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날 만화가게의 정겨운 풍경. 요즘 한국만화박물관에선 ‘노근리학살’을 주제로 한 박건웅 작가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 ||
‘고바우’, ‘까투리여사’, ‘맹꽁이서당’, ‘로봇찌빠’…. 혹시 이 만화들을 기억하시는지? 50년대부터 80년대 초반까지 일간지와 어린이잡지 등에 연재되며 시대를 풍미했던 인기 만화들이다. 단순한 선과 과감한 배경의 생략 그리고 개성적인 인물 모습이 요즘의 만화들과 차이를 보인다.
어쩌면 조잡하고 유치해 보이지만 이 만화들은 그 시절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즐거움을 줬던 추억의 만화들이다. 경기도 부천종합운동장 내에 있는 한국만화박물관에는 이처럼 기억 속에 가물가물 떠오르는 옛날 만화들이 가득 들어차 있다.
만화박물관은 만화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자료관과 만화열람실, 3D체험관, 기획전시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자료관에는 우리나라 주요작가 160인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원화뿐만 아니라 작가의 손때 묻은 소장품도 기증받아 전시하고 있다. 관람객들은 만화가의 이력을 읽어가다가 아는 만화라도 나오면 반가워하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자료관에는 1950~1970년대의 희귀만화들도 다수 있다. 1950년작 박광현의 ‘최후의 밀사’, 오명천의 ‘택견소년 창’ 등 몇몇 작품들은 유일본이거나 전국적으로도 몇 권 없는 만화책들이다. 이 박물관에는 모두 1208권의 희귀본이 소장돼 있다.
만화열람실은 ‘보물찾기’가 시작되는 곳이다. 자료관을 훑으며 읽고 싶었던 만화책을 머릿속에 담아뒀다가 열람실에서 찾아보면 된다.
열람실 옆은 옛날 만화가게를 재현한 공간. 현대식 열람실과 달리 꼬질꼬질하다. 깨어진 유리창은 임시방편으로 테이프를 붙여 떨어지지 않게 해놓았고 가게 안은 촉수가 낮은 백열등으로 인해 어두침침하다. 글씨가 잘 안 보여 만화책 가까이 눈을 가져다대면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던 추억 속 만화가게의 모습 그대로다. 이젠 어느새 중장년이 된 ‘소년소녀’들이 그 앞에서 한참을 머물며 새록새록 기억을 곱씹고 있다.
박물관에는 체험공간도 마련돼 있다. 특수안경을 끼고 3D애니메이션의 세계를 탐험해 본다거나 캐릭터액자, 양초마스코트 등을 만들어볼 수도 있다.
한편 기획전시도 꾸준히 열리는데 3월 31일까지 ‘노근리, 1950 그 여름날의 기억’전이 계속된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주제의 역사성과 뛰어난 작품성으로 큰 호응을 받고 있는 박건웅 작가의 전시다. 작가의 대형 원화 15점과 원화 출력물 25점, 목조 구조물을 포함해 콘티와 아이디어 노트 등이 전시된다.
★길잡이: 서울외곽순환고속국도 시흥 IC→부천 방향 우회전 후 직진→부천종합운동장 내 한국만화박물관.
★문의: 한국만화박물관(www.comics museum.org) 032-320-3745~6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