나쳐 조금만 걸어가면 깃대봉 갈림길이다. 강천산행은 코스가 다양하다. 종주코스에서부터 가벼운 산책코스까지 잡기에 따라서는 6개나 된다.
겨울철 대부분의 사람들은 병풍폭포에서부터 구장군폭포까지 다녀오는 계곡산책코스를 선택한다. 오르막이 거의 없는 평지라 왕복 4㎞ 거리지만 2시간이면 오갈 수 있다. 제대로 된 산행을 하고 싶다면 신선봉과 광덕산 또는 깃대봉과 왕자봉 등을 도는 코스로 잡거나 아니면 전체를 다 도는 종주코스를 택하는 게 좋다. 종주코스도 대략 8시간이면 가능하다.
갈림길에서 깃대봉까지는 1시간 정도 걸린다. 급하지 않은 능선을 따라 오르다보면 첫 번째 봉우리가 나타나는데 이것이 깃대봉이다. 이 봉우리는 잡목이 우거진 게 별 특징이 없다. 깃대봉에서 다시 20분쯤 걸으면 강천산 정상인 왕자봉이다. 이곳 역시 깃대봉처럼 평범하지만 주변 조망이 좋다. 남쪽으로 광덕산, 서쪽으로는 산성산 봉우리가 잡힐 듯 보인다.
▲ ① 강천산 초입 병풍폭포. 마치 병풍을 펼쳐놓은 것처럼 넓은 벼랑에서 쏟아지는 폭포가 시원스럽다. ② 강천산 곳곳에 있는 약수터. 지하 300m 암반수로 물맛이 좋다. ③ 강천산의 명물 현수교. 50m 정도 높이에 70m 길이로 벼랑과 벼랑을 잇고 있다. ④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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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봉에서는 반대편 광덕선 쪽으로도 현수교를 통해 건너갈 수 있다. 가파른 길을 20여 분쯤 내려가면 현수교에 이른다. 현수교는 강천산 최고의 명물이다. 50m 높이의 벼랑과 벼랑을 잇는 이 다리는 길이가 무려 70m에 달한다. 철로 이루어진 구름다리지만 건널 때면 걸음의 반동에 의해 출렁거리는 것이 재밌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아찔하기도 하다.
현수교를 건너면 신선봉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다. 신선봉은 강천산의 전망대 노릇을 하는 곳이다. 봉우리 위에 정자가 하나 있는데 이곳에서 보면 강천산의 수려한 계곡과 봉우리들이 거의 다 보인다. 신선봉에서 능선은 광덕산으로 이어진다. 광덕산까지는 30분 정도 거리. 광덕산 선녀봉에는 정상석이 세워져 있다. 봉우리에 너른 공터가 있는데 이곳 또한 신선봉 못지않게 조망이 좋다.
선녀봉에서 시루봉을 거치면 동문터에 닿는다. 보통 걸음으로 1시간 남짓 걸린다. 철계단과 숲길 등이 이어지는 아기자기한 산행길이다. 동문터는 금성산성의 동문이 있던 자리. 금성산성은 총 7.3㎞의 제법 큰 규모의 성이다. 특히 철마봉 일대는 자연 암벽 위에 성벽을 올려 천연요새를 방불케 한다. 산성 입구부터 연대봉 시루봉 등 성벽을 따라 도는 데만 5~6시간이 걸린다.
동문터에서 조금 더 가다보면 강천사 갈림길이 나온다. 종주코스에서 벗어난 계곡트레킹 길이다. 밀림과도 같은 연대계곡을 따라 가다보면 비룡폭포가 나온다. 폭포는 메말라 있다. 하지만 얼어붙은 고드름이 그나마 폭포의 존재를 말해준다.
비룡폭포를 지나 조금 더 가면 폭포다운 폭포를 만날 수 있다. 구장군폭포다. 높이 120m의 벼랑 위에서 폭포수가 쏟아진다. 위용이 가득 찬 폭포를 감상하다보면 깜짝 놀랄 때가 종종 있다. 갑자기 천둥 같은 소리를 내며 얼음덩이가 벼랑 아래로 떨어져 내리기 때문이다. 따뜻한 날씨 탓에 빙벽이 되다 만 폭포의 얼음이 녹아 떨어지는 것이다.
구장군폭포는 옛날 마한시대의 아홉 장수가 결사를 맺고 승전의 계기를 마련했던 장소라고 한다. 강천사 계곡에는 결사와 관련된 전설이 내려오는 곳이 또 있다. 중종반정 후 폐위된 신수근의 딸 신 씨를 복위시키기 위해 순창군수 김정, 담양부사 박상, 무안현감 유옥 등 세 사람이 결의를 한 ‘삼인대’가 그곳이다.
삼인대 바로 앞에는 강천사가 자리하고 있다. 강천사는 신라 진성여왕 원년(887년)에 세워진 유서 깊은 사찰로 과거 12개의 암자에서 1000여 명이 수도했던 대가람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의 영광을 찾아볼 수 없고 대웅전과 보광전, 관음전, 요사채 등의 건물만 남아 있다.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도 반했다는 순창의 고추장이 맛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산 좋고 물도 좋지만 순창은 안개가 타 지역에 비해 유난히 많이 발생하는 곳이다. 이 때문에 바실러스와 아스퍼질러스 등 발효에 필요한 좋은 균들의 활성이 좋다. 제 아무리 같은 재료를 가지고 다른 곳에서 장을 담근들 순창의 것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여행 안내
★길잡이: 호남고속국도 정읍IC→29번 국도(담양, 순창 방면)→21번 국도(순창 방면)→793번 지방도→강천산
★먹거리: 순창에는 한정식집이 많다. 그중에서 순창읍 순화리 한국농촌공사 옆에 자리한 남원집(063-653-2376)이 가장 유명한데 쇠고기육회, 홍어무침, 영광굴비, 3년 묵힌 토하 등 반찬만 70여 가지가 나온다. 다만 최소한 하루 전에 예약을 해야 하고 기본 6인을 기준으로 한다. 음식값도 1인당 2만 3000원으로 비싸다.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없다. 싸고도 맛있는 집을 원한다면 순창장류체험관(063-650-1813)으로 가보자. 이곳에 해오름이라는 향토음식점이 있다. 순창의 명물 고추장을 이용해 담은 모듬장아찌를 비롯한 20여 가지의 반찬이 나오는 정식이 1만 원이다.
★잠자리: 강천산 초입에 강천각(063-652-9920), 붐모텔(063-653-4728) 등 숙박시설이 있다.
★문의: 순창군청(http://sunchang.go.kr) 문화관광과 063-650-1364, 강천산관리사무소 063-650-1533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