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일요신문] 박해송 기자 = 베트남 전쟁 시기 어머니와 남동생, 숙모, 두 사촌동생을 한날 잃은 하미마을 응우옌티탄 씨 (당시 11세), 어머니와 언니, 남동생, 이모, 사촌동생을 잃은 퐁니마을 응우옌티탄 씨(당시 8세).
두 사람은 이름도 같지만 동시에 베트남 전쟁 시기에 벌어진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사건의 피해 생존자이기도 하다.
당시 한국군에 의해 학살을 경험한 두 명의 생존자가 제주 강정을 찾는다.
베트남 전쟁 당시 우리 정부는 1973년 3월 철군하기 전까지 32만 5000여명 규모의 한국군을 파병했다.
당시 한국군은 베트남에 주둔하는 동안 전투 행위에 가담하지 않은 수천명의 민간인을 학살했다. 학살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가옥, 무덤, 마을을 불태웠다.
두 생존자는 오는 23일 제주 4.3 생존자인 강정마을 강영애, 동광마을 홍춘호 씨와 ‘베트남과 제주, 학살의 기억’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지난 19일 기자회견 자리에서 응우옌티탄 씨는 한국군이 쏜 총에 남동생을 잃은 경험에 대해 “한국군이 쏜 총에 입이 다 날아간 남동생이 울컥울컥 핏물을 토해낼 때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1968년 2월 베트남 중부 꽝남성에서는 민간인 학살 사건이 발생해 퐁니·퐁넛 마을에서 74명이, 열흘 뒤 하미 마을에선 135명이 한국군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ilyo9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