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탁자식 고인돌이 뒤뜰에 있는 집. 아래 사진은 400여 기의 고인돌이 널려 있는 고창 고인돌공원. (작은사진) | ||
고인돌이 선사시대의 무덤이라는 상식은 다들 아실 터. 그렇다면 그런 고인돌이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 가장 많이 분포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알고 있는지? 이 질문에 당황한 사람이 많을 줄 안다. 그런데 명확한 진실이다. 전 세계에 고인돌은 15만 기 정도 분포하는데 우리나라에만 10만 기가량 있다. 무려 3분의 2가 국내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고인돌군락은 2000년 12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강화도, 고창, 화순이 대표지역이다.
‘고인돌 천지’인 우리나라에서도 전라도지역에 1만 6000여 기로 가장 많이 자리해 있는데 그중에서도 고창이 최대의 군락지다. 특히 고창읍 죽림리와 아산면 하갑리 산 기슭에 집중적으로 고인돌이 모여 있다. 무려 447기가 자리한 이곳에 고인돌공원이 만들어졌다. 지난 2004년 조성 공사를 시작해 지난해 완공됐다.
공원에서는 다양한 모양의 고인돌을 볼 수 있다. 모두 6개의 탐방코스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코스마다 적게는 5기에서 많게는 220기의 고인돌과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 발견된 고인돌은 대부분 남방식이다. 작은 굄돌 위에 두꺼운 덮개돌을 올리는 형식이다. 250기가 남방식이다. 지상석곽식이 그 다음으로 45기가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탁자 모양의 북방식은 3기밖에 없다. 공원의 맨 오른쪽에 자리한 1코스와 그 옆의 2코스, 그리고 마을 안 6코스에 하나씩 있다.
447기 중 나머지 149기는 명확히 어떤 형식인지 불분명한 것들이다. 공원의 고인돌은 집채만 한 것에서부터 작은 바위덩이 크기까지 다양하다. 공원에 나뒹구는 바위들은 하찮아 보이는 것들일지라도 모두 고인돌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고인돌들은 허허벌판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야산의 숲 사이사이에도 있다. 특히 1코스와 4코스는 소나무숲을 거닐며 고인돌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1~5코스만 둘러보고 마는 실수를 범하곤 한다. 6코스가 마을에 있는 데다 5기의 고인돌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에는 아주 특별한 고인돌이 있다. 북방식 3기 중 하나로 덮개돌을 받치는 다리가 아주 길다. 그러나 더욱 이 고인돌을 유명하게 만든 것은 형태가 아니라 위치다. 고인돌이 사람이 현재 살고 있는 집 뒤뜰에 있기 때문이다.
고인돌공원에서 1㎞가량 떨어진 도산리 지동마을 536번지가 고인돌이 위치한 지번이다. 허름한 집 한 채가 있고 뒤쪽 대나무밭을 등지고 고인돌이 자리하고 있다. 현재의 집과 아득한 과거의 무덤, 삶과 죽음이 만난 그 현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러워 보인다.
이 고인돌은 지방기념물 제11호로 지정돼 있다. 고창에서는 이 고인돌에만 유독 이름을 붙여 부르는데 ‘망북단’ 혹은 ‘망곡단’이라고 한다. 병자호란 때 이 마을에서 출생한 어느 의병장이 출병을 하다가 ‘삼전도 굴욕’소식이 전해지자 고인돌 위에 올라가 북쪽을 향해 울며 절을 했다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이 북방식 고인돌 주변에는 3기의 남방식 고인돌이 흩어져 있다.
한편 공원 앞에는 고인돌선사마을이 조성돼 있다. 고인돌시대를 체험해 볼 수 있는 마을이다. 청동기시대의 모습을 보여주는 움집과 가축우리 등이 있고, 고인돌을 직접 끌어볼 수 있도록 체험실습장도 한편에 마련해 놓았다.
▲ 선사시대의 모습과 고인돌이 만들어지던 과정을 이해하기 쉽게 가르쳐주는 고인돌박물관. (위) | ||
2층은 선사시대 사람들의 모습을 인형으로 재현해 생활상과 고인돌 제작 모습 등을 보여준다. 3층은 각종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선시시대 방식의 불 피우기, 암각화 그려보기, 고인돌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시설들이 꾸며져 있다. 아이들이 특히 관심을 보이고 즐거워하는 곳이 3층 체험실이다. 3층 옥상에는 또한 쉼터로 활용되는 옥상정원이 있다. 대형망원경이 설치돼 있어 인근의 고인돌유적들을 한눈에 찾아볼 수 있다.
고인돌여행길에는 뚜라조각공원과 전봉준 생가도 한번 들러보도록 하자. 뚜라조각공원과 전봉준 생가는 고인돌박물관에서 2㎞ 정도 떨어진 죽림리 당촌마을에 함께 자리하고 있다.
사실 동학운동의 지도자로 알려진 전봉준의 생가는 딱히 볼거리는 없다. 두 채의 초가집이 서 있을 뿐이다. 그의 정신과 역사를 추억하는 게 위안이다. 이곳에서 전봉준은 13세 무렵까지 살았다.
반면 뚜라조각공원은 아기자기한 것이 보는 재미가 쏠쏠한 곳이다. 조각공원은 넓은 편은 못 된다. 4000㎡(약 1200평)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공원의 이름은 이탈리아어로 ‘조각’을 뜻하는 ‘스쿨뚜라’에서 따온 것이다.
조각공원은 이 지역에서 나고 자란 조각가 부부가 만든 곳이다. 쓸모없이 버려진 고철을 이용한 조형물에서부터 흙을 구워 만든 인형 등 수백 점의 작품이 공원 곳곳에 전시돼 있다. 공원 한편에 작은 갤러리가 있는데 이곳에서 미술체험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흙으로 나만의 작품을 빚어 가마로 구운 후 가져갈 수 있다.
★길잡이: 서해안고속국도 고창나들목→15번 국도→도산리(탁자식 고인돌 있는 집)→고인돌박물관→고인돌공원. ★먹거리: 고창에는 장어만 있는 게 아니다. 이번 여행길에는 다른 먹거리집을 한번 찾아보자. 선운사 나들목 부근에 ‘전주회관’(063-563-1203)이라는 곳이 있다. 민물참게장정식으로 소문난 집이다. 게장은 밥도둑이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밥 두 공기는 뚝딱이다. ‘고인돌 있는 집’이 자리한 도산리에는 굴비정식을 잘 하는 ‘오산식당’(063-562-9595)이 있다. 십여 가지 반찬이 나오는 일반 백반도 정식에 비해 손색없다. ★잠자리: 도산리에 한옥형 민박을 놓는 ‘아름마을’(063-563-7299)이 있다. 가격이 저렴하고 깔끔하다. 고인돌공원에서 10여분 거리의 아산면 삼인리 ‘산사의 아침 펜션’(063-562-6868)은 뒤편에 산이 있어 분위기가 좋다. ★문의: 고창군청 문화관광포털(http://culture.gochang.go.kr), 문화관광과 063-560-2457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