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구청에 의해 철거된 현수막 모습.
[부산=일요신문] 하용성 기자 = 부산 해운대구청이 세월호 추모 현수막을 표적 철거한 후에 주민들이 거센 항의에 나서자 이를 번복하는 촌극을 벌였다.
백선기 구청장을 비롯한 구청 직원들을 향해 시대인식이 뒤떨어졌다는 지적과 함께 ‘탁상행정의 표본’이란 비난도 나온다.
세월호부산대책위는 지난 11일 목요일 오후 4시 세월호 4주기 추모 현수막을 표적철거한 해운대구청 앞에 모여 백선기 구청장의 사과를 요구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집회는 앞서 해운대구청이 세월호 추모 현수막만을 골라 표적철거한데 따른 항의의 성격으로 마련됐다.
이날 해운대구청 앞에 모인 대책위와 시민들은 “해운대구청 관료집단의 행태가 바로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다”, “추모의 목소리를 막는 것이 세월호 진상규명을 방해하는 적폐다”, “불법 현수막 운운한다고 해운대구청의 행태가 정당화 되진 않는다”, “우리가 내는 세금이 아깝다” 등의 구호를 쏟아냈다.
특히 집회가 길어지자 주민들 사이에선 “주민들이 왔는데 책임 있는 공무원은 코빼기도 안보이냐”, “그렇다면 우리가 직접 백선기 만나러 들어가자”는 등의 발언이 나오며 분위기가 격앙됐다.
그러자 박찬민 부구청장이 시민들 앞에 나서 사과하고 해명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박 부구청장의 사과에 그치지 않고 “백선기 구청장이 직접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사과하라”, “과태료 부과 운운한 직원을 여기로 데려와 해명해봐라” “아직도 세월호 현수막이 불법현수막이라고만 하느냐”,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사과는 필요없다”라는 말을 쏟아내며 항의했다.
이에 결국 해운대구청은 주민들이 제시한 세 가지 요구에 응하기로 했다.
주민 요구사항 세 가지는 ‘백선기 해운대구청장이 세월호 희생자 및 유가족들에게 공식사과를 한다’, ‘철거한 세월호 현수막을 해운대구가 원상복귀 시킨다’, ‘앞으로 해운대구에 거는 현수막 함부로 훼손하지 않는다’ 등이다.
세월호부산대책위는 이후 해운대구청의 이행 정도를 봐가며 16일 해운대구청 앞에서의 4주기 집회 개최 등을 포함한 4주기 추모 활동을 정하기로 했다.
세월호부산대책위 전위봉 상황실장은 “해운대구청의 무리한 대응이 문제가 됐는데 이것을 이번에 시민들이 직접 바로잡았다”며 “향후 세월호 참사 4주기 추모를 가로막는 어떤 행위에도 강력 대응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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