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영완 가옥. | ||
전라남도 장흥군 장흥읍 평화리 89번지. 장흥군민회관 맞은편 길을 따라 10분 정도 걸어가면 전라남도 문화재자료 제161호로 지정된 고영완 가옥이 나온다. 1852년 현 소유주인 고영완 씨의 조부 고재극 선생이 세운 건물이다. 전형적인 ‘一’자형 건물로 특이하게도 북향이다. 이 건물이 있던 자리는 원래 정화사라는 절이 있던 곳이라고 한다. 건물은 잘 단장돼 있지만, 누가 살지는 않는다. 다만 바로 옆에 양옥을 지어 생활한다. 건물 왼쪽으로 돌계단이 놓여 있는데, 따라 올라가면 대나무와 소나무 숲이 우거져 운치가 있다.
고영완 가옥은 사실 건물 자체가 감탄을 자아내게 할 만큼 멋들어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집에 딸린 연못으로 인해 이름값이 달라진 곳이다.
이 가옥 앞 연못은 요즘 백일홍으로 둘러싸여 있다. 백일홍은 5~10월 사이 흰색, 분홍색, 빨강색, 보라색 등의 꽃을 피운다. 이곳에는 100세도 넘은 백일홍 50여 그루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백일홍이라면 국내 제일이라는 담양의 명옥헌원림의 풍경이 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오랫동안 피는 백일홍이지만, 지금이 가장 아름다울 때다. 인생으로 따지자면 황혼기로 접어드는 시기다. 그래서 떨어지는 꽃들이 제법 보인다. 그러나 워낙 만발했던 터라 여전히 나무에는 꽃이 풍성하다.
떨어진 꽃들은 연못 위에 양탄자처럼 두툼하게 깔린다. 연못을 거의 덮을 수준이다. 그런데 묘하게도 대부분 같은 색깔의 꽃들이 서로 뭉쳐 있다. 아마도 떨어지는 시기가 꽃색깔마다 달랐기 때문일 것이다.
연못 주변에는 벤치가 군데군데 놓여 있다. 그 벤치에 앉아 나무 위에서 한창인 백일홍과 연못 위에서 여전히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백일홍을 바라보노라면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른다.
한편, 고영완 가옥 바로 앞에는 억불산 삼림욕장이 있다. 3만㎡의 대나무 숲에 왕죽·맹종죽·분죽 등으로 이루어진 삼림욕장이다. 중턱 부근에는 편백나무 숲이 펼쳐져 있다. 11만 5000㎡에 걸쳐 10만여 그루가 분포해 있다.
이곳의 편백나무는 수령이 40년 넘은 것들로 우리나라의 그 어느 곳 편백보다 크고 곧다. 삼림욕장 입구에서부터 대나무숲과 편백나무숲을 지나 정상까지 오르는 길은 3㎞쯤 된다. 그리 높지 않으므로 천천히 걸어도 1시간 30분이면 족하다. 아직까지도 더위를 거둬들일 줄 모르는 요즘 같은 날씨에 산책하기 적당한 숲이다.
▲길잡이:서해안고속국도 목포IC→2번 국도(장흥 방향 직진)→순지교차로→23번 국도→장흥군민회관→고영완 가옥
▲문의: 장흥군청 문화관광포털(http://travel.jangheung.go.kr) 061-860-0224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