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송들이 빽빽이 들어찬 봉곡사 가는 숲길 | ||
아산은 현충사와 온양온천으로 잘 알려진 곳. 천안·당진·예산·공주·평택 등에 둘러싸여 있는 아산은 곡교, 삽교, 둔포천 등의 하천유역에 넓은 퇴적평야가 형성돼 있다. 그래서 그런지 아산을 머리에 그릴 때면 쉽게 산의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나 아산에는 영인(364m)·설화(441m)·봉수(534m)·망경(600m)·광덕산(699m) 등 그리 높지 않지만 기세 좋은 산들이 여럿 있다. 그중 봉수산과 광덕산은 각각 소나무 우거진 숲길과 계곡이 아주 뛰어나다.
먼저 봉수산 숲길. 봉수산은 아산시 송악면과 예산군 대술면, 공주시 유구면에 걸쳐 있다. 봉황의 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봉수산이다. 약 3시간이면 충분히 왕복산행을 즐길 수 있다.
이곳에는 봉곡사라는 유서 깊은 절이 하나 있다. 아산 유곡리 마을 끝에 길이 있다. 봉수산행을 겸하는 산길이지만 봉곡사까지 포장이 되어 있다. 약 2m의 너비로 조붓하다. 길 초입에서 봉곡사까지는 700m쯤 된다. 이 길은 비록 포장되어 있기는 해도 자동차로 달릴 길은 아니다. 사람을 위한 길이지 자동차가 매연을 뿜어댈 길이 아니다. 길이 시작되는 입구에 주차장이 넉넉히 마련돼 있다.
길은 솔숲을 관통한다. 산으로 오르는 길이지만 결코 버거운 오르막이 아니다. 거의 평지에 가까운 길의 연속이다. 길로 들어서는데 오른쪽의 참나무가 하나 눈에 띈다. 수종 때문이 아니라 그 모양 때문이다. 병을 앓았던 것인지, 아니면 주변 소나무의 기상에 억눌린 탓인지 가지의 마디마디가 마치 보디빌더의 알통처럼 불룩 튀어나왔다. 몸통보다도 더 두꺼울 정도. 한 가지만 그런 게 아니라 그 나무의 다른 여러 가지들이 그런 형상이다. 보기에 안타깝지만 어쨌든 기이한 볼거리임에는 틀림없다.
봉곡사로 이어진 이 숲길은 (사)생명의숲과 유한킴벌리, 산림청이 공동으로 주관하는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2004년 ‘천년의 숲’ 부문 장려상을 수상했을 만큼 널리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숲길의 소나무들은 대개 80~100년 된 것들이다. 높이가 20~30m인 소나무들이 빽빽하다. 곧게 뻗기보다 고난의 세월을 산 노인의 등처럼, 혹은 곱아버린 손처럼 뒤틀림이 심하다. 게다가 특히 큰 소나무들의 줄기에는 깊이 팬 상처들이 있다. 아픈 과거의 흔적이다. 일제강점기 때 연료로 쓰기 위해 송진을 강제 채취했던 자국들이다. 아산시에서 그 자국을 없애려 소나무 외과시술까지 실시했으나 쉽게 지워질 만큼 가벼운 상처가 아니다.
숲에 들어서자 갑자기 사방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듯한 느낌이 든다. 솔숲 특유의 알싸함과 달콤한 찔레꽃의 향기가 사정없이 달려들기 때문이다. 솔숲에는 찔레꽃이 아주 흔하다. 특히 길섶으로 찔레나무가 많다. 다 이유가 있다. 따지고 보면 이 길은 숲의 입장에서 볼 때 달갑지 않을 것이다. 포장을 하면서 많은 나무들이 베어져 나갔을 것이 분명하다. 숲에게 길은 침입자다. 그래서 길의 확장을 막기 위해 가시를 가지고 있는 찔레나무가 방어막을 치는 것이다. 어느 숲을 가도 이 같은 현상은 마찬가지다.
오른쪽으로 졸졸거리는 계곡물 소리가 들린다. 큰물을 이루지는 않지만 새소리와 함께 숲을 걷는 이들에게 청량감을 선사한다. 마음의 때까지 다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 들 만큼 맑고 깨끗한 자연의 소리들이다.
