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불구불 정다운 남사마을 돌담길은 등록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 ||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나고…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정지용 시 ‘고향’ 일부)
어릴 적 뛰놀던 고향의 모습을 아직까지도 간직한 곳이 얼마나 있을까.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푸근해지는 고향이지만 사라져버린 풍경에 대한 아쉬움만은 어쩔 수 없다. 그래서일까. 해마다 이맘때면 남사마을이 고향인 사람들이 더없이 부럽다.
산청군 단성면에 자리한 남사마을은 산청을 대표하는 한옥마을이다. 이곳에는 무려 85채에 달하는 고택이 모여 있다. 남사마을은 지금으로부터 1000년 전부터 성주 이씨, 전주, 최씨, 진주 하씨, 연일 정씨, 밀양 박씨 등 여러 성씨들이 모여 살아온 곳이다. 이곳은 현재 한옥을 비롯한 130여 호의 가옥에 350여 명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남사마을의 수많은 한옥들 중에서도 빼놓지 말고 둘러봐야 할 곳이 있다면 바로 최씨, 이씨, 정씨 고가다. 최씨 고가는 남사마을 중앙에 자리 잡은 가장 큰 집이다. 문화재자료 제117호로 지정될 만큼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1930년대 지은 집으로 안채와 외양간채, 사랑채가 안채를 중심으로 ‘ㅁ’자형을 이루고 있다.
이씨 고가는 문화재자료 제118호로 지정돼 있다. 남사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집이다. 1700년대에 지어졌다. 최씨 고가의 서남쪽에 자리하고 있는 이 고택 역시 ‘ㅁ’자형의 비슷한 구조로 되어 있다. 300년 된 회화나무 한 그루가 마당에서 건물과 함께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
▲ 말린 고추를 다듬는 노파. 장대에 걸어 말리는 메주가 이색적이다. | ||
한편 마을의 남동쪽에 자리한 하씨 고가에는 오래된 감나무와 매화나무가 있다. 아직은 앙상한 가지만 드러낸 채 있지만, 한 달 후면 서서히 망울을 피울 이곳의 매화나무는 무려 670년 된 것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수령이 많다. 둘레가 1m 넘는 감나무도 500년 이상 된 것이다.
남사마을은 돌담길을 따라 거닐기에 좋은 곳이다. 높이 쌓인 돌담들은 흙과 돌이 혼합된 토석혼축 방식이다. 이곳의 돌담길은 총 연장길이가 모두 5.7㎞에 달하는데 단계마을 돌담길과 함께 문화재청에서 문화재로 지정, 관리하고 있다.
신등면 단계마을은 전체적인 마을 규모 면에서는 남사마을보다 큰 편이다. 이 마을에는 280여 세대 69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그러나 한옥의 분포나 보존상태 등은 남사마을보다 못하다. 이곳에는 50여 채의 한옥이 있다.
그중에서 단계 박씨 고가와 안동 권씨 고가 등이 둘러볼 만하다. 마을 앞쪽에 자리한 박씨 고가는 문화재자료 제119호로 지정된 것으로 지어진 지 380년 되었다. 안채, 사랑채, 문간채가 ‘ㄷ’자형을 이룬다. 경남 지역의 중류농가옥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집이다.
권씨 고가는 문화재자료 제120호로 지정된 건물이다. 마을 뒤편 길가에 자리한 권씨 고가는 높은 솟을대문이 특징이다. 1930년대 지은 이 집은 다른 집들과 달리 대문, 안채, 사랑채가 남쪽을 향해 ‘ㅡ’자로 앉아 있다.
단계마을의 돌담은 남사마을처럼 무척 높이 쌓여 있다. 총연장은 2.2㎞로 남사마을보다 짧다. 담을 높이 쌓은 이유는 말을 타고 가면서 집 안을 훔쳐볼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 높이가 2m는 족히 넘는다. 사생활보호는 확실하겠지만 담 너머로 생활모습을 들여다볼 수 없어 안타깝다.
한편 단계마을에서는 4일과 9일에 5일장이 선다. 마을 입구에 장터가 있다. 1983년 ‘한옥형 소도읍 가꾸기’ 이후 단계마을은 새로 들어서는 건물의 경우 한옥 건축을 권장하고 있다. 단계장터도 이 사업에 따라 한옥형 점포로 바뀌었다. 만약 단계마을을 여행한다면 장날을 이용해보도록 하자. 이색적인 장터의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 남사마을의 고택은 단계마을에 비해 잘 관리돼 있고, 대문을 걸어놓지 않아 둘러보기에도 좋다(위). 가야 제10대 임금의 능으로 전해지는 전구형왕릉. 피라미드와 흡사한 형상을 하고 있다. | ||
금서면에 왕산 아래에 자리한 전구형왕릉은 피라미드식 무덤이라고 해서 유명한 곳이다. 가야 10대 임금인 구형왕의 무덤으로 532년 조성된 것이다. 이 무덤은 사각뿔 형태로 쌓여 있다. 그 모양 때문에 탑으로 보는 견해도 있지만 <동국여지승람> 등의 자료에서는 왕릉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전구형왕릉 인근에는 유의태약수터가 있다. 전구형왕릉 입구의 임도를 따라 1.8㎞가량 올라간 후 산길을 산책 삼아 300m쯤 걸어가면 약수터가 나온다. 신이 내린 명의로 알려진 유의태도 손쓰지 못하는 병을 이 약수가 고쳤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차황면에 자리한 황매산영화주제공원은 영화 <단적비연수>, <천군> 드라마 <주몽> 등의 배경이 됐던 곳이다. 황매산 7부 능선쯤에 자리한 이 주제공원에는 10여 개의 풍차를 비롯해 31채의 원시부족 가옥과 은행나무고목, 대장간, 봉화대 등 수많은 소품과 가옥들이 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이곳에서 황매산 등산에 나서보는 것도 좋다.
★길잡이: 경부고속국도→비룡분기점→대전·통영 간 고속국도→산청나들목→59번 국도(차황 방면)→차황면→1006번 지방도→단계마을→20번 국도(단성 방면)→남사마을. ★먹거리: 산청읍 옥산리 산청군청 앞에 춘산식당(055-973-2804)이 있다. 지리산에서 캔 후 잘 염장해 놓은 취나물, 가죽나물 등 약초를 비롯해 은어조림, 흑돼지양념구이 등 20여 종의 밑반찬이 나오는 4인 한상차림이 대표 메뉴. 인원이 맞지 않을 경우 단품 메뉴로 소고기국밥과 비빔밥 등을 시켜 먹어도 결코 실망하지 않을 만큼 음식이 맛있다. ★잠자리: 전통가옥에서 하룻밤 어떨까. 남사마을에 매화집, 돌담집, 냇가집, 별장집, 황토집, 뒷동산집 등 민박을 놓는 곳들이 있다. 연락은 055-972-7107로 하면 된다. ★문의: 산청군청 문화관광포털(http://www.sancheong.ne.kr) 문화관광과 055-970-6421.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