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가구점포 창문 너머로 보이는 내부 모습. | ||
▲길잡이: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3·4번 출구
▲문의: 이태원1동주민센터 02-795-3091
이태원은 조선시대 공무수행자들의 숙소인 역원(驛院) 중 하나를 가리키는 이름이었다. 조선시대에는 한양에 4개의 역원이 있었다. 보제원·전관원·홍제원·이태원이 그것이다. 이태원은 보성여고 옆 군인아파트 자리에 있었다. 과거에 공무수행자들이 머물던 곳이, 현재는 주한미군을 비롯한 외국인들이 머무는 곳으로 바뀌었으니 역사적인 ‘연속성’은 어느 정도 있다 하겠다.
이태원 고가구거리는 이태원역 해밀톤호텔 맞은편에서 보광동 방면으로 내려가는 길 초입의 200~300m 지점을 일컫는다. 길 좌우로 수많은 고가구점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약 100개가 넘는다.
이곳에 고가구거리가 형성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40여 년 전. 당시 이태원에 살던 미8군 소속 주한미군에게 골칫거리가 하나 있었는데, 다름 아닌 가구를 구입하고 처분하는 일이었다. 전쟁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라 우리나라에서는 제대로 된 가구를 구하기가 어려웠다. 특히 서양가구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와 같았다. 그래서 미군들은 할 수 없이 미국에서 가구를 조달했다. 어렵게 구한 그 가구들은 그들이 한국을 떠나는 시점이 됐을 때 고스란히 짐이 되었다. 부피가 너무 큰 탓에 대부분 처분을 원했는데, 하나둘씩 생겨난 고가구점들이 그 역할을 대신했다.
그렇게 고가구거리는 형성되었고, 차츰 외국인뿐만 아니라 부유층 등 국내 고객들에게도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그 부피를 키운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 현재는 미군들이 쓰던 물건이 아니라 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지의 가구들이 주를 이룬다. ‘아시안데코’, ‘킴스앤틱’, ‘로얄앤틱’ 등 중국을 비롯해 아시아 여러 국가의 고가구들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점포들도 있다. 고객층은 다양해졌다. 외국인과 부유층 외에 20~30대 젊은 세대들도 꾸준히 찾는다.
이곳 이태원 고가구거리에 들어서면 세상의 풍경은 단숨에 달라진다. 점포마다 시간의 터널을 건너온 고가구들이 가득 차 있다. 손때가 묻은 탁자며, 빛바랜 콘솔, 살짝 칠이 벗겨진 촛대 등 짧게는 수십 년에서 길게는 수백 년이 됐을 물건들이 시선을 잡아챈다. 사람들은 고가구라고 하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싸다고 단정하지만, 가격대는 천차만별이다. 창밖에서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말고 점포 안으로 들어가보면 마음에 드는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도 있다.
부피가 크고 오래된 가구의 경우는 수천만 원을 호가하기도 하지만, 화장대는 70만~80만 원, 의자는 20만~30만 원 선에서 구입이 가능하다. 시계, 접시를 비롯해 자잘한 인테리어 소품들은 그보다 훨씬 싼 가격에 살 수 있다. 소품류는 ‘알라딘’에 특히 많다. 액자·전화기·보석함·스탠드조명 등 그것 하나만으로도 집안 분위기를 확 바꿔줄 만한 것들이 천지다.
한편, 이태원 고가구거리에는 쓰던 가구들을 서로 교환하는 곳도 있다. 대무물물교환, 신성가구, 강남종합수입가구물물 등이 그곳이다. 고가구들을 사용하다가 물릴 때 이곳에 가져가면 다른 가구로 바꿔 사용할 수 있다.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