빨리 가지 않는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 하나 없는 길, 느릿느릿 걸으며 솔숲의 기운을 만끽해본다. 이 길을 걷는 최선의 방법이다. 그렇게 15분쯤 걸어가자 왼쪽에 130여 년 전 봉곡사를 이끌었던 만공을 기리는 둥그런 돌탑이 보이고, 오른쪽에 봉곡사가 나타난다.
▲ 광덕산 기슭에 위치한 강당골계곡은 접근이 편리하다. | ||
봉곡사의 건물은 현재 삼성각과 향진각, 대웅전, 요사채, 고방이 전부다. 삼성각이 왼쪽 언덕에 있고, 향진각과 대웅전이 정면에 있다. 우측에는 요사채와 고방이 있다. 삼성각과 요사채 등은 최근 조성한 것이지만, 대웅전과 고방은 인조 24년(1646년) 중창 때 지은 것으로 충남문화재자료 제323호로 지정돼 있다. 수련이 곱게 핀 연못과 높이 15m에 이르는 향나무, 대웅전 뒤편의 대숲과 그 뒤로 이어진 솔숲 등이 절의 정취를 더한다.
봉수산 등산로는 절에 이르기 직전 왼쪽으로 나 있다. 정상까지 2㎞밖에 되지 않는다. 봉곡사 숲길이 짧다고 느껴진다면 한 번 올라갔다오는 것도 좋다.
높이나 품의 넓이를 볼 때 아산을 대표하는 산은 광덕산이다. 이 산은 천안과 아산의 경계에 자리하고 있다. 산행이야 두말할 나위 없지만, 광덕산은 계곡도 일품이다. 봉수산에서 차량으로 약 15분 거리에 광덕산의 계곡이 길게 펼쳐져 있다. 외암민속마을을 지나 2㎞쯤 들어가면 계곡이 시작된다.
강당골, 마리골, 절골, 배댕이골, 방아사골, 송적골 등 광덕산이 품은 계곡은 수도 없이 많다. 광덕산 가장 아래 기슭에서 임도를 따라 이어진 강당골계곡은 접근이 편해서 사랑을 받는 계곡이다. 출렁다리 2기가 건너편 등산로 방면으로 놓여 있고 그 아래로 철철 계곡물이 흐른다. 앉아서 발 담글 수 있을 만한 곳들도 많아 쉼터로 제격이다.
임도는 산 중턱까지 나 있는데 드라이브 삼아 다녀오는 것도 좋다. 봉수산 길과 달리 하늘을 드러낸 부분이 많은 길이라 걷기에는 더위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한편 광덕산 가까이에는 둘러볼 곳들이 꽤 있다. 그중 하나가 송악면 평촌리에 있는 석조약사여래입상이다. 약 10분 거리에 자리한 이 불상은 보물 536호로 지정돼 있다. 고려 초기에 제작된 것으로 모습이 무척 미려하고, 보존도 잘 돼 있다. 약 15분 거리의 배방면 중리에는 맹씨행단이 있다. 조선 초기 청백리로 유명한 맹사성의 집으로 경내에 고택과 사당, 구괴정이라는 이름의 정자, 600년 넘은 은행나무 등이 있다.
★길잡이: ▶경부고속도로 천안IC→좌측 방면 1번 국도→청삼교차로에서 우회전→21번 국도→장존교차로에서 외암리 방면 39번 국도→유곡리 방면 좌회전→봉곡사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할 경우 서평택IC로 나와 39번 국도를 타고 아산 방면으로 계속 달리면 된다.
★먹거리: 외암리에서 강당골 쪽으로 조금만 들어가다 보면 왼쪽에 시골밥상(041-544-7157)이라는 음식점이 있다. 한약재를 넣고 찐 돼지수육, 유기농채소, 무채·참나무·얼갈이·고사리 등 비빔나물, 된장찌개 등이 나오는 시골밥상정식(1만 원)이 푸짐하고 맛있다.
★잠자리: 강당골에 산새들펜션(041543-3887), 토담펜션(041-544-3450), 비엔나클럽민박(041-541-2071) 등 숙박업소들이 꽤 있다.
★문의: 아산시 문화관광포털(http://www.asan.go.kr/tour), 관광체육과 관광마케팅팀 041-540-2565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