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빛으로 물들어가는 경안천습지생태공원. | ||
산책하기 좋은 계절, ‘어디 갈 곳 없나’ 두리번거리고 있다면 경안천변습지생태공원도 염두에 두도록 하자. 광주시 퇴촌면 정지리에 자리한 이 공원에는 그야말로 가을이 살포시 내려앉았다.
경안천은 경기도 용인시 이동면 어비리 저수지에서 발원해 광주시를 거쳐 남한강으로 흘러드는 하천이다. 총연장 26㎞로 그리 크지는 않은 편이다. 경안천은 팔당호 상수원으로 유입된다는 점에서 대단히 중요한 하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천은 관리 상태가 엉망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옛말. 경안천이 완벽히 건강을 되찾고 우리 곁으로 돌아온 것이다. 광주시가 1998년부터 사업비 839억 원을 들여 하수처리에 힘쓰고, 갈대와 부들 등의 수변식물을 이용해 수질을 개선한 결과다. 물고기와 새들이 떠나기 바빴던 경안천에는 이제 쉬리·농어·모래무치 등 어류 25종 1500여 마리와 고니·가마우지·쇠물닭 등 32종 3500여 마리의 조류가 함께 살아가는 생태천국으로 바뀌었다.
이러한 경안천의 달리진 모습을 잘 볼 수 있는 곳이 습지생태공원이다. 경안천에 자생하던 쓸모없는 잡초를 걷어내고 수질 정화 기능이 뛰어난 연꽃과 부레옥잠으로 대신하는 한편, 수천 그루의 나무를 심어 그늘을 제공한 이 공원을 걷다보면 경안천이 얼마나 맑아졌는지 곧 알게 된다.
공원은 크게 연꽃·갈대·부들군락이 들어선 습지와 산책로로 이루어져 있다. 좋았던 시절을 보내고 쓸쓸히 내년 여름을 기다리는 연꽃군락에서부터 공원탐방은 시작된다. 산책로는 총 2㎞의 길이로 천천히 돌아도 1시간이면 충분한 거리다.
연꽃군락을 지나면 구절초와 개망초가 어우러진 길이 나타난다. 오른쪽으로는 갈대와 부들이 집단 서식하고 있다. 이 식물들은 물의 흐름을 굴절시키고 유속을 줄여 부유물이 가라앉도록 만든다. 또한 줄기와 뿌리에서 오염물질을 흡수함으로써 수질이 깨끗해지도록 돕는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조류관찰대가 곳곳에 설치돼 있다. 경안천에 사는 새들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관찰할 수 있도록 만든 시설물이다. 처음에는 사람의 머리카락만 보여도 멀리 날아가버리던 새들이지만 요즘은 적응이 됐는지 개의치 않고 휴식을 취하거나 먹이활동을 한다.
산책로를 쉬엄쉬엄 걷다보면 경안천 본류와 만나는 곳에 쌓아둔 둑방길이 나온다. 공원 최고의 산책로다. 특히 경안천 본류 쪽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갈대와 버들 우거진 풍경에 마치 우포늪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한편 경안천습지생태공원은 새벽 풍경이 환상적이다. 일교차가 커지면서 물안개가 짙게 피어오르는데 안개 너머로 보이는 천변 모습이 몽환적이기까지 하다.
★길잡이: 중부고속도로 경안IC→도마삼거리(우회전)→광동교→광동사거리(우회전)→퇴촌면사무소→공원
★문의: 경기도 광주시청 문화관광포털(http://tour. gjcity.go.kr) 친환경사업단 031-760-4564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