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교를 활용해 2001년 개관한 국제현대미술관. 운동장에도 조각작품들이 다수 전시돼 있다. | ||
이쯤 되면 서울이 부럽지 않은 수준. 아니, 다른 관점으로 보자면 영월은 서울보다 낫다. 그곳에는 바로 대자연이란 걸작이 어디나 함께 있기 때문이다. 삼옥리에 자리한 국제현대미술관이 대표적이다. 동강을 끼고 미술관을 향해 가다보면 눈앞에 펼쳐지는 절경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영월읍내에서 31번 국도를 타고 태백 방향으로 달리다가 어라연 쪽으로 접어들면 국제현대미술관으로 가는 강변길이 시작된다. 내린 눈이 녹지 않아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을 때는 약 1㎞ 전방에 있는 약물내기주유소 좌측 터널로 그 길에 오른다.
강변길은 4㎞가량 된다. 차량으로 10분도 채 안 걸릴 거리니 그리 긴 편은 아니다. 하지만 이 길에서 속도와 시간을 논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영월의 강 가운데서도 절경을 자랑하는 동강이 길을 따라 흐르는데 그림 같은 풍경에 가속페달을 밟기가 어려워진다.
길은 별 굽이침 없이 강과 함께 나아간다. 강물은 손을 담그면 금세 물들 것처럼 짙은 녹색이다. 우측으로는 높은 벼랑이 강을 내려다보고 있다. 벼랑 위에는 소나무들이 위태롭게 걸려 있다. 이 길은 삼옥리에 이르러 갈래를 만든다. 좌측에 목적지로 안내하는 삼옥교가 동강을 가로지른다. 이 다리를 건너면 곧 미술관이다. 천천히 왔지만 너무 짧게만 느껴졌던 강변길. 그렇다면 미술관 둘러보기를 잠시 미루고 조금 더 드라이브를 즐겨도 괜찮다. 이제껏 왔던 거리의 1.5배쯤 되는 길이 어라연까지 이어져 있다.
국제현대미술관은 폐교가 된 삼옥초등학교를 활용한 곳이다. 유명 조형예술가 박찬갑 씨가 관장으로 있는 이 미술관은 2001년 개관했다. 교실과 복도, 운동장이 갤러리다. 이곳에서는 프랑스, 이탈리아 등 70개국 작가의 작품 350여 점을 전시한다. 야외전시장에는 대형작품들이 주로 전시돼 있고, 실내 전시장에는 소품을 비롯한 걸개작품들이 선을 보이고 있다. 미술관에서는 또한 국내외 중견 예술가의 작품을 수시로 유치해 수준 높은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곳에서 작품을 감상하노라면 때로 어릴 적 추억이 떠오르곤 한다. 작품보다는 폐교라는 특별한 공간 때문이다. 전시장치고는 지극히 소박한 교실과 복도는 바닥이 마루다. 발을 뗄 때면 가끔씩 아귀가 맞지 않은 나무의 삐걱거림이 들린다. 청소시간이면 양초를 칠하고 걸레질 꽤나 했던 마루다. 그런 추억에 빠지다보니 벽면에 크게 걸린 작품들이 마치 칠판처럼 보이고, 관람객들이 매섭게 시험을 감독하는 선생님 같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길잡이: 중앙고속국도 제천나들목→38번 국도→영월읍→31번 국도→어라연 입구에서 동강 방면 좌측 길→동강 끼고 4㎞ 직진→삼옥교에서 좌회전→국제현대미술관 ★문의: 국제현대미술관 033-375-2751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