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심도 곳곳에 매화며 봄꽃들이 피었다. | ||
14가구 25명 사는 손바닥만한 섬
지심도는 경남 거제도 동쪽 장승포 해안에서 약 6㎞ 거리에 있는 작은 섬이다. 시계가 좋은 날이면 장승포에서 멀리 섬이 보인다. 지심도로 가기 위해 장승포에서 여객선에 몸을 싣는다.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하루 4차례 배가 운항한다. TV 프로그램 <1박2일>에 소개된 이후 여행객들이 크게 늘어 주말에는 배가 증편된다.
장승포항을 떠난 배는 15분가량 푸른 바다를 가르며 나아간다. 겨울을 밀어낸 봄바람이 온화하다. 지심도 선착장에 닿자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고는 금세 숲으로 사라져버린다. 바쁜 이유는 ‘시간’ 때문이다. 거의 두 시간에 한 대씩 배가 다닌다. 여기에 맞추기 위해 발걸음이 빨라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 섬을 그렇게 잰걸음으로 도는 것이 못마땅하다. 설렁설렁 걸으며 지심도의 매력을 오롯이 가져가야 한다. 그 다음 배를 타면 된다. 아니면 아예 민박을 구해 하룻밤을 묵거나.
지심도에는 현재 14가구 25명이 산다. 실제 거주자는 13가구 22명이다. 밭농사와 유자재배 등을 하며 생계를 꾸리는데, 다수가 민박을 놓는다. 섬 인심이 좋아서 불편함 없이 편안히 묵어갈 수 있다.
아픈 역사 생채기 동백으로 피었나
지심도는 거대한 원시림 그 자체다. 섬이 온통 숲으로 이루어져 있다. 뭍에서 멀리 떨어진 탓에 사람의 손길을 타지 않았다. 일단 그 속으로 발을 들이면 하늘을 잃게 될 정도로 숲이 깊다. 숲을 이루는 나무는 동백이 단연 많다. 전체의 40~50%가 동백이다. 소나무 등도 볼 수 있지만, 나머지 대부분은 상록활엽수들이다.
2~3월의 지심도는 그야말로 불탄다. 동백이 가장 화려하게 빛을 발할 때가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오는 그 때다. 올해는 더 없이 추워서일까. 동백은 지금이 가장 좋은 한 철을 선보이고 있다. 비록 마지막 춘설 후 불어댔던 강풍에 많은 꽃들이 떨어지긴 했지만, 아직 덜 핀 꽃들이 많다. 따스한 볕과 바람이 슬슬 몽우리를 간질이면 하루이틀 새에 활짝 벌어지는 꽃들이다.
지심도는 면적이 0.338㎢로 작은 편이다. 섬 둘레는 3.5㎞에 불과하다. 어른 걸음으로 한 시간이면 충분히 돌 수 있는 섬이다. 그러나 섬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자꾸만 잡아챈다. 뭐 그리 급하냐며 이 꽃 좀 보고 가라고, 저 대숲 속을 거닐어 보라고, 해안 전망대에서 바다에도 취해 보라고 끊임없이 멋진 풍경을 들이민다.
▲ 지심도 해안의 모습 | ||
동백터널 지나면 해안절경 활짝
선착장에서 올라가면 길은 좌우로 갈린다. 왼쪽이 해안전망대로 곧바로 향하는 길이고, 오른쪽이 포진지 등 섬의 동쪽 면을 돌아가는 길이다. 권하자면 오른쪽 길부터 밟는 게 낫다. 왼쪽 길은 조금 밋밋하다. 되돌아올 때, 행여 뱃시간이 급할 때 서둘러 와도 풍경이 붙잡지 않는 길이다.
오른쪽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민박집들이 대거 몰려 있다. 찻집을 겸하고 있는 집들도 있다. 폐교가 된 초등학교를 오른쪽으로 돌아 포진지 방향으로 올라간다. 지심도 초등학교는 1994년 2월 28일자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1956년 설립됐으니 40회 입학생을 보지 못 한 셈이다. 쓸쓸한 교정 주변에 동백꽃이 환하게 피었다.
포진지는 동북쪽 해안에 대거 몰려 있다. 주변에는 탄약고도 있다. 일본군은 이곳에 몰래 숨어서 지나가는 적군의 배를 감시했다. 덩그렁 남아 있던 탄약저장고는 지심도역사교육관으로 쓰고 있다. 어두컴컴한 탄약고에 들어가자 저절로 불이 켜진다. 벽면에는 지심도의 역사에서부터 생활상과 포진지가 언제 설치되었는지 등에 대해 자세히 적혀 있다.
포진지를 나와 서북쪽으로 향한다. 도중에 너른 잔디밭이 나타나는데 바로 비상활주로다. 잔디밭을 지나자 동백터널이 시작된다. 여태 걸어왔던 길들 모두가 ‘터널’을 이루고 있는 동백길이었지만, 대부분 포장이 되어 있어 걷는 맛이 덜했다. 그러나 동백터널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길은 비포장 흙길. 터덜터덜 걸을 때마다 먼지가 날린다. 바닥에는 떨어진 동백 애잔하고, 터널 천정에는 호롱불처럼 밝은 동백이 화사하다.
▲ 원시림을 방불케 하는 지심도 | ||
거제의 맑고 푸른 바다와 봄 햇살을 실컷 즐기다가 다시 선착장으로 향하는 길. 도중에 왕대밭을 지난다. 대밭의 면적이 넓진 않지만 대나무들은 제법 굵고 실하다. 해풍이 쉴 새 없이 불어대며 댓잎을 때리자, 서로 부대끼며 노래를 한다. 대숲을 통해 해안 쪽으로 내려가자 낚시꾼들이 물고기와 씨름을 하며 저 나름의 지심도를 즐기고 있었다.
<여행안내>
▲길잡이: 경부고속국도→대전·통영 간 고속국도 통영IC→거제대교→14번 국도→장승포항 지심도 여객터미널→지심도
▲먹거리: 지심도에는 식당이 따로 없다. 민박집과 사전 조율해 해결해야 한다. 지심도 밖으로 나오면 장승포 입구 항만식당(055-682-4369)이 해물뚝배기를 잘하기로 소문났다. 장승포 우체국 옆 천화원(055-681-2408)이라는 중국집은 60년 전통을 자랑한다.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데 그 맛이 예전 그대로라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잠자리: 지심도에 동백하우스(011-859-7576), 등나무민박(055-681-8758), 섬마을바다풍경(011-9592-7672) 등 민박을 놓는 집들이 많다
▲문의: 거제시청 문화관광포털(http://tour.geoje.go.kr) 055-639-3198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