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천면 감전마을 일대 아름다운 메밀밭 풍경. 작은 사진은 태백산 자락에 자리한 각화사의 전경 | ||
여행안내
▲길잡이: 서울→영동고속도로→만종분기점→중앙고속도로→풍기IC→영주 방면 5번 국도→영주→36번 국도→봉화읍→노루재터널→소천면사무소→현동터널 앞에서 우측길→감전마을
▲잠자리: 메밀밭 봉화는 송이버섯의 고장이다. 소천면 고선리에 한우자연송이불고기를 잘 하는 명산가든(고선리 188-6번지, 054-673-9966)이 있다. 무쇠판을 달구어 불고기용 한우고기와 채소를 넣고 익힌 후 자연산 송이를 얹어 먹는 맛이 기막히다. 특히 요즘은 송이 채취철이라 송이의 신선함 이 더할 나위 없다.
▲잠자리: 감전리와 두음리 일대에는 숙박시설이 없다. 소천면 현동리나 고선리 쪽으로 나오는 것이 좋다. 현동리에 봉화황토테마파크(054-672-6055)가 있다. 황토방과 농작물체험장이 있는 숙박시설이다. 고선리에는 명산파크모텔(054-673-9988) 등이 있다.
▲문의: 봉화군청 문화관광포털(http://tour.bonghwa.go.kr) 문화체육관광과 054-679-6394
소천면 감전리 메밀밭을 찾아가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봉화에서 울진으로 뻗은 36번 국도를 따라 가다보면 나온다. 소천면소재지인 현동리를 지나 조금 더 달리면 현동터널이 보이는데, 그 바로 앞에서 우측 방향으로 난 길로 접어들면 된다. 현재 도로포장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너덜대는 길을 2~3분쯤 달리니 다시금 포장된 길이 나오고, 그 양옆으로 메밀밭이 조성돼 있다. 이곳이 바로 감전마을이다.
감전마을 메밀밭은 어마어마한 넓이를 자랑한다. 모두 42㏊(12만 6000평)나 된다. 벼를 심어 놓은 손바닥만 한 논 몇 뙈기와 사과를 심어 가꾸는 농원을 제외하고는 거의 전부가 메밀밭이다. 그 넓이에 압도당할 정도다. 단순히 평지에 있다면 별 감흥을 주지 못하고 금세 기억에서 잊힐 수도 있었겠지만, 이곳의 넓은 메밀밭들은 구릉을 하나씩 차지하고 있다. 젖가슴처럼 봉긋봉긋 솟은 구릉을 하얀 꽃이불로 덮은 그 풍경이 무척 인상적이다.
감전마을에서 메밀농사를 본격적으로 짓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지 않았다. 6~7년 전, 감자·고추·담뱃잎 등을 수확하고 난 땅을 놀리느니 메밀농사라도 짓자는 식으로 출발했다. 감전마을에는 30가구에 50명 정도가 사는데 여느 농촌처럼 노령인구가 대부분이다. 메밀은 7~8월에 씨를 뿌려두면 따로 손볼 일이 없는 작물이라 키우기가 수월한 데다가 소천면에서 특화사업으로 권장하면서 차츰 그 면적이 넓어졌다. 그 사이 마을에 메밀작목반도 생겼고, 현동리에 가공 공장도 들어섰다.
그런 감전마을의 메밀밭이 이름은 알린 것은 농림부가 경관농업지구로 지정한 2006년 이후다. 보다 더 메밀을 많이 심고, 마을도 깔끔하게 단장했다. 이듬해부터는 축제가 시작되었다. 아쉽게도 올해는 축제가 없다. 신종플루 여파로 취소되었다. 그렇지만 축제의 흥겨움이 빠지더라도 감전마을을 여행하는 즐거움은 전혀 줄어들 일이 없으니 염려는 붙들어두자.
감전마을 메밀밭으로 길을 잡는다면 새벽을 틈타자. 어둑어둑한 새벽에 무슨 메밀밭이냐고 물을 수 있겠다. 하지만 다 이유가 있다. 감전마을 일대를 뒤덮는 ‘안개쇼’를 감상하기 위해서다. 새벽안개가 요즘 지독하다. 낙동강 때문이다. 현동리 쪽에서 흘러온 낙동강이 감전마을 중앙을 가르며 나아가는데, 일교차가 커지면서 빠지는 날 없이 안개를 밀어 올린다.
안개가 피어오르면 감전마을은 그야말로 몽환적인 분위기에 휩싸인다. 푸르스름한 새벽의 사위 속에서 피어오른 희부연 안개가 메밀밭에 내려앉으면 도무지 그 경계를 가늠할 수 없다.
묵직하니 진종일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을 것으로 보이던 안개는 해가 산등성이 위로 솟아오르면서 서서히 힘을 잃기 시작한다. 끈끈한 장력을 풀어헤치고 풀풀 흩어지며 메밀꽃을 온전히 우리의 시야 속으로 돌려놓는다.
▲ 범바위 전망대 | ||
두음리는 감전마을처럼 메밀밭이 많지는 않지만 군데군데 메밀을 심어서 가꾼다. 인삼농사도 더러 짓는다. 사과농원도 있다. 워낙 오염이 되지 않은 곳이라 일부러 이사해 살고 있는 집들도 있지만, 살기가 팍팍해 떠난 집들도 꽤 있다. 외부인들의 출입이 거의 없는 지역이라 마을을 방문하면 주민들의 시선이 이동하는 내내 꽂힌다.
한편, 감전마을 여행길에는 시간이 남는다면 각화사와 범바위전망대도 들러보자. 각화사는 감전마을에서 봉화읍 방면으로 가다가 춘양면으로 향하는 88번 국지도를 이용하면 되고, 범바위전망대는 88번 국지도 반대편 35번 국도를 타고 가면 나온다.
신라 문무왕 16년(676년)에 원효대사가 세운 각화사는 태백산 사고의 수호사찰이었던 곳이다. 바람과 물과 불이 미치지 못하는 ‘삼재불입지’로서 조선조 약 300년 동안 왕조실록을 보관해왔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절과 사고 건물은 모두 일제 때 소실되었다. 절은 이후 새로 지었지만, 사고 건물의 복원작업은 이뤄지지 못했다. 종각 옆에 신라 말이나 고려 초기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삼층석탑이 있고, 절 아래로 조금만 내려가면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189호로 지정된 거북머리 비석받침과 각화사 고승들의 부도군이 있다. 그 뒤편으로 산길이 있는데 춘양목으로 널리 알려진 금강소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범바위전망대는 낙동강이 품은 수많은 절경 중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는 곳이다. 낙동강은 강원도 태백의 함백산 너덜샘에서 발원해 부산 다대포로 흘러드는 1300리의 강이다. 낙동강은 상류 지역에 마치 대롱대롱 매달린 이슬방울 모양의 감입곡류지형을 만들어내는데, 범바위전망대 아래 지형도 그런 곳 중 하나다. 매호유원지에서 태백으로 향하는 35번 국도를 타고 가다보면 나온다.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