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어붙었던 강물이 풀리며 봄을 맞는 남한강. | ||
겨울의 긴 그림자를 밀어낸 봄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무채색의 테를 벗기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봄은 분명 우리 곁에 와 있다. 남한강과 나란히 뻗은 6번 국도에 몸을 싣고 양평으로 내달리노라면 봄이 여보란 듯이 증거물을 하나둘씩 토해 낸다.
아침이 오기 전에 양평으로 길을 잡는다. 두물머리의 해오름을 보기 위해서다. 두물머리는 양평을 대표하는 여행지다.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 이름 난 이곳은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수하는 지점이다. 두 개의 강물이 만나는 곳이라고 해서 이름이 두물머리다. 양수리(兩水里)라는 이름이 더 익숙할 수 있겠다.
두물머리의 해오름을 감상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직접 두물머리로 가서 보는 것. 또 하나는 멀찌감치 떨어져 조망하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는 천주교 소화묘원이 가장 좋다. 따지자면 양평군에 속하는 곳이 아니다. 행정구역상 바로 인접한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에 주소를 두고 있다.
서울에서 양평 방면으로 팔당터널과 봉안터널을 빠져나오면 왼쪽으로 소화묘원이 자리하고 있다. 입구에서부터 뷰포인트까지는 차량으로 10분, 걸어서 1시간 가까이 가야 한다. 차량 통행이 가능한 임도가 가파르게 나 있다. 하지만 때로 통행을 금지하기도 한다.
소화묘원 거의 꼭대기쯤에 이르면 왼쪽으로 두물머리의 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이른 새벽의 하늘과 강은 색깔이 푸르스름하니 분간이 가지 않는다. 강을 가둔 산이 겨우 그 구분을 가능케 한다. 강 가운데 뾰족하니 튀어 나와 있는 부분이 두물머리다. 두물머리 바로 아래 횡으로 흐르는 것이 북한강이고, 뱀처럼 구불대며 늘어선 도로를 끼고 종으로 뻗은 것이 남한강이다.
▲ 풀향기허브나라(위)와 세미원 온실에서 망울을 틔우고 자태를 뽐내는 꽃들. | ||
두물머리에서 직접 보는 해오름은 아기자기하다. 나루터의 황포돛배와 아직은 이파리가 돋지 않았지만 긴 머리카락을 강으로 드리운 수양버들 등과 어우러진 멋진 해오름을 감상할 수 있다.
봄이라지만 아직까지도 강변에는 얼음이 군데군데 보인다. 그러나 이내 사라질 것들이다. 태양의 따스한 기운을 받자 쩌렁쩌렁 얼음 깨지는 소리들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얼음이 금 간 모습이 마치 총을 맞은 것 같아 신기하다.
강변에는 봄마중을 나온 버들강아지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하얀 솜털을 세우고 햇빛에 샤워를 하며 강바람에 살랑거리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사롭다.
강변을 산책하기에는 세미원이 좋다. 세미원은 양서문화체육공원 내에 있다. 두물머리 바로 곁이다. 이곳은 사철 연꽃을 볼 수 있는 정원이다. 양평군과 환경부, 우리문화가꾸기회가 힘을 합쳐 만든 세미원은 크게 온실정원과 야외정원으로 구성돼 있다. 연꽃은 무려 100종이 넘는다. 세미원의 일부인 석창원에는 창포가 가득 피었다. 연꽃 외에도 세미원의 왼편에 자리한 온실에는 별의별 꽃들이 만발했다. 야외정원은 한강청정기원제단, 관란대, 모네의 정원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곳곳에 분수와 토기탑 등이 오밀조밀 놓여 있다.
세미원은 예약을 해야만 방문할 수 있다. 인터넷이나 전화(031-775-1834)를 통해 미리 방문일과 시간대를 통보해야 한다. 당일예약은 불가능하다. 사진은 마음대로 찍을 수 있지만 삼각대를 가지고 들어가는 것은 금하고 있다.
▲ 해오름이 아름다운 두물머리.(위) | ||
야외의 허브는 아직이다. 주인장은 3월 중순 이후 야외정원의 허브들이 서서히 꽃을 피우기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온실의 허브는 알싸한 향을 뿜어내며 한창 꽃을 피우고 있다.
온실에서는 허브 외에도 봄의 전령사인 동백과 매화, 수선화가 고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겹꽃이라 외래종처럼 보이지만 엄연히 토종인 애기동백은 봄맞이가 지루한지 이미 피고지기를 거듭하고 있다. 노란 수선화는 화분에 담겨 전시돼 있고, 홍매화와 백매화는 그 어느 것보다 진한 향기를 흩뿌리고 있다. 허브의 향기를 뚫고 콧속으로 전해져 들어오는 매화의 행기는 달콤하기 그지없다.
온실 한편에는 체험실이 마련돼 있다. 허브비누와 양초, 치약, 꽃목걸이, 베갯속 등을 만들어볼 수 있다. 30~40분만 투자하면 된다.
들꽃수목원도 들러보면 좋다. 두물머리와 풀향기허브나라 중간쯤 국도변에 있어서 찾기가 쉽다. 다양한 조형물과 토피어리작품들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자연생태박물관에서는 온갖 나비 박제와 토종물고기들을 만나볼 수 있다. 들꽃수목원에도 온실이 있는데 허브와 아열대식물들이 심어져 있다. 풀향기허브나라보다 크고 잘 정돈된 느낌이다. 남한강변 산책로도 조성돼 있다. 부풀어 오른 흙길을 밟으며 강변을 산책하는 기분이 더 없이 상쾌한 수목원길이다.
★길잡이: 서울 6번 국도→구리시→남양주시→양평 두물머리(세심원)→341번 지방도→풀향기허브나라
★먹거리: 전통한정식집 옹화산방(031-771-8838)을 추천한다. 강하면 전수리에 자리하고 있다. 창에 시원스레 펼쳐진 남한강이 걸린다. 옹화정식과 게장정식이 주 메뉴. 질그릇에 담아내는 음식이 아주 깔끔하고 맛있다.
★잠자리: 남한강변에 구름에달가듯이(031-774-3020) 등 펜션이 많다. 용문사 가는 길에는 반딧불의 언덕(031-774-3255)과 애화몽(031-771-6030) 등의 펜션이 있다.
★문의: 양평군청문화관광포털(http://tour.yp21.net), 양평군종합관광안내소 031-775-2074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