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록 비어 있지만, 문화재청에서 고용한 관리인이 집을 깨끗이 돌보고 있다. 매일 불을 때어 집안에 온기가 돈다. 이 때문에 주인 없는 집으로 보이지 않는다. | ||
▲길잡이: 서해안고속국도는 비봉IC→313번 지방도→송산면 사강교차로→좌회전→305번 지방도→궁평리→정용채 가옥
▲문의: 화성시청 문화예술과 031-369-2063
뒤로 야트막한 산이 버티고, 앞으로 간척된 논이 펼쳐진 궁평리 109번지. 정용채 가옥의 주소다. 정용래 가옥과 함께 붙어 있는 문화유산이다. 정용채 가옥이 기와집, 정용래 가옥이 초가집으로 각각 중요민속자료 제124호로 지정돼 있다. 그러나 현재 정용래 가옥은 보수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그 내부를 볼 수 없다.
정용채 가옥은 1800년대 초반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한옥이다. 정확히 언제 적 지었는지는 알지 못 한다. 고종 24년(1887년)에 솟을대문을 올렸다고만 기록에 남아 있다. 안채와 사랑채는 그보다 약 50년 전 완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정용래 가옥을 지나 30m쯤 올라가면 정용채 가옥이 나온다.
집은 동쪽을 바라보고 있다. 길게 늘어선 담장을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대문이 나온다. 대문 바로 오른쪽 건물 연통에서 연기가 솔솔 피어 나온다. 사람이 살지는 않지만, 문화재청에서 고용한 관리인이 집을 돌보고 있다. 매일 이곳으로 출근하여 마당을 쓸고, 집을 닦고, 불을 땐다. 한옥은 보통 사람의 온기가 머물지 않으면 곧 폐가가 되고 만다. 관리인의 손길 탓인지 200년 가까인 된 집이지만, 튼튼하기 그지없다.
중문을 넘어 들어가자 펼쳐지는 안채 공간은 ‘ㄷ’자 형태다. 왼쪽만이 비어 있을 뿐 나머지는 모두 건물이 두르고 있다. 그래서인지 정용채 가옥 안으로 들어서면 아늑하다는 기분이 든다. 무언가가 폭 껴안고 있는 듯한 그런 느낌이다. 중문으로 사랑채와 안채의 공간을 완벽히 분리한 탓에 사랑채의 소란스러움이 안채로 침입하지 못 한다. 사랑채에서 손님을 맞이하든, 잔치를 벌이든 안채는 방해받지 않는다. 공간을 남을 위해 내어주되 자신 또한 보호받는 그런 지혜가 정용채 가옥에서 보인다.
사실, 한옥을 둘러본다고 하면 먼저 난색을 표하는 경우가 많다. 한옥에 대한 지식의 얕음부터 걱정하기 때문이다. 공간에 대한 이해가 없이 한옥이 보이겠냐는 것이다. 물론 안다면 좋은 일이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니까.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 그저 그 분위기를 즐기고 오면 될 일이다. 잘 보존된 한옥에서 옛 추억에 잠기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오면 그것으로 족하다. 툇마루에도 앉아보고, 소나무숲이 좋은 뒷동산에도 올라보고, 하릴없이 집밖 담장을 따라 돌기도 하고, 뒤뜰의 우물 뚜껑을 열어 그 안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심심해 보일 수도 있는 한옥이지만 무료를 달랠 수 있는 방법은 무한하다.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 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