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갖 꽃들이 만개한 식물원을 산책하고 있는 사람들 | ||
이름 한 번 곱다, 고운식물원. 어쩜 이리도 어울리게 이름을 지었을까. 발그레하게 화장한 봄의 이 식물원을 보면 그 이름 그대로임을 알 수 있다. 충남 청양군 청양읍 군량리에 자리한 고운식물원은 사계절 중 지금이 가장 아름다운 시기다.
지난 2003년 개원한 곳답지 않게 식물원은 제법 자리를 잡은 모습이다. 개원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 준비과정이 길었기 때문이다. 부지 조성과 식물식재 등 개원 준비에만 15년 가까이 걸렸다.보통의 식물원은 한정된 좁은 공간에서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런 탓에 깔끔히 정돈된 맛은 있지만 인위적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반면 고운식물원은 지형지물을 그대로 이용한 자연미가 돋보인다. 아무래도 면적이 광활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식물원은 무려 33만㎡(11만 평)에 이른다. 높이 200m쯤 되는 야트막한 산의 한쪽 사면이 모두 식물원 부지다.
식물원은 야생화원, 튤립원, 목련원, 철쭉원 등 27개 주제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의 정원들을 다 돌아보려면 족히 2시간 이상 걸린다. 입구를 지나면 오른쪽으로 나무데크가 설치돼 있다. 숲을 가로지르는 길이다. 산수유를 닮은 생강나무가 노란꽃을 피우고, 일본 이깔나무가 연초록 이파리를 내밀며 알싸한 향을 흩뿌리는 기분 좋은 그늘길이다.
▲ 청량한 봄기운이 가득한 숲 속의 장곡사. | ||
이곳에는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식물과 희귀 야생화 200여 종이 식재돼 있다.산책로를 따라 계속 올라가면 튤립원에 이른다. 하얀색, 노란색, 분홍색 등 형형색색의 튤립들이 잔디광장 앞 소나무 아래 공간을 메우고 있다. 그 뒤편은 수생식물원. 계절이 이른 탓에 연꽃이며 창포, 붓꽃 등은 아직 볼 수 없다.
하지만 장미원과 수국원이 환하게 꽃을 피울 한 달 후쯤이면 수생식물원도 꽃으로 가득 뒤덮일 것이다. 잔디광장에서부터는 산으로 오른다. 그러나 등산을 이름은 아니니 지레 겁먹지 말자. 길은 산의 중턱에 자리한 전망대 쪽으로 향한다. 살짝 고개를 든 듯한 경사로다. 그런데 이 길이 아주 예술이다.
봄에 꽃을 피우는 나무들이 이곳에 다 모여 있다. 벚꽃, 진달래, 철쭉, 목련, 개나리 등이 마구 피어 있다. 멀리 전망대를 바라보며 “언제 저기까지 가냐?”며 푸념하던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 길에 몸을 싣고 감탄사를 터트린다.
전망대 바로 아래가 목련원인데 이곳에는 천리포수목원에서 가져온 50여 종의 목련이 있다. 천리포수목원은 우리나라 최대의 목련원으로 유명한 곳이다. 큰별목련 등 다른 곳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수종이 이곳에 있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등을 진 산 방향으로 철쭉원이 조성돼 있다.
슬슬 꽃망울이 오르는 게 이달 말이면 철쭉도 식물원을 더욱 곱게 치장할 것으로 보인다. 봄을 한껏 맛보게 해 준 식물원 산책로는 앵초와 장수만리화 등이 한창인 암석원을 돌아 나오며 끝이 난다.청양의 봄여행은 식물원에서 끝나지 않는다. 천장호와 장곡사에도 봄기운이 완연하다.
청양으로 가는 새벽길을 잡는다면 꼭 들러볼 곳이 천장호다. 칠갑산 동쪽 36번 기슭에 자리하고 있는 호수로 안개가 자주 끼는 요즘 더욱 운치가 있다. 호수를 가로지르는 고추 모양의 다리가 놓여 있고 호수 주변에는 진달래가 곱게 피어 있다.장곡사는 칠갑산 서쪽에 자리한 유서 깊은 절이다.
하대웅전 옆에는 설선당이라는 건물이 세워져 있다. 유형문화재 273호인 이 건물은 부엌을 끼고 있는 것이, 절에 달린 부속건물이라기보다 일반 한옥에 있어야 할 건물처럼 보여 의아함을 준다.사실, 이런 유형의 문화재보다 더한 보물은 장곡사를 두르고 있는 숲이다. 봄이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켜고 있는 숲은 싱그러움 그 자체다.
햇살이 내리쬐면 숲 안에는 태동하는 잎의 청량함이 사위로 퍼진다. 한편 장곡사 들머리에는 칠갑산 장승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국내 최대크기의 장승과 전국의 각기 다른 유형의 장승 300기가 세워져 있다. 잠깐 들러 장승들의 다양한 표정을 구경하고 가는 것도 좋을 듯하다.
여행 안내
★길잡이: 서해안고속국도 홍성나들목→29번 국도→벽천교차로→우측 방향 36번 국도→송방교차로에서 진출→고운식물원 ★먹거리: 장곡사 아래 장곡마을에 산 깊고, 숲 울창한 칠갑산에서 캐낸 산채로 상을 차리는 장곡산채집(041-943-1941)이 있다. 손질된 산채가 하나 같이 정갈하고, 음식이 자극적이지 않다. 산채비빔밥, 산채백반, 닭백숙, 도토리묵 등이 주 메뉴다. ★잠자리: 고운식물원 내에 방갈로가 있다. 5, 7, 10평형으로 크기가 다양하다. 청양읍 읍내리에 카리브모텔(041-942-1655), 스파피아모텔(041-944-0505) 등 숙박시설이 많다. ★문의: 청양군청문화관광포털(http://tour.cheongyang.go.kr) 041-943-2285, 고운식물원(http://www.kohwun.or.kr) 041-943-6245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