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석혼축으로 쌓은 담이 예스러운 강골마을. 작은 사진은 이 마을에서 건축미가 돋보이는 열화정. | ||
강골마을은 일제강점기 때 간척된 보성군 득량면에 자리하고 있다. 본래 바다를 끼고 있던 이 어촌마을은 간척 이후 논과 밭으로 둘러싸인 전형적인 농촌으로 변했다. 주변에선 강동마을로 부르기도 한다. 11세기 중반 양천 허씨가 처음 터를 잡은 뒤, 원주 이씨를 거쳐 16세기 말 광주 이씨가 정착하면서 광주 이씨 집성촌이 됐다.
현재 이 마을에는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한옥들이 즐비하다. 민속촌처럼 살지도 않으면서 그냥 전시해 놓은 집들이 아니라 실제로 생활하는 공간, 온기가 남아 있는 진짜 한옥이다. 마을에 남아 있는 가옥들은 19세기 이후 광주 이씨 집안에서 지은 것들이다.
대략 30여 채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가옥도 가옥이지만 담 길이 특히 인상적이다. 흙과 돌을 혼합해 쌓은 토석혼축담으로 마치 빗살무늬토기처럼 돌을 비스듬히 얹고 흙을 짓이겨 놓음으로써 최대한 튼튼하게 담을 쌓은 모습이 이채롭다.
마을의 길은 조붓하다. 폭 3m가량으로 차 한 대 지나갈 정도다. 마을사람들은 그런 좁은 길을 안고 천년을 살아왔다. 길섶의 하찮은 돌멩이 하나에도 발품의 역사가 남아 있는 이 길은 마을의 자랑이지 결코 불편의 대상이 아니다. 그래서일까. 간혹 차량을 타고 마을을 둘러보는 외지 사람들을 향한 시선이 그리 곱진 않다.
이 작은 마을에는 이금재 가옥, 이용욱 가옥, 이식래 가옥 등 세 채의 가옥과 열화정이라는 정자가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돼 있다. 건물들은 19세기 중엽부터 20세기 초에 건립한 것으로 특히 이용욱 가옥의 보존상태가 매우 양호하다. 이 집은 1835년 이진만이 지었다고 하는데, 여인들이 거처하고 활동하는 안채와 남자들의 공간인 사랑채, 출입문과 연결되는 문간채, 곳간채 등이 규모 있게 구성되어 있다. 안채와 사당은 원래 초가로 지었으나 낡고 허물어져 이진만의 손자인 이방희가 기와를 얹은 한옥으로 개축했다.
이용욱 가옥 옆에는 ‘소리샘’이라는 특별한 우물이 있다. 강골마을의 공동우물이다. 소리샘이 있는 땅은 원래 이용욱 가옥 소유다. 하지만 워낙 마을에 물이 귀하다보니 우물을 파고 마을사람들을 위해 개방했다.
마을 뒤편 산비탈에 자리한 열화정은 학문을 수양하고 가르치기도 했던 곳으로 1845년에 세워졌다. 그런데 열화정을 바라보노라면 공부보다는 풍류를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앞선다. 주변 경치가 무척 뛰어나기 때문이다. [옥]
★길잡이: 호남고속국도 서순천IC→순천 방면 22번 국도→보성 방면 2번 국도→득량면 방면 845번 국도→강골마을
★문의: 강골마을(http:// www.ganggol.or.kr) 061-853-2885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