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에 폭 안겨 있는 고판화박물관 전경. 오른쪽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화로 추정되는 중국의 판화. 이 작품은 900년 정도 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
치악산 매봉 해발 600m 고지에 자리한 고판화박물관에는 우리나라 작품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인도, 티베트, 몽골, 네팔 등지에서 수집한 고판화 원판과 판화로 인출된 고판화 작품 300여 점, 목판으로 인출된 서책 200여 점, 판화와 관련된 자료 200여 점 등 총 3500여 점이 소장돼 있다. 중국의 작품이 1500여 점으로 가장 많고 우리나라의 것이 700여 점으로 그 뒤를 잇는다.
박물관 내부는 200㎡(약 60평) 정도로 넓은 편이 아니어서 모든 작품들을 전시할 수가 없다. 때문에 테마를 가지고 전시를 이어가며 나머지 작품들은 따로 보관하고 있다. 현재는 ‘티베트-몽골 고판화특별전’을 진행 중이다. 이번 전시는 탕카(티베트의 불화)의 주축이 회화가 아니라 판화에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마련한 자리로 150여 점을 관람객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전시품은 일반 탱화와 ‘기도 깃발’인 타르초, 부적 등 크게 세 가지 작품들. 티베트와 몽골의 판화는 도무지 칼로 조각한 것이라고 볼 수 없을 만큼 정교함을 자랑한다.
한쪽 코너에는 우리나라의 ‘오륜행실도’ 삽화와 같은 중요한 작품들도 전시돼 있다. 해인사 장경각을 본떠 만든 보관실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화로 추정되는 ‘아미타래영도 목판’도 있다. 이 작품은 남송시대의 것으로 약 900년 가까이 된 것이다.
이 모든 작품들은 한상길 관장 개인이 수집한 것들이다. 동국대에서 불교미술을 전공한 그는 1996년 중국을 여행하면서부터 고판화들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하나둘 모으던 것이 결국 지금까지 왔다. 수집활동을 하느라 재정적으로 많이 힘들지만 열정과 사명으로 버티고 있다.
박물관에서는 고판화 작품 전시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관람객들은 누구나 한 번씩 목판화 인쇄 체험을 해볼 수 있다. 오래된 목판에 먹을 바르고, 솔로 먹을 골고루 문지른 후 종이를 얹어 본을 뜨는 작업이다.
‘뮤지엄스테이’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한 관장은 박물관 바로 위에 자리한 명주사의 주지이기도 하다. 명주사는 1999년 그가 창건한 절이다. 뮤지엄스테이는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템플스테이에서 종교적인 색채를 빼고 진행한다. 발우공양 시간이 없고 참선은 가벼운 명상시간으로 대체했다.
한편 명주사 법당은 강원도 심산의 육송으로 기둥을 삼고 영월 주천면의 황토로 벽을 치댔다. 또한 너와를 지붕에 올렸는데 각종 건축 잡지에서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집’으로 꼽기도 했다. 법당 옆 요사채에 서면 감악산이 달려드는 듯한데 그 모양이 마치 사람이 누운 것 같다.
★길잡이: 중앙고속국도 신림IC→주천 방향 6㎞ 직진→신림터널 지나 1㎞ 좌측 편 ‘고판화박물관 이정표’ 따라 700m 직진
★문의: 고판화박물관(www.go panhwa.or.kr) 033-761-7885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