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안개에 휩싸인 월류봉 풍경. | ||
<여행안내>
▲길잡이: 경부고속도로 황간IC→황간 방면 4번 국도→901번 지방도 만나 좌회전→월류봉
▲먹거리: 월류봉 아래에 30년 전통의 민물매운탕집이 있다. 월류봉을 휘감아 흐르는 초강천에서 잡은 고기로 매운탕을 내는 한천가든(043-742-5056)이다. 특히 쏘가리회와 쏘가리매운탕이 일품이다.
▲잠자리: 월류봉 앞에 달이머무는집(043-742-4347)이 있고, 황간면사무소 인근에 힐탑파크(043-744-9172) 등의 숙박업소가 있다.
▲문의: 영동군청 문화관광포털(http://tour.yd21.go.kr) 문화공보과 043-740-3202
영동군 북동쪽 황간면 원촌리. 이곳에 이국적인 풍광으로 눈을 홀리는 월류봉이 있다. ‘높이가 겨우 400m밖에 되지 않는 산이 뭐 볼 게 있다고 호들갑이냐’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모르는 소리. 이 산의 외양을 직접 보게 된다면 다시는 그런 말 꺼내지 않을 것이라 장담한다.
월류봉(月留峯). 풀자면 ‘달이 머무는 봉우리’라 할 수 있다. 달이 걸려 있는 모습이 아름다워 그런 이름을 가졌다는데, 제대로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산들이 밑변이 넓은 삼각형의 모양인 데 반해, 월류봉은 작은 봉우리들이 규칙적으로 불룩불룩 솟아 있다. 그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에 달이 걸려 있는 모습은 가히 한 폭의 수묵화를 연상시킨다.
월류봉은 ‘한천팔경’ 중 제1경이다. 예부터 월류봉 일대의 여덟 풍경을 한천팔경이라 하여 칭송했는데, 월류봉을 비롯해 화헌학, 산양벽, 용연동, 청학굴, 법존암, 사군봉, 냉천정 등이 여기 속한다. 그런데 이들은 대부분 월류봉의 또 다른 모습들을 일컫는 것이니 한천팔경이 월류봉 자체라고 해도 무방하다. 화헌학은 진달래와 철쭉으로 물든 봉우리, 산양벽은 산양이 타고 오르는 절벽 등의 뜻을 가진다.
그런데 ‘월류팔경’이 아니라 한천팔경이라 부르는 이유가 궁금하다. 그것은 우암 송시열(1607~1689)과 관련 있다. 우암이 이곳 월류봉 아래에서 은거한 적이 있었는데, 후학들이 한천정사라는 사당을 지어 그를 기렸다고 한다. 지금도 그 사당이 남아 있는데 충북문화재자료 제28호로 지정되어 있다. 한천팔경은 이 사당의 ‘한천’에서 유래한 것이다.
월류봉은 어느 때나 멋진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가장 극적인 시간은 새벽이다. 요즘처럼 안개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계절에는 더욱 그렇다. 월류봉을 끼고 금강의 지류인 초강천이 흐르는데, 이 강물이 안개를 불러온다.
▲ 단풍이 곱게 든 천태산 영국사. | ||
월류봉은 가볍게 산행을 즐기기에도 좋다. 넉넉잡고 네 시간 정도면 충분히 모든 봉우리들을 다 돌아볼 수 있다. 월류봉 주차장에서 초강천을 건너 산을 오르면 된다. 인근에 에넥스 공장이 있는데, 그곳에서 산행을 시작하기도 한다. 제1봉인 월류봉 정상에 오르면 월류봉을 휘감아 도는 초강천의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다. 초강천 너머 안개에 젖은 한적한 원촌마을 풍경도 인상적이다. 강이 마을을 휘도는 것이 마치 한반도 지형을 닮았다.
월류봉의 안개와 함께 영국사의 단풍도 영동의 가을을 노래한다. 영국사는 천태산 밑에 있는 자그마한 절이다. 영동군 서쪽 양산면 누교리에 자리하고 있다. 절까지 30분쯤 산길을 걸어야 하는데, 그 길이 단풍에 붉게 물들었다. 절에 다다를 때까지 계곡이 벗하며 흐른다. 물가로 코스모스들이 한들거리며 인사를 한다.
몸이 덥혀질 때쯤 도착한 영국사 앞에는 1300년 된 은행나무가 떡 하니 버티고 있다.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은행잎과 함께 은행열매들이 후두둑거리며 떨어진다.
영국사는 신라 문무왕 때 창건한 사찰로 고려 문종 때 대각국사가 국청사(國淸寺)라는 이름을 지어 붙였다. 그후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이곳에서 나라의 안녕과 백성의 안정된 삶을 기원함으로써 국난을 극복했다고 해서 영국사(寧國寺)로 이름이 바뀌었다.
만세루를 지나면 대웅전이 돌계단 너머로 보이는데, 왼쪽으로 단풍이 곱게 물들어 있다. 오른쪽에는 보리수와 삼층석탑이 있다. 통일신라 후기에 지어진 것으로 보물 제533호로 지정돼 있다. 대웅전 옆으로 현재 절 증축 공사가 한창이다. 절 특유의 고요함을 맛볼 수 없어 다소 아쉽다. 영국사에는 대웅전 앞 삼층석탑 외에 여러 보물들이 더 있다. 절 왼쪽으로 돌아가면 보물 제532호로 지정된 부도와 보물 제534호인 원각국사비가 있고, 절 입구에서 5분쯤 걸어 올라가면 닿는 망탑봉에는 거대한 반석 위에 세운 보물 제535호 3층석탑이 있다.
영동군은 곶감으로 유명한 곳이다. 영동 어딜 가나 감나무는 흔하지만 특히 상촌면은 ‘감고을’로 유명하다. 집집마다 마당에 한두 그루씩 심어놓은 것은 물론이고, 대단위 과수원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가로수도 모두 감나무다. 주렁주렁 매달린 빨간 감이 군침을 돌게 한다. 영동군에서 재배하는 감은 둥시와 월하시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감은 충북 전체 생산량의 70%가량 된다.
상촌면은 감을 따고 곶감을 만드느라 일손이 모자랄 지경이다. 부녀자들은 감을 깎고, 남정네들은 사다리 위에 올라가 감을 따느라 여념이 없다. 단풍대신 남은 감들이 다 떨어지는 순간 마을의 가을도 끝이 난다.
상촌면에서도 면소재지 부근이 감농사를 가장 많이 짓지만, 여유로운 농촌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물한계곡 쪽으로 길을 잡는 것이 좋다. 10분쯤 달리면 물한계곡을 바로 앞두고 기와지붕과 낮은 돌담, 그리고 감나무가 어우러진, 가정(마을이름) 중말 괴재 황점 등 전형적인 시골마을들의 풍경을 목도할 수 있다.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