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록달록 상큼한 옷으로 바꿔 입은 문래동 옥탑방들. 작가들의 작업공간이자 전시관이다. 작은 원 사진은 경원대와 경희대 미대 학생들의 벽화작품들. 문래동 곳곳을 밝게 변화시켰다. | ||
문래동은 섬유산업과 철강산업으로 유명한 곳이다. 동 이름인 ‘문래’는 문익점이 최초로 목화를 전파한 곳이라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섬유를 자아서 실을 만드는 물레에서 그 이름이 왔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어쨌거나 문래동은 이름에 걸맞게 일제 때 큰 방적공장들이 하나둘씩 생기면서 마을이 형성됐다. 해방 후에는 방림방적 등의 회사가 이곳에 설립돼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이곳의 철강산업은 섬유산업에 비해 역사가 짧다. 문래동이 철강단지로 이름을 알린 것은 철재상가 건물이 들어선 1970년대 후반의 일이다. 무려 800여 개의 철공소가 입주했고 대한민국의 경제성장과 맞물리며 밤낮없이 가동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 모든 것들이 옛말. 섬유는 물론 철강도 겨우 명맥만 이어오고 있는 수준이다. 그 많던 철공소는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고, 내내 복작거리던 거리는 눈에 띄게 한산해졌다. 수많은 철공소와 철재상들이 떠난 자리는 폐허처럼 남았다. 특히 철재상들이 입주했던 상가 2~3층이 그랬다. 건물이 비었다고 해도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가 곤란했다. 1층에 입주한 철공소에서 발생하는 소음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곳이 필요하다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바로 예술가들이다. 리스크를 안고 있는 건물의 전월세는 싸게 마련. 그것이 가난한 예술가들에게 매력으로 느껴졌다. 5~6년 전부터 그렇게 하나둘 입주하기 시작한 예술가들이 지금은 130여 명. 50여 개의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하고, 춤을 춘다. 그들은 시끄러운 낮 시간을 피해 저물녘이면 하나둘씩 자신만의 창작공간으로 걸음을 향한다.
예술가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 문래동에는 외형적으로도 변화가 생겼다. 벽화가 곳곳에 그려지기 시작한 것. 입주 예술가들을 비롯해 경희대와 경원대 미대 학생들이 참여해 삭막한 공간을 바꿔나갔다.
철강단지는 지하철 2호선 문래역에서 가깝다. 7번 출구로 나온 후 150m가량 걸어가면 광명수산이 나오는데, 이곳에서 왼쪽 길로 접어들면 철강단지다. 일단 철공소 외벽이나 덧문의 그림들이 눈에 띈다. 철강노동자들의 하루를 그린 작품이 새한철강 덧문에 그려져 있고, 신흥상회 옆과 앞 덧문에도 공상만화 같은 그림이 있다. 단지를 따라 돌다보면 복길네식당이 보이는데, 이곳 이층 외벽에는 주인아줌마가 머리에 쟁반을 이고 배달하는 모습의 커다란 사진이 붙어 있다. 충남상회라는 한 평 남짓한 구멍가게에도 주인아줌마 초상 그림이 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보다 많은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온앤오프무용단의 화장실과 계단, 도시사회연구소의 계단, 새한철강 건물 위의 로봇정원 등이 있다.
철강단지를 돌아보는 데는 1시간쯤이면 족하다. 철공소들이 끝나는 시간이자 예술가들이 출근할 오후 6시경을 이용한다면 작업실을 둘러볼 기회가 생길 수도 있으니 참고하시길.
▲길잡이: 지하철 2호선 문래역 7번 출구로 나와 조금 걸어가다보면 광명수산이 나온다. 이곳에서 왼쪽 길을 따라 가면 문래동예술촌.
▲문의: 문래예술공단 http://cafe.naver.com/mullaeartvillage 3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