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섬유미술 작품이 전시된 마가미술관. | ||
경기도 용인시 모현면 동림리 263번지. 마을에서도 살짝 벗어나 숲길 비포장도로를 따라 조금 가다보면 아담한 미술관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뒤편에는 자그마한 산을 등지고, 앞에는 한적한 저수지 낚시터를 거느린 마가미술관이다.
1998년 개관한 마가미술관은 섬유작품을 전문으로 전시하는 공간이다. 미술관으로 간판을 바꿔 달기 이전에 이곳은 현직 작가가 1984년부터 작품활동을 해오던 곳이다. 그러던 것을 1997년 기존 작업실 외에 전시공간을 증축해 미술관으로 새 출발을 했다.
건물은 총 2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1층은 작업실과 도예작품실, 2층은 섬유작품실이다. 1층 전시실 내에서 매표를 하고 관람을 시작한다. 전시실의 면적은 각 40여 평 정도로 조붓하다.
도예작품실에는 다양한 쟁반과 화병, 컵 따위의 소품류가 전시돼 있다. 토기의 투박함이 마음을 푸근하게 하며, 소유의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간단히 둘러보고 바깥으로 나와서 철제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간다. 묵직한 문을 열자 커다란 그림 10점가량이 하얀 벽면에 걸려 있다. 특이한 점은 그림의 테두리를 두르는 액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캔버스처럼 뒷면에 나무를 댄 것도 아니다. 일반적인 그림이 아닌 탓이다.
이 작품들은 타피스트리다. 실로 짠 섬유작품을 일컫는다. 붓이나 물감을 흩뿌려 완성한 것 같은 이곳의 작품들은 모두 한 땀 한 땀 색실을 짜서 표현한 것들이다. 유럽에서는 그 역사가 길고 기법도 발전을 하였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도입된 지 오래지 않은 회화 양식이다. 최근 타피스트리로 제작된 고암 이응노 화백의 작품 2점이 대전시립미술관에 전시되면서 잠시 주목을 받았을 뿐, 타피스트리를 알고 있는 일반인은 그리 많지 않다.
이응노 화백의 작품들은 프랑스 국립타피스트리 제작소가 만든 것들로 그 가치를 인정받는데, 이곳 마가미술관의 작품들도 수준급이다. 2001년 헝가리 문화유산부 주최 국제 타피스트리전에서 수상한 작품들을 비롯해 여러 국제 전시회를 통해 가치를 인정받은 것들이다. 청색과 붉은색의 대비가 강렬한 ‘이라크에서 온 편지’, 인간의 원죄를 떠올리게 하는 ‘가시’ 시리즈 등이 눈길을 끈다.
타피스트리 작품들은 기존의 그림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을 준다. 평면적이지 않고 입체감을 주며, 질감이 무척 따스하다. 나일론 옷과 털실로 짠 옷에 비교할 수 있다. 캔버스에 그린 그림이 나일론 옷이라면 타피스트리는 털옷이다. 그것도 아주 두툼한.
한편, 마가미술관은 전시관 외부도 둘러볼 만하다. 마당이 푸른 잔디로 덮여 있고, 곳곳에 조각 작품들이 설치돼 있다. 전시관 건물 외벽의 담쟁이도 볼거리다. 벽면을 뒤덮은 담쟁이는 10월로 다가서면서 점점 단풍이 들고 있다. 내달 초면 건물이 불타는 것처럼 단풍이 절정으로 치달을 것이다. 월·화요일은 휴무. [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