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감모전석탑. | ||
영양의 탑들은 대부분 산과 들에 ‘흩뿌려져’ 있다. 보통 사찰 안에 위치해 문화재 대우를 받아야 할 탑들이 산야에서 쓸쓸히 세월을 견디고 있다. 영양의 탑 중에서 가장 유명한 봉감모전5층석탑도 마찬가지다.
청송에서 영양으로 올라가는 31번 국도를 따라 가다보면 월전리를 조금 지나 왼쪽에 봉감마을 가는 길이 나타난다. 이 길을 타고 2~3분쯤 더 달리면 탑을 만날 수 있다.
벽촌이나 다름없는 봉감마을에는 손가락으로 다 셀 수 있을 정도로 적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탑은 마을 앞 들판에 홀로 우뚝 서 있다. 탑 너머는 반변천이다. 마치 안동의 하회나 예천의 회룡포처럼 반변천이 갈고리 형태로 마을을 끼고 유유히 흐른다. 언덕에는 감나무 몇 그루가 강을 굽어보고 있다.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곳이다. 석탑을 찾아갔다가 큰 횡재를 한 느낌이다.
모전석탑은 전탑(검은 회색이나 회색 벽돌로 쌓은 탑)을 모방한 것으로, 흙으로 구운 벽돌 대신 벽돌 모양으로 돌을 깎은 다음 쌓은 것이다. 전탑 양식은 당나라에서 유행을 하던 축조방식으로 당시 당나라와 교류가 잦았던 신라에 자연스럽게 유입되었다. 봉감모전5층석탑은 통일신라 초기의 것으로 무려 1400년 가까이 된 유물이다. 국보 제187호로 지정된 이 탑은 봉감마을에 있다고 해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탑은 1층 몸돌에 불상을 모시는 방인 감실을 두었다. 몸돌 2층부터는 독특하게도 중간에 돌을 돌출되게 내밀어 띠를 이루고 있다. 전체적으로 이 탑은 정교하고 장중하다는 느낌이 든다.
봉감모전5층석탑과 비교되곤 하는 것이 현이동모전5층석탑이다. 현이동 모전석탑을 만나러가는 길에도 영양의 아름다운 절경이 강을 따라 펼쳐진다.
먼저 발길을 멈추게 하는 것은 선바위와 남이포다. ‘영양8경’ 중 하나로 반변천과 청계천이 만나는 지점에 있다. 두 물줄기가 맞닿으면서 ‘V’자형의 거대한 절벽을 빚어내는데 이곳이 남이포다. 남이장군이 이곳에서 역적을 토벌했다고 해서 남이포라 불린다. 푸른 강물과 거대한 절벽 아래 초연히 앉아 있는 정자 그리고 그 맞은편 길가에 우뚝 솟아 있는 촛대 모양의 선바위가 풍경을 완성한다.
▲ 1.화천리삼층석탑. 양식이 현일동 삼층석탑과 닮았다. 2.현일동 삼층석탑 3.삼지모전석탑 4.반변천과 청계천이 만나며 빚어낸 절경 남이포. 남이포 앞에는 마치 촛대가 서 있는 듯한 선바위가 우뚝 솟아 있다. 5.조선시대의 석학들이 많이 났다는 두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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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천측백수림을 지나면 곧 모전석탑이 있는 현리에 이른다. 자칫 마을로 들어가는 길 입구를 놓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길 오른쪽에 이정표가 있다.
시도유형문화재 제12호로 지정된 현이동모전5층석탑은 고려 초기쯤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탑으로 모양이 봉감탑과 매우 흡사하다. 하지만 봉감탑이 탑신 1층에서부터 5층까지 사선으로 쭉 뻗어 올라가는 모양새가 안정적인 반면 현이동탑은 그 흐름이 직선이라기보다 유선에 가깝고 정교함도 다소 떨어진다.
