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풍리 마애불 | ||
사람들의 관심이 온통 계곡에 쏠려 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괴산 연풍면 원풍리 마애불은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도로도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연풍면에서 수안보 쪽으로 3번 국도가 시원스레 뚫린 후 마애불을 찾는 사람도 크게 줄었다고 한다. 마애불은 구 도로변에 자리하고 있다. 일부러 구불구불 이어지는 구 도로를 타고 가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그것은 모두 변명이다. 괴산에 어떤 볼거리가 있는지 관심을 가지고만 있다면 마애불은 지금처럼 외롭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연풍IC에서 나와서 수안보 방면으로 구 도로를 타고 가다보면 조령휴게소가 나온다. 이곳에서 조금 더 달리면 왼쪽 언덕에 마애불이 있다. 마애불 앞쪽에는 소나무군락이 펼쳐져 있다. 마애불은 한 쌍으로 조각되어 있다. 약 12m 높이의 바위의 면을 깊이 파고 그곳에 부처를 새겼다. 이처럼 두 부처를 나란히 배치한 것은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것이다.
신라말기 고승인 여상조사 또는 고려의 나옹화상이 조성했다고도 하지만 고려중기인 12세기경 작품으로 추정하고 있다. 조각 수법은 그다지 뛰어난 편이 아니다. 얼굴은 둥글고, 눈은 가늘며, 입은 넓적하다. 옷 주름이나 어깨 선 등도 세밀하지 않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기품이 있으며 얼굴에는 온화한 미소가 흐른다.
두 부처 중 왼쪽의 것은 코가 떨어져 나갔다. 임진왜란 당시 중국의 장수 이여송이 조선의 혈을 끊기 위해 베어간 것이라고 한다. 일설에는 동네 여인들이 아들을 낳기 위해 떼어간 것이라고도 전한다. 불상은 곳곳에 흉터를 가지고 있는데, 한국전쟁 때 총탄을 맞은 흔적이라고 한다.
한편, 마애불 인근의 신풍리에는 조령산체험마을이 있다. 전통한지와 금속활자, 도자기공예체험장 등을 갖추고 있는 곳이다. 전통한지체험은 충북 무형문화재 제12호인 안치용 한지장이 진행한다. 미리 천연잿물에 불려 곤죽을 만들어 놓은 것을 대나무 발로 뜨는 체험이다.
금속활자체험은 국가중요무형문화재 101호 금속활자장 전수조교인 임인호 씨와 함께 한다. 금속활자를 만드는 전반의 과정을 지켜보고 인쇄과정에 참여해 볼 수 있다. 도자기공방에서는 자신만의 도자기를 만들어 볼 수 있다.
둘러볼 곳도 더 있다. 연풍IC 근처에는 연풍성지가 있고, 마애불에서 수안보 방면으로 약 2~3분 달리면 수옥폭포가 자리하고 있다. 연풍성지는 연풍 땅에 은거하던 천주교인들이 순조 1년(1801년) 처형당한 자리를 성역화한 곳이다. 수옥폭포는 높이 20m의 절벽에서 3단으로 떨어지는 폭포다. 얼마 전 종영된 드라마 <선덕여왕>이 이곳에서 촬영되기도 했다.
▲길잡이:
중부내륙고속국도 연풍IC→좌회전 3번 국도→행촌교차로 전방에서 우측으로 나가 구도로 이용→수옥폭포 방면 직진→조령산체험마을→마애불
▲문의: 괴산군청(http://www.cbgs.net) 043-832-2181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 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