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책하기 좋은 동구릉 숲길. 동구릉에는 물놀이하기 좋은 계곡이 흐른다(아래). | ||
동구릉은 조선왕조를 세운 태조 이성계를 비롯해 여러 왕들의 무덤이 몰려 있는 곳이다. 정확하게는 이성계의 건원릉, 문종과 현덕왕후의 현릉, 선조와 의인왕후 등의 목릉, 인조와 장령왕후의 휘릉, 현종과 명성왕후의 숭릉, 경종의 비 단의왕후의 혜릉, 영조와 정순왕후의 원릉, 문조와 신정왕후의 수릉, 헌종과 효현왕후 등의 경릉까지 모두 9릉 17위가 이곳에 있다.
1408년 이성계 사후 이곳에 왕조의 능이 조성되기 시작해 1855년 문조의 수릉을 경기도 양주에서 옮겨오면서 동구릉이 완성됐다. 동구릉은 현재 국가 사적 제193호로 지정, 관리되고 있다.
요즘 같은 무더위에 동구릉은 소풍장소로도 추천할 만하다. 능이 무려 194만㎡(59만 평)에 이르는 방대한 숲에 조성돼 있기 때문이다. 참나무와 소나무가 뒤섞여 있는 숲은 매우 울창하다. 또한 숲길도 산책하기에 더할 나위 없을 만큼 정갈하다. 숲길을 따라 가다보면 각 왕들의 능이 하나둘씩 나타난다. 동구릉 입구에서부터 오른쪽으로 가장 가까운 곳에 수릉이 있고 그 너머에 현릉과 목릉이 있다. 동구릉 중 가장 먼 곳이자 가장 높은 곳에는 태조의 건원릉이 있다.
태조의 능은 여타의 능과는 조금 다르다. 각종 능을 치장하고 호위하는 장식물들이야 비슷하다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능에 입힌 떼가 거칠다는 점이다. 고운 잔디가 아니라 억새 옷을 입혔다. 태조의 고향인 함경도에서 가져온 흙과 억새다. 그 탓에 여름 장마철 건원릉은 벌초를 하지 않은 채 그대로였다. 억새를 짧게 잘라버릴 경우 비가 많이 오면 무덤이 훼손되기 때문이다. 능에서는 가까이는 동구릉의 푸른 숲과 멀게는 구리시내의 모습이 내려다보인다.
숲길 산책을 하다보면 곳곳에 긴 나무의자도 마련돼 있다. 이곳에서 지친 다리를 쉬어도 좋고, 각 능에 달린 정자각(제사를 올리는 건물로 능에서 약 50m 전방에 세워져 있다)에서 머물러도 좋다. 그늘이 시원하다.
숲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계곡도 있다. 관리사무소에서 건원릉 방면으로 조금 들어가다보면 재실(제관들이 쉬거나 제사 용품 등을 보관하기 위해 지은 건물) 앞에 넓은 공터가 나오고 그 인근부터 수릉을 경유해 경릉 방향으로 계곡물이 철철 흐른다. 물은 무척 맑고 깨끗하다. 깊지는 않다. 어른 발목이 잠길 정도다. 어른들에게는 다소 아쉬울 수 있지만 아이들이 놀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한편 동구릉에서는 둘째·넷째 토요일에 생태체험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동구릉에 자생하는 야생화와 곤충을 관찰한 후 천연염색 등을 체험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기억해 두었다가 자녀들과 함께 참여한다면 더욱 뜻 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길잡이: 북부간선도로 구리시→퇴계원 방향 43번 국도→동구릉
★문의: 문화재청동구릉관리지소 031-563-2909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