개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현리는 일동과 이동으로 나뉘는데 현일동에도 3층석탑이 하나 있다. 모전석탑과는 겨우 100여m 거리다. 밭 한가운데 버려진 듯 자리한 이 석탑의 기단에는 십이지신, 그리고 탑신에는 사천왕이 조각돼 있는 점이 특이하다. 통일신라 말기에 세워진 이 석탑은 화천리3층석탑과 그 생김이나 탑을 쌓은 시기가 같다. 조각도 동일하다. 두 탑은 나란히 보물 제610호와 제609호로 지정돼 있다.
현리에서 나와 북쪽으로 다시 5분쯤 길을 달리면 오른쪽으로 918번 지방도와 마주하는데 이곳이 화천리3층석탑 가는 길이다. 이 길은 삼지동으로도 통한다. 화천리 못 미쳐 삼지동으로 이어지는 길이 왼쪽에 있다. 삼지동에는 아주 특별한 모전석탑이 있다. 영양에서 만난 탑들은 대부분 다 평지에 있었다. 그러나 이곳의 탑은 산중턱에 자리하고 있다. 그 모양도 다른 모전탑과 다르다.
탑은 삼지동 뒤편 영혈산 연대암에 있다. 본래 이름 없던 산이지만 10년 전 연대암으로 온 주지스님이 영혈산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관음전 뒤편에 영혈(靈穴)이라는 구멍바위가 있는데 산을 대표할 만하다고 여겨 그리 부르게 됐다고 한다.
삼지모전석탑의 기단은 거대한 바위덩이다. 결코 무너져 내리지 않을 것 같은 바위 위에 3층의 탑을 올렸다. 그러나 바람과 달리 바위는 한쪽이 떨어져 나갔고 탑도 무너져 내렸다. 3층이었던 탑은 현재 2층만 남아 있다. 떨어져 나간 바위는 1998년 해체보수공사를 하며 탑을 쌓은 것과 같은 종류의 벽돌로 채워 넣었다. 이 탑은 1층 몸돌 앞면에 감실이 설치돼 있는데 이 안에서 신라 금동불상 4구가 나온 것으로 미루어 삼국통일 이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두들마을은 조선시대 때 광제원이 있던 곳으로 서계 이시명 선생과 그 후손 재령 이씨들이 사는 집성촌. 마을엔 석계고택, 석천서당 등 한옥이 즐비하다. 30여 채의 고택과 <음식디미방>이라는 궁중요리서를 쓴 정부인 안동 장씨 유적비 등 볼거리가 많다.
주실마을은 한양 조씨 집성촌으로 조지훈의 생가인 호은종택과 옥천종택 등의 고택과 서당, 문중의 서원 역할을 했던 창주정사 등이 있다.
감천마을 오일도 생가는 마을 중앙에 자리한 44칸의 큰 기와집이다. 문학 전공자가 아니라면 다소 생경한 이름일 수 있는 오일도는 일제강점기 때 활동한 민족시인이다.
여행 안내
★길잡이: 중앙고속국도 서안동IC→안동 방면 34번 국도→진보 월전에서 31번 국도 이용→봉감모전오층석탑.
★먹거리: 영양은 반변천이라는 큰 줄기의 강이 있고 장군천과 화매천 등 지류의 하천이 발달한 곳. 오염원이 거의 없어 물이 깨끗한 이곳의 민물고기매운탕은 그래서 맛있다. 남이포와 선바위가 있는 입암면의 ‘낙동식당’(054-682-4070)과 ‘대전식당’(054-682-4037)이 특히 잘한다고 소문났다. 한편 영양의 대표 명산인 일월산 아래 ‘일원산식당’(054-682-7211)은 염소불고기로 유명하다.
★잠자리: 일월산 아래 ‘해달뫼가족’(054-683-1005) 민박이 있다. 귀농한 주인이 피라미드 형태로 지은 독특한 집이다. 황토로 벽을 발라 자고 일어나면 아주 개운하다. 송림이 울창한 ‘검마산자연휴양림 숲속의 집’(054-682-9009)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문의: 영양군청 문화관광포털(http://tour.yyg.go.kr) 054-680-6062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