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사전에서 비로전으로 옮긴 비로자나불. | ||
해남의 명산으로 꼽히는 금강산(481m) 중턱에 자리한 은적사는 도유형문화재 86호로 지정된 철조비로자나불이 봉안된 절이다. 해남 유일의 철로 만든 불상이다. 전국적으로도 철불은 흔치 않다.
마산면 창촌리 남계마을에서 만년저수지를 지나 조금 더 올라가면 은적사가 나오는데 현재의 사찰 규모는 손바닥만 하다. 약사전과 비로전, 요사채가 건물의 전부다. 하지만 예전의 은적사는 해남을 대표하는 대흥사보다 더 큰 규모를 자랑했다. 원래 다보사라는 큰 사찰이 있었는데 은적사는 그 절에 딸린 암자였다. 19세기 중반 다보사가 폐사된 뒤 은적사로 이름을 바꾼 것이다. 다보사는 신라 560년에 창건된 유서 깊은 사찰이었다고 전해지는데 절 자체가 사라진 데다가 문헌기록도 남아있지 않아 확인할 길은 없다.
철조비로자나불은 약사전에 봉안했다가 최근 거처를 비로전으로 옮겼다. 비로자나불은 산스크리트어로 ‘태양’을 의미한다. 이 불상은 높이 1.06m로 그리 큰 편은 아니다. 자세히 보면 상부는 철, 하부는 목재로 이루어져 있다. 물론 처음에는 상하부 모두 철로 된 불상이었다. 바뀐 이유는 전해 내려오는 설화와 연관이 있다.
1890년대 어느 날, 마산면 앞 바다에 웬 불상이 하나 나타났더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이 불상을 보고 서로 가져가려고 했지만 꿈쩍도 안했다고 한다. 그런데 은적사의 노승이 가서 공양을 하자 거짓말처럼 불상이 가볍게 들렸다는 것이다. 불상은 오랫동안 물에 잠겼던 탓에 허리 아래가 다 녹슬어 이후 목재조각으로 대체됐다.
▲ 심검이의 새끼를 수행 중인 스님이 들어 보이고 있다. 이 녀석도 눈 색깔이 짝짝이다(왼쪽). 오른쪽 사진은 고즈넉한 은적사 앞마당. | ||
은적사의 내력이나 유물의 가치보다 더 마음에 드는 것은 은적사를 둘러싼 주변의 풍경이다. 입구에 커다란 전나무가 일주문 역할을 자처하고, 전나무 오른쪽으로는 비자나무들이 알싸한 향을 내뿜는다. 비로전 뒤쪽과 왼쪽으로는 커다란 동백나무들이 빽빽하게 모여 있다. 근처에는 차밭도 있다. 8년 전부터 절에서 직접 가꾸기 시작한 차밭이다. 차밭은 무려 33만㎡에 이를 정도로 넓다.
한편 은적사에는 ‘유명인사’가 하나 있다. 매스컴을 여러 차례 탄 하얀색 개다. 스님들이 기거하는 심검당을 지킨다고 해서 이름이 ‘심검이’인 이 개는 진돗개와 시베리안허스키의 잡종으로 오른 눈은 갈색이고, 왼 눈은 파란색이다. 첫인상은 사나워 보이지만 사람을 잘 따르는 편이라 은적사 방문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길잡이: 해남군청→산이면 방면 806번 지방도→마산삼거리에서 우회전→마산면 화내리에서 마산초등학교 방면 우회전→만년저수지 방면 우회전→만년저수지→은적사
★문의: 해남군청문화관광포털(http://tour.haenam.go.kr) 문화재담당 061-530-5474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